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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태칼럼] 대북봉쇄정책과 한강의 ‘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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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만 갖고 북핵 해결 힘들어…협상카드 확대해야

“어두운 숲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뾰족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해치느라고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어. 분명 일행과 함께였던 것 같은데, 혼자 길을 잃었나봐. 무서웠어. 추웠어. 얼어붙은 계곡을 하나 건너서,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어떤 덩어리에선 아직 마르지 않은 붉은 피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어.”

소설이 아니라 시다. 라임(rhyme)이 살아 있다. 영혜가 채식을 고집하게 된 트라우마 속을 서정을 간직한 시어가 종횡무진한다.

노벨상·콩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맨부커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다.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 ‘나무 불꽃’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을 관통하는 소설의 주제는 ‘채식’과 ‘폭력’, ‘트라우마’다. 한강이 채식을 통해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인간이 과연 사회의 기본 지배질서인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느냐’다.

이 소설이 준 또 하나의 감명은 문체의 색다름이다. 분명히 소설인데 수필의 맑음과 시적인 압축까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시적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일 게다. <채식주의자>가 묻고 있는 인간의 폭력성이란 무거운 주제를 시와 수필, 소설적 문체를 총동원해 맛난 비빔밥으로 만들어냈다.

<이미지=창비>

만일 한강의 문체와 표현방법이 다채롭지 않고 무겁기만 했다면 이 소설이 맨부커상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어려웠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채식주의자>와 인간의 폭력성을 연결시킨 주제와 문제의식이 그리 재미 있거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화두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인용한 것은 편식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거론하기 위해서다. 한강은 치열한 문제의식과 다양한 문체를 동원해 주인공 영혜가 선택한 ‘채식주의’란 편식을 인간의 폭력성에 맞서는 하나의 상징으로 그려냈다. 즉 채식을 편식이란 프레임 안에 가둬놓지 않고 사회의 기본 지배질서, 즉 폭력에 맞서는 수단으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했다.

◆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세 가지 가정과 오류

반면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겠다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압박과 고립, 봉쇄라는 편식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관계부처인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를 출입해보면 대북정책과 관련, 부처는 다른데 메시지는 참 일관성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 정부의 메시지가 일관성을 갖는다는 것은 비판할 게 아니지만 대북정책에 있어 군사적 충돌을 대비해야 하는 국방부의 메시지와 대북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통일부의 목소리가 같다는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외교부가 한국의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중국과 러시아, 이란, 우간다, 쿠바, 불가리아 등 북한 우방국가들을 좇아다니며 '호랑이굴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도 제재효과를 보기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현실화에 따른 글로벌경제 불안과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서해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을 감안하면 왠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전쟁 중에도 휴전을 모색하고 후일을 위해 교육을 쉬지 않는 게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다.

포용이 아닌 봉쇄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세 가지 가정이 전제된다.

첫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목적을 달성하려면 북한의 뒷문을 지키고 있는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둘째 고립과 압박이 지속되면 북한이 언젠가는 이란처럼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복귀할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면 김정은 정권은 경제난으로 단기간 내에 붕괴될 것이다.

이 가정들이 맞는지 하나씩 따져보자.

첫째 한국 정부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를 적극 이행하고 있다며 한중공조가 최상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북중관계에는 훈풍이 돌고 있다. 지난 1일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환하게 웃는 사진을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전 세계로 타전했다. 중국이 보낸 메시지의 ‘수신자’는 미국이고 ‘참고인’은 한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현지시각)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수용(왼쪽)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사진=신화통신/뉴시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22일 북한 고려항공이 평양과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노선을 주 4일에서 주5일로 늘린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북한전문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1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한동안 중단됐던 두만강 삼각주 국제관광협력구 건설사업이 중국 주도로 북한·러시아와 함께 최근 다시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둘째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모델로 이란을 꼽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조차도 “북한의 경우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고 여러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핵 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이란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이란의 핵 해법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이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많은 전문가가 ‘북한은 이란보다 (핵 개발이) 더 진전된 만큼 이란처럼 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처럼 저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은 5차 핵실험 준비를 강행하고 있고 언제든지 추가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셋째 북한 정권이 단기간 내 붕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이 미중 간 패권경쟁 속에서 사드 등으로 미국편에 설수록 중국이 사수해야 할 북한의 안보적 가치는 높아진다. 한중 간 경제교류가 아무리 활발해져도 북중 간 안보동맹의 무게는 한미동맹 이상이다.

아울러 최근 북한경제는 36년 만에 노동당대회를 치를 만큼 안정됐다. 정보부족으로 정확한 진단을 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식량난도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점에 대부분의 북한 경제학자들이 동의한다. 북한의 성장동력은 내적으로는 비공식 사경제(시장경제)의 활성화이며, 외적으로는 대외경협(주로 북중경협)의 확대다.

◆ 채찍외에 당근도..협상카드 많을수록 좋아

북한은 지난 22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0’(무수단) 발사를 성공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군사전문가인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이 400km를 비행했다는 의미에 대해 “무수단은 수단이고 목적은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및 핵탄두 폭발실험을 위한 것으로 미 본토 타격을 위해 핵무력의 마지막 해결과제를 해소하고 핵억지력을 완성시킨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9일 지난 2월 장거리 발사체를 이용해 쏘아 올린 ‘광명성 4호’를 인공위성으로 유엔에 공식 등록했다. 위성의 목적에 대해서는 ‘지구관측용’이라고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외기권에 발사된 물체의 등록에 관한 협약 5조 규정에 따라 북한이 2016년 2월 7일 발사한 물체에 대한 정보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당시 이뤄진 북한의 발사 행위에 적법성이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친북국가들을 동원한 ‘호랑이굴 외교’로 북한을 고립시키고 빈틈없는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제재를 자화자찬하고 있는 사이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며 수소폭탄 실험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인 북한 핵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체제위협 때문에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을 달래면서 한편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북한 핵문제가 풀린다. ‘채찍’과 ‘당근’을 모두 써도 해결이 어려운데 ‘채찍’이란 편식만 갖고 북핵을 포기시키겠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대북정책은 북한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을 위한 정책이다. 상대가 비핵화를 하지 않는 한 우리가 가진 카드는 ‘채찍’밖에 없다고 떠드는 것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국익과 국민을 위해서라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친미든 친중이든, 채식이든 육식이든, 봉쇄정책이든 포용정책이든 가려선 안된다. 협상카드는 많을수록 좋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선임기자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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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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