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실사 이후 '고정'으로 재분류 전망
[뉴스핌=김연순 기자] 오는 7일부터 동부제철에 대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 개시될 예정인 가운데 은행권이 동부제철 여신에 대한 추정 손실률을 7~10% 수준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율협약 이후 실사를 통해 손실률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채권은행들이 추정 손실률을 바탕으로 반기 말(6월 말) 기준 동부제철 채권에 대해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는 커도 2000억원 안팎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6월 말 기준으로 채권은행들에게 동부제철 자율협약 개시에 따른 손실률 추정치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해당 채권은행들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동부제철 여신에 대한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했지만, 최근 매각계획 실패와 이에 따른 자율협약 개시 등을 고려해 '요주의' 수준으로 재분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전성 분류 기준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뉘는데 '고정' 이하부터 부실채권으로 분류돼 충당금 적립기준이 대폭 높아진다.
은행들은 자체적인 평가모형을 통해 동부제철 여신에 대한 손실액을 추정하고 건전성을 분류하게 되는데 실사 이후 손실률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요주의 수준에서 충당금을 쌓겠다는 얘기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반기 기준으로 (동부제철 인천공장 패키지 딜 등) 매각계획이 실패한 것과 채무상환능력이 안좋아진 것을 반영할 것"이라며 "다만 은행들이 손실률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는 자체 평가모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주에 은행들에게 (동부제철 채권에 대한) 손실 추정치를 요청했고 현재 은행들이 내부평가모형을 통해 결정을 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은행들이 건전성 분류상 요주의에 해당하는 손실률 7~10% 정도 수준에서 추정치를 낼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동부제철에 대한 은행권 여신은 1조9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KDB산업은행이 1조원으로 가장 많고 수출입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2000억원, NH농협은행 1750억원, 하나은행 1200억원, 신한은행 1000억원, 외환은행 230억원, KB국민은행 50억원 수준이다. 손실률 7~10%을 반영할 때 은행권이 쌓아야 할 충담금은 1300억~2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동부제철에 대한 채권단 및 회계법인의 실사 이후에는 해당 채권이 고정이하의 부실채권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은행권의 동부제철 여신에 대한 충당금 규모는 4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은행법 시행령'과 '은행업 감독규정'개정을 통해 채권재조정 여신에 대해선 채권재조정 인식 시점에서 건전성 분류를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에 대한 자율협약 개시 이후 2~3개월 간 실사를 거쳐 채권재조정이 이뤄지게 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실사를 할 경우 9월 결산 때는 제대로 된 (손실액에 대한) 평가가 나올 것"이라며 "실사 결과 손실률이 20% 이상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통은 다 (여신 건전성을) 고정으로 분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