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많이 들고 비효율적" 지적.."의료영리화 목적"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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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약국 앞에 '의약품 자판기'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놓고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설치비와 인건비 등을 감당하면서 설치할 약사들이 많지 않을뿐더러 찾는 환자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야간이나 주말에 안전한 처방을 위해 약사가 환자를 대면해 화상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약사의 지도 없이도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의 상비약 판매를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런 정책이 '의료 영리화'의 한 단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대한약사회 등 의약업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오는 26일까지 입법예고한 의약품 자판기 설치와 관련해 약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기업들의 투자를 부추기는 등 사실상 의료민영화의 서막으로 비춰진다는 이유에서다.
의약품 자판기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회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화상투약기 운영이 안건으로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사진=보건복지부> |
약국의 내측 또는 경계면에 약국의 시설로서 의약품 투약기를 설치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에 의약품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안전한 처방을 위해 약사와 대면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든다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내용은 3년 전에도 논의됐다. 당시 복지부가 약사들의 반대에도 편의점 등에 가정 상비약 판매를 허용하자, 한 약사가 의약품 자판기를 대안으로 내놨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편의점에서 의약품이 판매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약사법 개정과 원격의료 논란, 실효성 등의 이유로 이 정책은 무산됐다. 그러다 복지부가 최근 편의점 등에서 의약품 판매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약사 및 시민단체 등의 반대를 의식, 이들을 달래주기 위해 다시 의약품 자판기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약사들은 의약품 자판기를 전혀 반기지 않고 있다. 설치비만 수천만원이 들고, 야간과 주말 등에도 쉬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편의점 등에서도 판매되는 일반의약품이 전부여서 굳이 약국까지 찾아와 화상을 통해 구매할 환자도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복약이 시급한 응급환자들의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주변에 쉽게 찾을 수 있는 병원 응급실을 놔두고 굳이 의약품 자판기를 찾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당사자인 약사와 환자들이 원하지 않는 정책을 정부는 규제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셈이다.
게다가 복지부는 입법예고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담당 과장 자리를 공석으로 비어두는 등 사실상 업무를 방치하는 모양새다.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한 관계자는 "약사들은 복지부가 의약품 복용의 안전성을 담보한다며 의약품 자판기 도입을 추진하는 동시에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수 있는 상비약을 늘리는 것에 대해 진성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부 약사들은 화상시스템 등 기업의 투자를 부추기는 정책을 의료영리화의 초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