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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 총수의 발언과 재계의 고민

기사입력 : 2012년05월25일 14:22

최종수정 : 2012년05월25일 15:42

 

[뉴스핌=이강혁 기자]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하고 나라의 복지를 많이 기대하고 이런 점에서 유럽이나 일본이 다 어렵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3주간 유럽과 일본 시장을 둘러보고 지난 24일 귀국하면서 꺼낸 말이다.

유럽경제는 예상보다 더 심각했고, 일본경제 역시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으며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한 문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총수가 진단한 발언 속에서 최근 우리 재계의 고민이 오버랩된다.

물론 이번 발언은 이건희 회장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내놓은 발언은 분명 아니다.

더구나 우리 경제가, 또 우리 국민들이 일하기 싫어하고 복지를 너무 바란다는 의미로도 결코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

유럽과 일본이 처한 현재의 상황이 태생적, 문화적 차이가 분명한 우리 사회구조와 맥락을 그을 수 있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진단한 유럽과 일본 경제위기의 한 단면은 우리 정치권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올해 선거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재계에서는 그동안 정치권의 비현실적이고 반시장적인 복지 공약을 가장 우려해 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복지 공약은 사실 국민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복지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갈길이 먼게 현실이다.

하지만 선거철에만 남발되고 지켜지지 않는, 그런 '표심'만을 위한 복지 공약을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봐 왔다.

올해 총선 역시 기업의 경영현실이나 경제구조의 근원적인 고민과는 다소 거리가 먼 근시안적 공약이 줄을 이었다.

단적으로, 기업에게 무조건 근로시간을 줄이고 정년을 늘리라는 가 하면, 청년고용 할당을 의무화한다거나 법인세를 늘려 마련한 재원으로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선심성 공약도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조차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던 부분이다.

기업을 옥죄서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경제활성화와 서민경제에 선순환적인 해법인지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앞다퉈 복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도 이런 공약이 얼마나 이루어질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 단체들은 그동안 무분별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안정된 노사관계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환경조성을 정치권에 요구해 왔다.

대내적으로 수많은 위험과 싸우고 있는 기업 현실에서 선거과정에 나온 불합리한 공약이 진정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묻고 되물었던 것이다.

선거 때만되면 '재벌' 논쟁에 불을 붙이고, 한국경제의 큰 틀인 대기업 때리기는 더더욱 거세진다. 올해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재계의 한 인사는 "양극화 문제 등은 대기업 입장에서도 누구보다 고민하고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려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진정한 복지와 진정한 상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서 과도한 규제책과 실효성 낮은 표심용 공약이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우리 경제와 우리 기업들은 현재, 예사롭지 않는 위협 속에 서있다. 글로벌 경제의 이상기류 속에서 우리 시장경제와 기업경제 모두 하향곡선이 뚜렷하다. 각종 경제지표도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성장이 더뎌진 기업경제를 옥죄며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한 복지 확대를 모색한다면 또다른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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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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