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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리더] '중국판 스티브 잡스' 레이쥔 샤오미 회장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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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워커홀릭, 판세 읽기에 재미들인 스타트업의 원조

[편집자] 이 기사는 01월 22일 오후 5시03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上편에서 이어짐>

[뉴스핌=이지연 기자] 낮잠을 즐겨자던 문학소년이 갑자기 공부에 빠져들고 승부근성이 강한 컴퓨터 학도로 변했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컴퓨터광은 숱한 실패와 좌절을 거쳐 '좁쌀국' 왕위에 올랐다. 바로 샤오미의 사령탑 레이쥔(雷軍) 회장의 얘기다.

레이쥔이 지휘하는 샤오미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휴대폰회사가 아니다. 레이쥔은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보조배터리서부터 이어폰, iHealth 스마트 혈압계, 스마트 콘센트, 체중계, 미밴드, 샤오미TV, 샤오미 박스, 블랙박스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지금의 ‘샤오미 천하’를 일궈냈다.

중국 IT업계와 네티즌들은 샤오미를 ‘대륙의 실수’라고 부른다.  중국과 같은 경영풍토에서 나오기 힘든 뛰어난 기업이 탄생한 데 대한 찬사라고 할수 있다. 한국에서는 샤오미 휴대폰 외에 학생들이 메는 샤오미 브랜드의 컴퓨터 가방까지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좁쌀 샤오미를 호령하는 레이쥔 회장의 경영 인생을 조명해 본다.

레이쥔 <이미지=바이두(百度)>

◆ 초고속 승진 “I have a dream”

1991년 7월 레이쥔은 베이징 근교의 한 연구소에 배정된다. 그의 나이 22세였다. 월급은 나쁘지 않았다. 공무원인 아버지보다 몇 배는 더 많았다. 하지만 레이쥔의 관심은 연구가 아니라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촌 거물들과의 친목도모에 있었다.

같은 해 11월 4일은 레이쥔에게 있어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컴퓨터 전시회에서 오래도록 흠모해오던 WPS 오피스 개발자 추보쥔(求伯君)과 마주친 것. 추보쥔이 건넨 명함에는 킹소프트 부총재라는 직함이 크게 찍혀있었다. 명품으로 한껏 멋을 낸 잘생긴 청년은 레이쥔에게 말할 수 없는 전율을 느끼게했다. 추보쥔을 만나면서 레이쥔의 경영인생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레이쥔을 범상치 않게 여긴 추보쥔은 레이쥔을 호텔로 초대했고 함께 오리구이를 먹으며 그에게 킹소프트 입사를 권유한다. 레이쥔은 이날 한 숨도 자지 못 했다. 후에 추보쥔은 고맙게도 직접 우한까지 찾아가  레이쥔의 초기 창업 멤버들에게 킹소프트 입사를 권유한다.

얼마 후 레이쥔은 킹소프트에 입사한다. 추보쥔이 킹소프트 창업자 장쉬안룽(張旋龍)을 만난 것처럼, 레이쥔이 보기에 자신과 추보쥔의 만남은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일대 사건이었다. 레이쥔과 추보쥔은 협력 파트너로서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레이쥔은 1992년 킹소프트 개발부 매니저로 시작해 2년 후인 1994년에는 베이징 킹소프트 유한공사 사장으로 취임한다. 그의 나이 고작 20대 중반의 일이다. 1998년부터는 회사의 모든 경영, R&D(연구개발), 상품 판매, 시장 전략을 책임졌다. 31세 때는 총재, 38세 때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일에 대한 변함 없는 열정이 선사한 값진 결과였다.

많은 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식지 않는 열정을 유지할수 있느냐"고 묻는다  레이쥔은 단 두 글자, “이상”이라고 답한다. 돈은 바닥을 드러내지만 이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또 이상이 있으면 그 어떤 유혹 앞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고 말한다.

