美항소법원 "도난 증거 없어 돌려줄 필요 없다"…3대0 만장일치
[뉴욕 로이터=뉴스핌] 최윤정 인턴기자 = 앙리 마티스의 대표작 '그레타 몰의 초상'에 등장한 그레타의 후손들이 10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를 상대로 미국 항소법원에 작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전경 [출처=The National Gallery] |
원고 올리비아 윌리엄스와 마라겟 그린, 이리스 필머는 "할머니가 모델로 등장한 마티스의 1908년 작 '그레타 몰의 초상'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2차 세계대전 중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뉴욕 제2순회항소법원은 지난 10일 재판에서 "영국 정부와 내셔널갤러리에 면책 조항이 적용돼 '그레타 몰의 초상'을 자손들에게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원고 측 주장에 따르면 초상화 속에서 그레타로 등장하는 인물은 마가렛 몰(Margarete Moll)로, 1947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그림의 실소유주가 됐다. 그는 2차 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당시 스위스 약탈자들로부터 그림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지인에게 그림을 맡겼다. 그러나 지인은 그림을 훔쳐 달아났고, 이후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다가 1979년 런던 내셔널갤러리가 매수했다.
그레타의 후손들은 약탈자문위원회와 세계대전 관련 요청을 담당하는 영국 정부 부처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들은 "1945년에 나치시대가 끝났는데 그로부터 2년 후 외국세력에 의해 그림을 도난당했으니 주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미 항소법원은 그림이 도난당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므로 '외국주권제한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그림을 가져간 것은 개인이 한 행동이고, 내셔널갤러리는 반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정당한 값을 주고 소유권을 구매한 내셔널갤러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외국의 주권을 제한하는 법률 조항과 관련이 없다"고 판결했다.
결국 그레타의 후손 측 변호사는 "원고가 법원 출석을 거부했다"고 밝혀 마티스의 그림은 법적 소유주인 내셔널갤러리에 남게 됐다.
사라 안드레(Sarah André) 내셔널갤러리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법원 결정에 기쁘다"고 말했다.
1908년 당시 그레타 몰은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10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마티스는 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초상화를 고쳐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제2순회항소법원 홈페이지 사건번호 17-3253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앙리 마티스의 '그레타 몰의 초상' [출처=The National Galle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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