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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 그리고 ‘가야할 길’

기사입력 : 2017년01월02일 10:09

최종수정 : 2017년02월09일 10:21

미국 vs 중국 양자택일에서 벗어나고 모순과 갈등도 극복해야

[뉴스핌=이영태 선임기자] #1.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유치원만 다녀도 아이들은 “둘 다 좋아”라고 대답한다. 아빠나 엄마 중 한 사람이 삐치는 난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나와 놀아주는 사람이 더 좋아”라든가 “용돈 많이 주는 사람이 내편” 등 합리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현명한 답변도 구사한다.

#2. 적자와 서자가 있다. 적자는 적통임을 알아서인지 말도 잘 안 듣고 공부도 뒷전인 말썽꾸러기다. 서자는 버려짐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말썽을 부리지 않는 것은 물론,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 한다. 아버지라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둘 다 거두는 것이다.

#3.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이웃국가인 멕시코는 큰 충격을 받았다. 쿠바에서 미국과 소련 간 핵전쟁이 발발하면 직접적인 타격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멕시코가 선택한 길은 미국의 핵우산도, 자체 핵무장도 아닌 라틴아메리카 ‘비핵지대’다. 군축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온 멕시코는 1967년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비핵지대화를 위한 틀라텔롤코조약을 주도했다. 알폰소 가르시아 로블레스는 조약 성사에 기여한 공로로 198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한반도 시계(視界)는 여전히 ‘제로(ZERO)’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대선을 앞둔 국내 정치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먹구름만 가득하다.

남북관계는 최악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고 대북지원을 일체 중단한 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총동원했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동결한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집권 5주년을 맞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체제는 핵·경제 병진노선을 가속화하며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을 이끌고 있는 ‘스트롱맨’들은 한국이 최순실 게이트와 남북대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자국의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gettyimagesbank>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치명적인 악재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자는 대통령 취임 첫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할 방침이다. 한·미 FTA와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등은 한국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암묵적인 ‘한한령(限韓令, 한류 금지령)’과 한국 여행 제한 권고, 무역보복조치(비관세 장벽·반덤핑 규제) 등을 통해 한국 경제에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사실상 1인 독재 지배체제를 공고히 한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이 대만 문제 등을 놓고 트럼프의 ‘미국 이기주의’와 맞닥뜨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해 11월 17일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외국 정상 중 가장 빨리 미국 차기 대통령을 만나는 민첩성을 발휘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했다. 2차 세계대전 전승국 미국 앞에서 ‘부전(不戰)의 맹세’를 강조하며 미일동맹을 과시한 아베의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21세기 차르’로 불리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권의 재통합을 추진중이다. 슬라브민족주의를 내세운 푸틴은 “러시아의 영토는 끝이 없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동진을 저지하기 위해 군 병력을 중·동유럽에 배치하기도 했다. 미국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친러 기업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국무장관에 내정한 것은 푸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 모순과 갈등을 회피하는 민족과 국가에게는 내일이 없다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할까.

통일신라 이후 한국은 중국, 일본, 미국의 지배와 억압, 보호 속에서 살아왔다. 주변국들에 의해 이미 강요된 길만이 놓여있었고 그 길을 걷는데 익숙해졌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남들이 닦아놓은 길을 걸어왔지만 앞으로는 아무도 가지않을 길을 내면서 가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 한국이 의지해온 미국과의 관계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근본부터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한때 중공으로 불리던 적성국가(敵性國家) 중국은 이제 한국경제의 최대 파트너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미국이나 중국 중 한 나라를 선택하는 양자택일은 한국이 가야할 길이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 스스로 두 나라와 함께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고 제시해야 한다. 다가오는 대선 이후 대한민국호를 이끌 차기 선장은 한국이 정치·경제·외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최대화하고 레버리지를 높이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그게 국익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이 대치하는 사드 배치 문제를 보자. 최우선 고려사항은 친미나 친중이 아니라 사드가 한국의 국익에 꼭 필요한지 여부다. 이해득실을 면밀히 따져본 후 배치가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중국을 설득하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근거와 승복할 수 있는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반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미국이 서운해 하더라도 배치해선 안된다. 대신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미국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제공해주면 된다.

북핵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을 가속화시킬 자체 핵무장론이나 한미일 삼각동맹을 고집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길이다. 라틴아메리카 비핵지대화에 앞장선 멕시코처럼 ‘동북아 비핵화’를 선언하고 주도해나가야 한다. 한반도 주변국들을 설득해 북한에 핵을 포기하고도 살 수 있다는 체제보장 방안을 제시하고, 핵보유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에는 장기적으로는 핵무기 완전 폐기를, 단기적으로는 한반도 주변의 핵무기부터 철수시키자고 설득해야 한다.

남한 대 북한, 미국 대 중국,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고착돼서는 대한민국이 살 길이 없다. 서로 상충하는 모순과 갈등 속에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언제든 사용 가능한 외교적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 한반도를 신냉전구도에 빠트린 박근혜 정부의 실패한 외교정책이 반면교사다.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과 정부의 당면과제는 바로 대한민국이 가보지 않은 길을 국민들이 안심하고 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인도하는 것이다. 그런 어려운 일을 하라고 국민들이 연간 400조원이 넘는 혈세를 들여 정부를 운영하고 공무원 월급을 주는 것이다.

모순과 갈등을 회피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국가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은 ‘걸어온 길’에 안주할 것인가, ‘가야할 길’을 개척할 것인가? 

[뉴스핌 Newspim] 이영태 선임기자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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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협상, 명백한 중국의 승리"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미중 관세협상에 대해 중국내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승리'를 거뒀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중국의 매체들은 13일 일제히 미중관세협상 결과를 보도하고 나섰다. 관영매체들은 '승리했다'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는 논조를 유지했다. 중국의 SNS상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중국이 승리했다는 반응 일색이다.  12일 미중 양국의 협상단은 스위스 제네바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추가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5년전인 2020년 1월 타결됐던 미중 관세협상 결과와는 차이가 크다. 당시 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할 것을 약속했고, 강도 높은 지재권 보호 , 금융 서비스 시장 개방, 환율 투명성 강화 등을 보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관세를 일부 인하했다. 하지만 이번 미중 관세협상에서는 양국이 모두 동등하게 115%의 관세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중국의 미국산 물품 구매나 시장개방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양보 일변도였던 5년전과 달리 이번 미중 관세협상은 공평하고 평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이번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얻었고, 미국은 끝내 양보했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강대강 전술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양국의 제네바 경제·무역 회담 공동성명 발표는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승리이자 중국이 투쟁을 견지한 결과"라며 "미국의 무역 괴롭힘에 맞서 항쟁할 용기가 조금도 없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번 승리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논평했다. 광다(光大)증권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국제 무역 투쟁에서 패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굳건하게 맞선 결과 단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가장 먼저 미국에 대등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국내적 국제적으로 대응조치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자오상(招商)증권은 "중국은 미국과 공평하고 평등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중국은 우호적인 국가들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중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를 낮췄고, 기술 진보와 군사력 확충 등이 이뤄졌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여론이 지나치게 고무되는 것을 경계하는 논설기사도 나왔다. 신화사는 '중미 경제무역 회담이 세계 경제 압박을 낮추고 신뢰를 증진시켰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양국의 대화 재개는 기쁜 일이지만, 양국간의 의견 차이 해소는 복잡하고 어려우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ys1744@newspim.com 2025-05-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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