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지연되면 안 된다"...내주 서별관 회의
[뉴스핌=노희준 기자] 임종룡(사진) 금융위원장이 21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향해 한진해운의 조속한 구조조정 방향 결정을 촉구했다. 산업은행을 통해 전달한 최후통첩에 결단을 내리라는 압박이다. 정부는 내주 서별관회의(비공개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한진해운 처리 방향을 논의한다.
임 위원장은 이날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뉴스핌 창간 13주년 기념 '제5회 서울 이코노믹 포럼'에 참석한 후 기자와 만나 한진해운 향방과 관련, "그건 그쪽에서 판단을 정확히 할 것이다. 더 고민하셔야 할 것"이라면서도 "(구조조정 방향)그런 것이 지연되지 않고 빨리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산업은행을 통해 한진해운에 기존 자구안보다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말 조양호 회장을 직접 만나 이런 입장을 전했다.(8일자 [단독] 이동걸, 조양호 만나 한진해운 정상화 방안 주문 참고)
한진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한진해운을 지원해 독자 생존을 도모하거나, 용선료 인하나 채무재조정 등으로 현대상선과 같이 채권단 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는 양자택일을 하라는 것이라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 위원장은 이동걸 회장과 조양호 회장의 만남에 대해 "(한진그룹이)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판단을 듣고, 산은이 (해법을) 도출해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주채권은행으로서 당연히 요구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 금융당국 안팎..."결국 현대상선 길 따를 것"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한진해운이 결국 채권단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자율협약밖에 방법이 없다고 본다"며 "최대주주가 독자적으로 살리려면 돈을 대거 투입해야 하는데 그래도 기업이 살아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최대주주는 대한항공으로 이미 2014년 중 4000억원의 유상증자, 1960억원의 영구교환 사채에 대한 실질적 신용공여 제공, 올해 2월에 22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인수 등으로 직간접적 지원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이후 대한항공의 회사채 발행이 흥행에 실패하는 등 여타 계열사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한신평은 대한항공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이런 이유 등으로 지난달 30일 기존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떨어트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진해운도 협약채권과 비협약채권 비율이 3대7"이라며 "자율협약을 하게 되면 사채권자 집회, 용선료 인하 등 현대상선과 같은 길을 밟아야 할"이라고 말했다.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보통 출자전환, 감자 등이 이뤄져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간다.
◆ 이르면 내주, 서별관회의.. 한진해운 처리 방향 논의
정부는 이르면 내주 서별관 회의에서 한진해운 등 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해 논의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회사채 만기가 계속 돌아오기 때문에 결단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847%, 총차입금 규모는 5조6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은행차입금, 회사채 및 선박금융 등 총 1조5000억원 수준이다. 당장 6월에는 1900억원, 9월에는 310억원의 공모채 만기가 돌아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현대상선의 길을 가든, 그룹차원의 지원을 하든 빨리빨리 가자는 입장"이라며 "우리는 기업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보고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국적선사가 꼭 있어야 한다는 사항은 생각하는 부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