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라이브
KYD 디데이
News

[김윤경 국제칼럼]유효한가, '삼바 마케팅'?

기사입력 : 2013년06월26일 12:08

최종수정 : 2013년06월26일 12:08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여의도에 있다 보니 국내 증권사들의 동향을 남들보다 빨리 알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 증권맨들의 전언도 있지만 증권사들이 어떤 상품에 무게 중심을 두는 지는 입간판이나 플래카드가 바뀌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최근엔 브라질 채권을 사라고들 외치고 있다. 오늘도 그런 글귀를 보면서 출근했다.

브라질? 이달 초 브라질 정부는 헤알화 가치가 너무 떨어지자 외국 자본이 자국 금융시장에 투자할 때 받았던 토빈세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채권에 한해서였다.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상품에 대해선 여전히 세금을 물린다.

세율이 6%나 됐던 토빈세가 폐지되니까 곧바로 여의도 증권가에선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라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은행에 넣어둔 돈은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받고 있으니 어디든 매력적인 투자처를 제시해야만 돈을 끌어올 수 있는데, 이 참에 브라질 정부가 보낸 러브콜이 반가웠을게다. 언론도 이에 부응한 면이 없잖다. 조세 협약에 따라 자본소득과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까지 되는 조건은 매력적이라고들 소개했다.  

금융 시장이 해당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꼭 같은 방향성을 갖는 건 아니라지만, 시장은 기대감을 선반영한다고는 하지만 브라질이라니. 여러 해 전 자원 부국인 러시아와 함께 브라질에 투자하라던 이른바 '러브 펀드', 브라질에만 투자하는 '삼바 펀드' 열풍이 불었다가 급격하게 식었던 게 떠올랐다. 초유의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 시장이 예외없이 얼어붙었고 지난해 브라질 투자 펀드는 운용사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대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브라질의 경제 성장세가 눈부셨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재임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경제 성적표는 매우 좋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07년 6.1%, 2008년엔 5.2%를 기록했고 2009년엔 뒷걸음질을 쳤지만 2010년 다시 7.5%에 달했다.

얼마 전까지 증권사 보고서엔 브라질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내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브라질이 2014년 월드컵에 이어 2016년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하계 올림픽까지 여니 기대할 만하다는 사실이 강조됐다. 우리나라가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경제적 위상이 크게 올랐던 것을 상기시키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토빈세 폐지를 들먹이며 증권사들의 마케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력적인 투자 대상지로만 보기엔 브라질 경제가 얼마나 큰 모순을 갖고 있으며 여기서 빠져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가 만천하에 공개돼 버렸다.

브라질 거리 시위대의 모습(출처=인디펜던트)
상파울루 버스 요금 인상이 시발점이었다. 브라질 역시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곤 공공요금이 묶여 있다가 그것이 지나면 인상되는 전형적인 악순환 구조를 보여왔는데 당국이 2011년 이후 동결됐던 버스 요금을 20센타보(9센트) 올리려고 했다가 전국적인 반 정부 시위를 불러오고 만 것이다.

왜 버스 요금이었을까. 버스 요금이 서민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빈부격차로 세계 1위를 다투는 나라다. 중산층의 상징은 자동차를 모는 것이지만 아직은 그런 수준이 못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런데 대중교통 요금은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 것도 아니다. 버스는 늘 손님으로 가득 차 있고 열기로 후끈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파벨라(Favela)라고 불리는 슬럼가에 살면서 기차로도 왕복이 3~4시간이나 걸리는 일터에 다녀오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브라질의 올해 최저임금은 678헤알(약 35만원). 버스요금이 3헤알(1570원)이니 한 달에 20일만 일한다고 해도 버는 돈의 5분의 1은 꼬박 교통비로 쓰는 셈. 그걸 3.2헤알로 올리겠다는 발표에 부글부글 끓고 있던 민심이 임계치를 넘어 폭발했다. 식품이나 주택 등 다른 물가도 살인적인 상황이다. 물가 상승률은 이미 정부의 목표치 상한(6.5%)까지 치솟아 있다.

물가 상승세를 누르고 외국인 투자도 유치하는 효과를 내겠다고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8.0%까지 끌어 올린 상황. 거시 경제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미시적으로는 서민들에게 부담이 가는 정책이다. 통화정책만 보면 성장 지향적인 건 아니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열악한 교육과 의료 시설과 품질도 불만인데, 나라에선 세계적인 운동 경기를 유치했다며 이른바 '피파(FIFA) 스탠다드'에 맞춰 경기장 짓고 하는데 돈을 퍼붓고 있으니 폭발한 민심이 거리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 월드컵 경기 유치에만 133억달러, 올림픽엔 180억달러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들이 아프면 경기장으로 데려가야 할 판"이라고. 일부는 이렇게도 외친다. "네이마르(유명 축구선수)보다 한 명의 좋은 선생님이 더 가치 있다"

브라질의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착시 효과가 있다. 경기장 등을 짓는 일시적인 건설 수요에 따른 것이다. 여전히 대학 졸업자들은 직장 찾기가 어렵다.

경제만 문제는 아니다. 만성적인 정부내 부패, 경찰의 과잉진압도 분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번 시위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선 '브이 포 비네거(V for Vinegar)' 혹은 '샐러드 혁명(Salad Revolution)'으로 불리고 있다. 한 저널리스트가 최루탄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식초(곧잘 샐러드 드레싱에 쓰이는)를 쓰려고 병채 배낭에 넣어갔다가 폭발물을 만드려는 것으로 오해받아 연행됐던 상황을 미래 시점의 정치적 전복을 그린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제목에 대입해 만든 조어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출처=월스트리트저널)
룰라의 후광을 받고 지난 2011년 집권한 지우마 바나 호세프 대통령은 20여년만에 대규모 시위가 가라앉을 줄 모르자 정치개혁 국민투표 카드를 내놨다. 

그러나 당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를 통해 법을 개정해 교육과 의료 등 국민들이 원하는 복지를 지원해 주기엔 서둘러도 수 년이 소요된다. 그리고 브라질의 재정은 그런 여력도 없다. 지난 분기 성장률은 0.55%였고 올해 전체로 2%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세프 대통령이 시위대에 대해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너무 피상적이라 지적받고 있다. 그는 "브라질은 민주 국가가 되기 위해 많은 투쟁을 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도 도달하기 쉽지 않았고, 지금 거리에 나와 있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도 도달하기 쉽지 않다"고 했을 뿐이다.

호세프 대통령이 너무 혼자서 머리로만 생각하려고 하고 실제 논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의 접촉을 늘리지도 않고, 각료들과의 협의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게릴라 전력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데 보수층의 지지를 잃게 될까봐 두려워해서란 지적이다.

그런데 이런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라고? 

아직까지 상당수 전문가들이 시위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성장률은 당분간 저조할 것이 분명하고, 지난 금요일 달러화 대비 4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헤알화 가치는 불안해 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증시는 올들어 20%나 내렸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브라질 주가지수 추이(출처=CNN머니)

브라질 경제에 대해 알면 더 알게 될 수록 '한철 장사'에만 매달리고, '아니면 말고' 식이 여전한 증권가 마케팅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언제나 '매수'만 추천하는 것에서 느끼는 공허감과 다를 바 없는 느낌. 또한 물가냐 성장이냐 진퇴양난 상황에서 움쭉달싹 못하고 있는 브라질 상황은 우리와도 크게 다를 바 없기에 더 주시하게 된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사진
"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