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불어온 한류(韓流) 바람이 금융권까지 확대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쏟아지는 러브콜은 이미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외환외기를 통해 얻은 경험과 글로벌 탑티어로 거듭난 국내 기업, IT인프라, 그리고 우수한 인재는 국내 금융시장의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인 뉴스핌(www.newspim.com)은 창간 9주년을 맞아 국내 증시 및 금융투자업계에 불고있는 한류현상을 점검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뉴스핌=정지서 기자]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국내 금융사들은 글로벌 IB에 뒤지지 않습니다. 한국의 금융 실크로드 개척은 문제없이 진행될 겁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008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국내 증권사들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한국 금융의 인프라를 수출해 진정한 금융 허브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바람이 담긴 말이었다.
아직 증권사의 해외시장 공략은 은행권에 비해 미미한 게 사실이다. 이미 국내 은행들은 해외 시장에 130여개의 지점에서 70조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100여개의 지점에서 지난해에만 700억원 가량의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
하지만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믿음이야말로 증권업계의 마음가짐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대형IB를 앞세워 장기적인 시장 공략으로 금융 영토를 넓히겠다는 게 이들의 속내다.
◆ 금융영토의 확장, BK->IB로 업무도 확장해야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홍콩시장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는 15개사다. 삼성, 대우, 한국투자, 현대, 미래에셋, 하나대투 등 대형사는 물론 대신, 동양, 메리츠종금, 리딩투자, 신한, 키움, HMC투자, KB투자, SK 등이 그 주인공.
베트남에도 대우, 우리, 한국투자증권을 필두로 미래에셋, 신한, 현대, SK 등 9개사가 진출해 있으며 싱가포르 5개사, 인도네시아 3개사 등이 진출해 있다.
그간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이 진행됐다면 베트남과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 모두는 현지 법인이나 지점 사무소 형태로 해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자산관리까지는 아니지만 현지인을 상대로 한 브로커리지 영업이 주된 사업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B업무 보다는 손쉽게 할 수있는 브로커리지 매매가 해외시장에 진출한 증권사의 주된 업무가 되고 있다"며 "브로커리지를 벗어나 IB영역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부문에 진출할 수 있을 때 현지법인의 영업손실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IB업무의 경우 현지 네트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간 준비로는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는 "하지만 금융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우리나라의 선진 금융이 쉽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IB를 향한 도약 역시 동남아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국거래소, 라오스·캄보디아를 가다
한국거래소가 라오스와 캄보디아에 본격 진출함에 따라 증권업계의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은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중국도 시장진입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어 주도면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거래소는 내달 캄보디아 정부와 합작해 설립한 캄보디아 증권거래소의 문을 연다.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는 자회사인 코스콤과 함께 캄보디아 증시에 적합한 IT 시스템을 개발해 모의시장 운영까지 마쳤다.
또한 거래소는 오픈과 함께 국영 프놈펜수자원공사를 1호 기업으로 상장한다. 첫날 기업공개(IPO)를 통해 모집할 자금은 822억 리엘, 약 230억원 가량이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해 1월 라오스에도 합작 거래소의 문을 연 바 있다.
동양증권 한 관계자는 "현재 상장 기업 수가 400개 수준인 베트남증권거래소를 고려했을때 캄보디아거래소의 상장 기업 수는 매년 10여개씩 증가할 것"이라며 "천연자원의 보고로서의 가치와 최근 경제 성장률을 감안하면 상장 기업수 및 거래소의 역할을 매년 기대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일부 증권가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최근 중국과 일본이 이들 지역에 눈독을 들이면서 그간 쌓아온 노력이 남의 나라에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박리다매' 형태의 종잣돈을 쏟아부어 카프타(CAFTA·중국-아세안 FTA)를 내세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
그는 "한국형 주식거래 시스템이 전파된 라오스나 캄보디아 같은 경우 국내 증권사들의 활발한 진출 및 투자가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최근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선진국들의 도전이 거세 '남 좋은 일'만 시켜준 꼴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현지화·당국 지원, 시장 진출위한 필수조건
올해 증권사들은 현지 증권사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진출로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미 현대증권을 비롯한 대우증권이 신규점포 개설을 위해 현지 증권사 인수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화"라며 "기존의 현지 증권사 지점을 인수하게 되면 고객은 물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있어 시간을 비롯해 물적 자원을 크게 절약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언급했다.
뿐만아니라 국내외 금융당국의 정책적 협조 역시 필수적이다. 금융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이 금융 허브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달 초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베트남 시장 진출을 준비중인 국내 증권사의 지원사격을 위해 베트남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베트남 정부가 완화하기로 한 외국인 상장기업의 투자지분 제한 폭이 다소 좁아질 것으로 보여 국내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베트남을 찾았다"며 "추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증권업계의 해외 진출을 위한 도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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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