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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굿바이 미스터 블랙' 유인영 "'차도녀' 이미지, 조금씩 벗고 다가갈래요"

기사입력 : 2016년06월01일 08:12

최종수정 : 2016년06월08일 14:54

[뉴스핌=양진영 기자]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유인영이 모처럼 밝게 웃는 캐릭터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비록 후반부에서 마리의 인생에 어두움이 드리웠지만, 그는 잠시나마 남자 주인공 두 명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행복한 여자로 살았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밝고 아름다운 윤마리를 연기한 유인영을 만났다. 작은 얼굴과 사슴처럼 긴 목, 늘씬한 몸매는 인형에 가까웠다. 얘기를 하면서 느낀 유인영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여린, 하지만 내면에 단단함을 갖고 있는 배우였다.

"성격상 쉬는 걸 좀 못 참아요. 근데 '굿미블' 끝나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조금은 쉬어야 하지 않나 했어요. 이탈리아로 여행가기로 했는데, 배우로 12~13년 활동하면서 이렇게 놀러 가는 게 처음이에요. 그동안은 작품 스트레스를 털어낼 짬이 없었죠. 사실 제가 한국을 떠나 있을 때 연기적으로 욕심나는 작품이 들어올까봐 겁이 났어요. 좀 쉬느냐 바로 작품을 하느냐, 고민할 때마다 '기회가 올 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그동안 앞만 보면서 달려온 거죠."

'굿미블' 속의 마리는 마음 고생을 많이 한 캐릭터다. 후반부로 갈수록 흔들리는 선재(김강우)와 함께 마리 역시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직접 마리 역을 겪어낸 유인영은 "마리와 선재의 격한 심경 변화를 미리 알고 있었다. 이번 작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초반 시놉시스를 받을 때부터 마리의 격한 심경 변화를 알고 들어갔어요. 마음의 준비를 조금은 했죠. 그럼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매번 비슷한 역할만 들어오는 와중에 마리가 초반에라도 잠깐 밝은 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었죠.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나쁜 역할만 어울릴 줄 알았는데, 나쁘진 않았어'라는 의견이 듣기 좋았죠. 다음 작품에서는 제 연기가 조금 더 달라지더라도 편하게 봐주실 거라 생각해요."

유인영이 끌렸던 '밝은 마리' 캐릭터에 본인도, 시청자도 사실은 기대가 컸다. 초반에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역이라 행복하다"고 했던 유인영은 이제야 "행복이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다"고 고백하며 웃음을 줬다. 그리고 연기하는 입장에서 실제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부분을 짚으며 고민을 털어놨다.

"초반에는 정말로 행복했죠. 마리의 큰 감정 기복은 마음을 먹고 갔던 부분이라서 부담이 덜 됐지만 여자만의 사소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선재(김강우)와 지원(이진욱) 사이에서 갈등하는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이 어려웠죠. 마리가 나쁘게 보일까봐 걱정됐거든요. 내가 잘못해서 나쁘게 비쳐지면 어쩌지.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적정선이 어딜까. 늘 고민했어요."

유인영은 마리가 나쁜 여자로 보였다면 그건 본인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의 차가운 이미지가 역할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그는 극중 마리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기에 "선재의 사랑도 사랑이다. 마리가 선재에게 마음을 준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기억에 남는 신을 꼽으라면, 선재가 거짓 임신으로 마리를 속인 걸 알았을 때예요. 마리가 선재한테 어떻게 보면 등을 돌린 계기가 된 신이어서 감정적으로는 힘들었죠. 하지만 선재가 그렇게 된 데에 마리의 잘못도 조금은 있어요. 선재의 사랑도 분명히 사랑이고요. 마리가 지원이(이진욱)를 만나서 흔들린 걸 보고 더욱 그렇게 변한 거라 이해할 수 있죠. 마리의 변심을 '배신'이라고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조금 아쉬워요. 마리 입장에선 사실 지원인 죽은 사람이거든요. 옆에서 여전히 나를 사랑해주는 선재와 결혼하는 건 현실적으로 너무 당연한 얘기예요."

