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방배초서 20대 남성이 여학생 붙잡고 인질극
"졸업증명서 떼러왔다"는 말에 신분증 확인도 없이 들여보내
범행 발생 1시간여 만에 범인 검거..."간질 증상 호소"
학교 측 "목격자 등에 대해서도 심리치료 예정"
[뉴스핌= 이성웅 김범준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인질극이 학교 측의 안일한 출입자 신원 관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2일 서울 방배경찰서와 방배초등학교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후 12시43분께 교내에서 한 여학생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던 양모(25)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신미애 방배초등학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양씨는 이보단 앞선 오전 11시30분께 학교에 침입했다. 양씨는 방문 사유를 묻는 학교 보안관에게 "졸업생인데,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고 둘러댔다.
본래 방침대로라면 보안관은 양씨에게서 신분증을 받고 출입일지를 적은 뒤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 측의 설명에 따르면 보안관은 출입일지도 적지 않고 양씨의 신분증도 확인하지 않은 채 들여보냈다.
아무런 제지도 없이 학교에 들어선 양씨는 오전 11시33분께 건물 1층 교무실에 학급 물품을 가지러 온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 6명 중 A(10)양을 붙잡았다.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A양을 뒤에서 붙들은 양씨는 흉기로 A양과 주변을 위협하며 "내가 억울한 게 있다. 기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방배초 신미애 교장은 범인과 대치한 상태에서 대화를 시도하고 그 사이 학교 보안관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하고 경찰특공대와 기동타격대 등을 출동시켰다.
2일 인질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 경찰차량이 들어선 후 교문이 닫히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이 사이 교사들은 방송을 통해 "긴급상황이니 교실문을 잠그고 커튼을 친 채 안에 있으라"고 지시했다.
경찰 협상팀은 현장에 도착해 범인과 지속적인 대화를 시도하던 중 양씨가 요구한 물을 건넸다. 물을 마시던 범인은 갑작스럽게 간질 증상을 보였고 이 틈을 타 낮 12시30분께 제압에 성공했다.
피해아동 A(10)양은 부상없이 무사히 구출됐고 중앙대병원에서 정신적 충격 가능성 등 검진을 받고 있다.
간질증상을 보인 양씨 역시 서울성모병원으로 후송됐다.
신 교장은 "내일부터 우선적으로 목격자 학생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조속히 실시하겠다"며 "당분간 후문을 폐쇄하고 학교 출입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범행동기 및 경위 등에 대해 수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