레이쥔의 좌우명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이다. 의외로 그는 이상주의자적인 기질도 갖고 있다. 수천만 위안을 들여 WPS 오피스에 투자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는 투자측면에서 그다지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국민 소프트웨어’를 지켜냈고, 반격의 기회를 얻었다. 불법 프로그램이 판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어떻게 보면 이상주의는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레이쥔은 킹소프트에서 자신의 열정을 모두 쏟아냈다. 왕펑(王峰) 킹소프트 부총재는 일이 끝난 뒤에도 레이쥔과 사무실에서 늦은 밤까지 업무 얘기를 했다고 회고했다. 지독한 워커홀릭인 레이쥔은 킹소프트 CEO가 된 이후에는 하루에 5시간도 채 쉬지 못 하고 업무에 열중했다.

새로운 게임 출시 전, 레이쥔은 모든 임원들에게 게임 캐릭터의 레벨을 40까지 키우라고 지시했다. 레이쥔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동이 틀 때까지 게임 삼매경이었다. 타사의 인기게임까지 직접 플레이 해보면서 거의 모든 게임을 섭렵했다.  

레이쥔은 킹소프트를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변모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맹렬한 공세 속에서도 WPS를 지켰고, 기존 게임회사의 비웃음 속에서도 온라인 게임 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전략을 실시했다. 이미 다른 기업이 선점한 백신 프로그램 분야도 헛점을 파고들었다.

◆ “돼지도 태풍을 만나면 날 수 있다”

22세에 입사해서 38세가 되기까지, 킹소프트의 6번째 사원에서 CEO가 되기까지 레이쥔은 쉼 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2007년 킹소프트가 상장되고, 레이쥔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그는 16년간 몸 담았던 킹소프트를 돌연 떠난다.

레이쥔은 킹소프트를 떠나기 전 ‘보스 타운(BOSS TOWN)’이라는 TV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었다. MC가 미래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킹소프트 대표가 아닌 레이쥔으로 불리는 그 날이 오면 그때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백수’가 된 레이쥔은 공허했다. 탱크처럼 장애물들을 쓰러뜨려왔지만 심신이 모두 지치고 말았다. 그제서야 그는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장 자리에 올랐을 때 갓 학교를 졸업하고 전신국에 입사했던 마화텅(馬化騰)과 딩레이(丁磊)는 어느새 텐센트와 왕이(網易) 회장이 되어 인터넷 업계를 호령하고 있었고, 자신보다 늦게 상경해 함께 식사하기도 했던 같은 후베이성 출신 저우훙이(周鴻祎)도 치후(奇虎)360의 사령탑이 돼있었다.

레이쥔은 자신의 커리어를 되돌아봤다. “킹소프트는 알칼리성 토지에 풀을 심는 것 같았다. 왜 태풍이 불어 닥치는 곳에서 연을 날리지 않지? 돼지도 태풍을 만나면 날 수 있는데”. 생각을 정리한 레이쥔은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이후 3년 6개월이라는 세월 동안 레이쥔은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엔젤 투자자로 거듭난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전자결제, 게임 등 분야에서 투자하는 족족 큰 수익을 냈다. 어떤 기업 회장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온 중국이 레이쥔의 실험 밭”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면서 레이쥔은 더 넓은 시야로 인터넷 생태계를 관찰했고, 그 결과 모바일 인터넷, 전자상거래, SNS 분야에 무한한 잠재력이 있음을 깨닫는다.

레이쥔은 ‘수’와 ‘흐름’을 몹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취미인 바둑과 스키도 수와 흐름이 중요한 스포츠다. 특히 대세를 따른다는 의미인 ‘순세이위(順勢而為)’는 입에 달고 살 정도다. 대성하려면 대세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레이쥔은 그의 40세 생일 저녁, 중관촌 근처에서 친구 몇 명과 만나 술자리를 갖는다. “무작정 산 위로 바위를 굴리다간 지치기만 한다. 또 위에서 굴러오는 돌에 맞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정상에 올라야 한다. 그 다음에는 내 마음대로 바위를 굴릴 수 있다”

◆ 샤오미와 ‘레이잡스’의 탄생

사람을 중시하는 레이쥔은 본격적인 창업에 앞서 몇 개월간 직접 발품을 팔며 인재 찾기에 나선다. 적합한 인물을 발견하면 “yes”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 결과 린빈(林斌) 구글 중국공정원 부원장, 황장지(黃江吉)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공정원 개발총괄, 훙펑(洪峰) 구글 중국 고급상품 매니저 등 걸출한 인재 6명을 발굴, 초특급 창업팀을 꾸린다. 이 엄청난 라인업을 본 글로벌 기술업체 직원들은 구름처럼 샤오미로 몰려들었다.

