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연 기자] 글로벌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인 홍콩 경제가 쇠퇴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때 영화를 누렸던 홍콩항의 물동량은 세계 5위로 밀려났고, 부동산 시장 및 통화가치 안정성에도 경고음이 켜졌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예상 경제 성장률을 1.6%로 낮추며 홍콩 경제를 암울하게 전망했다.
왕젠(王建) 중국 거시경제학회 부회장은 ‘중국통계연감(2015)’을 통해 홍콩 경제가 하강하는 이유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이미지=바이두(百度)> |
◆ 해외이전에 따른 공업 쇠퇴 성장 위축 초래
제조업의 장기 쇠퇴는 홍콩 경제 하강의 주요인이다. 홍콩은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 이후, 경공업 위주의 제조기반을 광둥성 등 중국 본토로 대규모 이전시켰다.
홍콩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은 당시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다른 '4마리 작은 용'들 보다 훨씬 전면적으로 추진됐다. 이 결과 1997년 아시아 외환난을 거치면서 홍콩의 제조 공업 기반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급속히 약화됐다.
1970년대, 1980년대 홍콩 총생산량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 20% 이상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접어들자 5%로 추락, 2010년에는 1.7%에도 미치지 못 했다.
홍콩의 총생산량 대비 공업 비중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1/4~1/5 수준에 불과하다.
◆ 경공업에서 바로 서비스 전환, 중국 제조성장 혜택 반감
1980년대 중국 본토에서는 개인소득과 경공업 성장이 줄곧 저축과 중공업 성장을 앞질렀다. 이러한 성장모델은 홍콩 제조업의 대규모 본토 이전과 궤를 같이 해 동반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광둥성은 북방지역보다 경공업 비중이 훨씬 높아 지리적 이점을 지닌 홍콩은 더욱 수월하게 이 지역으로 경공업을 이전시킬 수 있었다.
홍콩의 중국 본토 투자구조를 보면, 투자액의 60%가 광둥성 중부 주강삼각주에 집중돼 있다. 또 1/3 이상의 홍콩 기업이 주강삼각주에 등록함으로써 개혁개방 이후 광둥성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주강삼각주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홍콩 또한 막대한 수익을 거뒀으며, 중계무역과 수출입무역의 고속성장으로 70년대말~90년대말까지 홍콩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중국에서 가전 대신 주택, 자동차 등 고급소비재 수요가 늘어났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고급소비재 수요 폭발이 중국 경제를 이끄는 형세가 됐다.
주택과 자동차 생산은 반드시 중공업이 뒷받침 되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중국의 공업구조는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점차 변모했고, 2010년이 되자 총생산량 대비 중공업 비중은 90년대 초기 50%에서 71.4%로 껑충 뛰었다.
중국의 산업구조 전환과정과 달리 홍콩은 중공업 단계를 건너뛴 채 곧바로 금융, 부동산, 무역, 문화, 관광, 교육 등 서비스업으로 산업을 전환했다.
이에 중국은 홍콩 경제로부터 산업 업그레이드 동력을 얻기 힘들어졌고, 홍콩 또한 중공업 위주인 중국 경제 고속성장의 과실을 좀처럼 맛보지 못 했다.
한편 선진국 제조업이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 대거 이전하면서 동아시아 산업 및 무역구도가 크게 바뀌었다. 한국, 일본 등은 중국과 분업체계를 형성하며 대중국 부품 공급에 열을 올렸다.
시간이 지나자 미국, 유럽과 무역을 실시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무역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홍콩은 제조업 위축으로 중국 본토 제조업과의 연계가 점차 느슨해지며 80년대와 같은 동반 고속성장이 크게 차질을 빚었다.
80년대 말, 중국과 아시아 무역 총액 절반에 달하던 중국과 홍콩의 무역규모는 현재 15%까지 추락했다.
◆ 금융허브 물류 경쟁력 상하이 등 본토에 추월
중국 실물경제 발전과 맞물리기 힘든 홍콩 서비스업은 경제 하강을 부추기는 주요인이다.
중국에서 중공업이 빠르게 발전하며 기존 중점발전 지역인 주강삼각주의 공업, 무역, 투자활동이 모두 동부 연안지역, 특히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장강삼각주로 옮겨갔다.
지리적으로 봤을 때 홍콩은 장강삼각주 권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강점인 서비스업 우위를 발휘하기 힘든 구조다. 또 공업 방면에서의 광둥성 지위 하락은 홍콩 서비스업 발전에 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강삼각주 지역의 기초 인프라와 서비스업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서비스업의 ‘본토화’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홍콩 경제 침체를 초래했다.
현재 주강삼각주에 건설 중인 고속철이 개통되면 반경 300km 범위를 1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어 서비스업의 ‘탈홍콩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금융과 물류는 홍콩 서비스업의 양대 산맥으로, 홍콩 총생산량의 41%를 차지한다.
중요한 것은 금융과 물류가 홍콩의 다른 서비스업보다 더 우위를 갖는 이유가 이 두 산업이 중국 본토의 실물경제와 가장 긴밀히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짚었듯 중국 실물경제가 홍콩 서비스업과 분리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홍콩의 금융과 물류 산업 우위는 중국의 서비스업이 발전함에 따라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콩 대신 상하이가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우뚝 설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한편 홍콩은 중계무역이 감소하자 역외무역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 분석에 의하면, 홍콩의 역외무역액은 중국 본토 전체 무역액의 13~14%다.
하지만 역외무역 방식의 부가가치율은 상품 수출과 중계무역보다 훨씬 떨어진다. 따라서 이는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