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허공에 떠도 뒤틀림 없어
고급스러운 실내와 탄탄한 하체도 인상적
[강원도 평창군=뉴스핌] 전민준 기자= 지프의 아이콘 ‘랭글러’가 11년 만에 완전히 바뀐 모습으로 나타났다. 등장 전부터 수많은 오프로드 마니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모델이다. 오프로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라는 강한 주행성능과 함께 이전 모델에서 볼 수 없는 고급스런 이미지까지 담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랭글러는 ‘지프의 혈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차는 정통 오프로더의 존재감과 견고한 기본기 등을 바탕으로 많은 튜너들과 튜닝 브랜드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실제 국내에서도 지프 랭글러를 더욱 강력하게 손질하여 운행 중인 마니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번 ‘올뉴 랭글러’는 기존 투박한 이미지를 좀 더 손질해 여유롭고 깔끔한 이미지까지 느껴졌다.
실제로 올뉴 랭글러에는 제법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많은 정성이 담긴 하체 구성 및 주행 성능의 구현 등 분명 인정할 여지가 넘쳐났다. 이번 오프로드 주행은 ‘첫 만남 그 이상의 만족감’을 바라며 시작하게 되었다.
올뉴 랭글러.[사진=전민준 기자] |
FCA코리아는 지난 21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계곡에서 올뉴 랭글러 시승행사를 열었다.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오프로드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계곡을 오르내리는 구간을 시승구간으로 제공했다. 울퉁불퉁 큰 바위와 푹 파인 웅덩이, 그리고 급경사를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지 시승 전부터 궁금했다.
단도직입 적으로 말하자면 올 뉴 랭글러는 제법 만족스러웠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하는 2.0ℓ 가솔린 터보엔진은 가파른 오르막 구간에서 능숙히 올뉴 랭글러를 고지로 올려 보냈다. 특히 낮은 엔진회전속도(RPM)부터 출력을 내는 엔진의 특성 덕에 ‘필요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지 않고’ 안정적인 등판이 가능했다.
가파른 등장을 무리 없이 오르는 올뉴 랭글러에게 장난을 해봤다. 바로 오르막 구간을 오르는 도중 차량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시동을 다시 걸고 가속 페달을 밟으니 발진 초반에는 자갈에 살짝 미끄러지는 듯 하다 굳건히 출력을 내며 등판했다. “역시 랭글러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물이 흐르는 자갈길을 건널 때 변속기는 불필요한 변속을 줄이고, 8단 변속기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원하는 출력만큼을 노면에 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프로드 상황에서 계속 변화하는 노면을 굳건히 견디며 운전자에게 신뢰도를 드러냈다. 물론 오프로드를 고려한 하체 구성을 통해 충격을 덜어내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올 뉴 랭글러의 강점은 두 개의 바퀴가 허공에 뜨는 상황에서 더욱 명확히 들어났다. 실제 주행을 하며 두 바퀴에 무게가 제대로 실리지 않고, 하나의 바퀴는 완전히 허공에 뜨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차체는 뒤틀림이 없어 네 개의 문이 순조롭게 열리고 닫혔다.
그리고 이러한 견고한 차체 안에는 고급스럽고 여유로운 실내 공간이 존재했다. 여유로운 공간 구성과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대시보드, 그리고 뛰어난 해상도와 풍부한 표현력을 담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탑승자들은 보다 여유롭고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시승은 4WD 저단 기어의 상태에서 진행되어 높은 속도를 내지 않아도 되었다. 노면 상황에 대한 출중한 제어와 견고한 차체, 그리고 기민한 전자제어의 활약을 마음 껏 느낄 수 있었다. 가파른 오르막 구간이나 네 바퀴의 높이가 불규칙하게 변하며 부담 하중이 들쑥날쑥 바뀌는 곳에서도 명확히 ‘제 역할’을 해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기자의 감각에는 운전대가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때문에 오프로드의 노면에 따라 운전대를 쥐는 손에 충분한 힘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올 뉴 랭글러의 오프로드 주행은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이차를 타보고 느낀 것은 도심을 떠나 산속에서 평온을 유지하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다는 것이다.
올 뉴 랭글러.[사진=전민준 기자] |
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