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연,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요구 가이드라인 제시
[뉴스핌=이준영 기자] 국민연금이 저배당 기업들의 배당 수준을 강제적으로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국민연금의 저배당 기업에 대한 리스트 제작, 저배당 이유 소명 요청, 리스트 공개, 주주제안권 행사 방안 등이 담겼다.
13일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인석)과 국민연금공단(이사장 최광)은 국민연금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국민연금의 배당 기준 수립 방안'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국민연금이 저배당 기업들에게 배당 확대를 요구할 수 있는 방안이 발표된다.
특히 이번 방안에서 주목할 점은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 요구를 강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담겼다는 부분이다. 저배당 기업들 리스트 제작, 배당 과소 이유 소명 요청, 리스트 공개, 주주제안권 행사 방안 등이 그것이다.
자본연은 우선 국민연금이 기업과 사적 대화(면담)를 통해 자발적으로 배당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배당확대에 호의적이지 않은 기업 현실을 감안할 때 이를 강제할 방안도 필요하다는 입장.
그 방안의 첫째 단계는 저배당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중점감시기업 리스트(포커스 리스트) 작성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저배당 기업들에게 낮은 배당 정책에 대한 소명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 후 소명이 적절하지 않은 기업들을 중점감시기업 리스트에 포함한다.
중점감시기업 리스트는 비공개 작성한다. 그러나 리스트에 포함된 후에도 해당기업이 배당을 늘리지 않으면 리스트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민연금이 간접적인 주주제안을 행사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이는 국민연금이 다른 주주의 배당 관련 제안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요구 가이드라인 <출처:자본시장연구원 발표 자료> |
이번 토론회는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배당수준이 글로벌 기준보다 매우 낮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문제의식을 전제한다. 저배당 기조는 외국인 순투자 규모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배당 기조가 주식 비중 확대를 통해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국민연금기금의 자산운용에 걸림돌이라는 인식도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최근 정부가 연기금의 배당관련 주주권 행사 제약요인을 완화하는 방침과 연결된다.
정부는 지난 7월24일 국민의 배당소득을 높이기 위해 연기금이 배당정책에 관여하더라도 경영참여 목적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목적 투자에 따른 불이익(단기매매차익 반환)을 완화해 배당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배당관련 주주권 행사 강화를 위해 관련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저배당 기조에서 배당을 합당한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국민연금의 정당한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하나의 기관투자가만 하면 그 효과가 작을 수 있으니 여러 기관들이 함께 해야 목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관투자가의 이러한 행위는 기관에 돈을 맡긴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해야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가 신중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정부의 영향력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준영 기자 (jlove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