2010년 4월, 불혹을 갓 넘긴 레이쥔은 마침내 샤오미를 창립한다. “킹소프트에서의 16년은 내공을 다진 시간”이라며 이제는 ‘태풍’을 만나 날아오를 때라고 판단한 것. 그 해 8월, 모바일 운영체제 MIUI가 탄생했고, 이듬해인 2011년 8월에는 샤오미의 첫 휴대폰 Mi1이 출시된다.

샤오미의 휴대폰 판매량은 2012년 719만대, 2013년 1870만대, 2014년 6112만대로 고속 성장한다. 바로 이 무렵 레이쥔에게 ‘레이 잡스’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중국판 스티브 잡스인 셈. 한 업계인사는 레이쥔을 두고 “이전(킹소프트 재직 시절) 인터넷 물결은 타지 못 했지만, 모바일 인터넷 물결은 탔다”고 평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은 중국 국영매체 CCTV 경제인물 시상식에서 샤오미의 핵심은 마케팅이라고 한 적 있다. 레이쥔은 그 자리에서 마윈에게 샤오미의 핵심은 ‘헝그리 마케팅’ 등이 아니라 제품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최고의 제품이 최고의 마케팅”이라며 혁신적인 제품이 곧 샤오미의 생명력이라고 설파한다.

만약 지금의 레이쥔을 있게 해준 10명을 꼽는 다면 그 중에는 기술지원팀 신입 사원 한명을 빼놓을수 없다. 이 패기 넘치는 신입사원은 상사의 지시를 잘못 알아듣고 레이쥔이 몇 년간 어렵사리 모은 프로그램 코드를 전부 포맷해 버렸다.  황당한 일이었다. 하지만 레이쥔은 그이후 자신의 프로그램 코드에 빠져지내던 습관에서 벗어나 경영에만 집중할수 있었고 덕분에 지금의 샤오미를 일궈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적도 있다. 어느 날 레이쥔이 새로 이전한 사무실로 출근을 하는데 입구에서 사원증이 없다고 경비원에게 가로막혔다. 레이쥔은 몹시 신사적인 말투로 “제 성은 레이입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호한 경비원은 “당신 성은 알 바 아니고 사원증이 없으면 절대 못 들어 간다”고 했다. 결국 레이쥔은 행정 매니저를 불러 겨우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레이쥔이 강조하는 원칙 경영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하는 에피소드다.

2015년 샤오미는 70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했다. 목표했던 8000만대는 달성하지 못한 것. 레이쥔은 올 초에 열린 샤오미 연례총회에서 우울한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냈고, 이어 ‘즐거우면 OK’를 2016년 가장 중요한 경영모토로 제시했다. 여기서 가리키는 즐거움은 목표가 있는 즐거움이다.

레이쥔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중간관리자와 핵심성과지표(KPI)를 없애고 제품 혁신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100번 이상의 수정을 거쳐 신제품 발표회 PPT를 만드는 것처럼 그는 자신의 모든 역량과 열정을 그의 마지막 종착지인 샤오미에 바칠 것이다.

샤오미에 위기가 닥쳐도 수 읽기에 강한 레이쥔은 또 다른 ‘대세’를 찾아내며 그의 좁쌀국을 굳건히 지켜낼 것이다. 2016년 핵심 키워드로 ‘과감한 탐색’을 택한 레이쥔. 그가 ‘레이잡스’라는 별명을 벗고 ‘레이쥔’ 그 이름 그대로 불릴지 올 한해 샤오미의 경영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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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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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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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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