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투자자, 후강퉁 메리트 적어… A주는 한도 소진"
[뉴스핌=김성수 기자]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일대 전환점인 후강퉁(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 주식 교차거래 시스템)이 시행된 첫날 중국 현지와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엇갈린 분위기가 연출됐다.
1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내국인들이 홍콩 주식에 투자하는 '강구퉁'에서는 반응이 미지근했다.
상하이의 한 중소형 증권사 트레이더는 "홍콩 주식을 사고 싶은 중국 현지 투자자들에게 후강퉁은 그리 큰 의미가 없다"며 "(후강퉁에 따른) 반사 효과는 제한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내 대규모 자산운용 매니저들도 후강퉁이 시행된 지 며칠이 더 지난 후에 판단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중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자 면세 혜택에 대해서도 기관투자자들은 즉각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상하이 증시는 소폭 하락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70포인트, 0.15% 내린 2475.12에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선전 CSI 300지수는 0.54% 하락한 2567.10에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90.30포인트, 1.21% 하락한 2만3797.08에 마쳤다.
일부 헤지펀드와 소매투자자들은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에 모두 상장된 주식들 간 차익을 얻으려고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그나마도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중국 정부가 후강퉁을 처음 선언한 지난 5월에 투자자들이 이미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사들이면서 양 쪽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항셍 AH 프리미엄 지수는 이날 102로 집계되며 앞서 95에서 상승했다. 이 지수는 상하이 증시의 중국인 전용 A주와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 H주에 동시에 상장된 종목의 주가 차이를 나타낸다. 지수가 100을 넘었다는 것은 상하이 A주와 홍콩 H주에 동시 상장된 AH주의 가격차를 이용한 매매가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반면 홍콩 및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하이 증시에 투자하는 '후구퉁'은 예상대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상하이 증시에서는 후강퉁이 실시된 지 5분만에 투자자금 50억위안(약 8930억5000만원)이 몰렸다. 10분이 지나서는 거래대금이 65억위안(약 1조1600억원)을 넘어서면서 하루 투자 한도의 절반을 순식간에 채웠다.
스티븐 선 HSBC 중국 주식 전략부문 대표는 "후강퉁을 통해 중국 본토와 홍콩의 자본시장 통합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딘 것"이라며 "하나의 국가와 하나의 시장을 향한 움직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구퉁보다 후구퉁 거래가 활발했던 이유로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중국 투자자는 개인이 대부분인 반면, 후구퉁 투자 자금은 헤지펀드 등 기관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