대중의 인식 속에 유인영은 늘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다. 특이한 점은 그가 다작을 하면서도 질리기보다 신선함을 유지해왔다는 것. 유인영은 "처음에는 한정적인 배역만 들어오는 게 억울했다"면서도 그 기회를 조금 더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애써왔다고 담담히 말했다.

"혼자서는 많이 억울했죠. 왜 나한테는 좀 한정적인 캐릭터만 들어올까. 고민했던 적이 없지 않았어요. 대중에게 박힌 이미지는 당시의 작품이 잘 된 덕일 뿐이에요. 사실 신인 때는 수수한 역할을 더 많이 했거든요. 모두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죠.(웃음) 예전엔 좀 억울했는데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이제는 나이도 있고 하니 계속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지, 마인드 컨트롤을 계속 해왔어요."

다소 굳어진 이미지를 바꿔가려는 유인영의 노력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눴다. 유인영은 "또 차가운 이미지의 연기를 할 수도 있을 거다. 비슷한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다른 것들을 보여주려고 차별화를 시도 중"이라며 웃었다.

"예전엔 '왜 만날 이런 역이지?' 했지만, '오 마이 비너스' 때도 그렇고 조금씩 그 안에서 다른 걸 찾으려 노력했어요. 앞으로 또 냉미녀 캐릭터를 만난다 해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이 하나라도 있다면 당연히 저는 선택할 거예요. '오마비' 때는 조금은 귀여운 내면과 얄미운 면을 내보였고, '굿미블' 때는 더 밝은 모습으로 여러분께 다가갔다고 생각해요. 더딜 수도 있지만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편안하게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유인영은 끊임없는 연기 욕심을 내보이면서도 '조금씩, 차근차근'이라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차도녀' 역할만 들어온다고 해도, 한번쯤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할 기회는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유인영은 "많이 고민할 것 같다"고 잠시 망설였다. 스스로보다는 시청자를 배려하는 태도가 의외로 다가왔다.

"변신할 기회가 오더라도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저야 의욕적이지만 받아들이는 분들이 어떨지 생각하겠죠. 오히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에요. 이를테면 영화 '화차' 같은 거요. 굉장히 인상깊게 봤거든요. 김민희 씨가 약간은 어두운 가운데서도 굉장히 많은 변화를 보여주죠. 급하게 가지 않으면서도 변화된 모습을 조금씩 조금씩 보여드리려는 게 배우로서 제가 의도하는 길이에요."

그렇게 유인영은 준비 중인 영화 '여교사'를 통해 또 한번 변신을 시도 중이다. 확실히 호흡이 빠르고, 단번에 이미지가 각인되는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이미지 변신이 조금 더 수월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 그는 "보는 분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간의 캐릭터보다 발랄한 느낌"이라고 언급, 기대를 높였다.

실제 여배우 유인영이 화면 속 '차도녀'와 가장 다른 점은 훨씬 여성스럽고 소극적이고 여린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업계에서 10년이 넘게 인정받는 이유는 그가 다진 내실이 부족하지 않은 덕이었다. 유인영 역시 그 부분을 자신의 필살기이자 장점으로 꼽았다. 늘 자신만의 포지션을 유지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조용한 강자. 바로 배우 유인영이 살아가는 법이다.

"일을 너무 어릴 때 시작해서 조심스러운 게 몸에 배긴 했어요. 외모 칭찬은 감사하지만 외모로만 승부하기 부족하다는 걸, 그래서 연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굉장히 빨리 깨달았죠. 주변에 지적해주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오히려 나서지 않고 열심히 준비해서 인정받는 게, 그런 성취감이 좋아요. 못하는데 잘한다고 절대 말을 못하고,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일부러 안해요. 그걸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 꾸준히 일을 할 수 있었어요. 물론 갑자기 주목받긴 어렵겠죠. 대신 오래 보면 알아주세요. 처음에 살갑게 대하지 못하지만 늘 진심으로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사실 제가 데뷔할 때 즈음 비슷한 이미지의 친구들이 꽤 많았어요. 지금은 아예 잊힌 사람도 있죠. 그런 점에선 저는 참 복이 많은 배우예요. (웃음)"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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