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일본 열도를 뒤흔든 대지진은 아직 어려운 세계 3위 일본 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이번 사태는 세계경제 회복세을 중단시키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난 12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예상했다.
지난 11일 발생한 진도 9의 강진은 1만 명이 넘는 사상자와 실종자를 발생시켰고, 산업 및 인프라 기반시설을 파괴했고, 전기, 통신 및 운송수단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원전 폭발과 방사능 유출로 인한 피해가 크게 우려된다.
이번 대지진은 중동 불안사태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데다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 파장이 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일본은 재정지출 여력이 많지 않고 금리가 이미 제로(0%) 수준이라 추가 완화정책이 쉽지 않은 조건이라 대지진의 충격을 흡수할 여력도 적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재해 복구를 노력에 따른 경기 활황 요인이 초기의 자연재해가 가지는 부정적인 영향을 흡수하는 것이 과거 경험, 특히 1995년 고베 대지진의 사례에서 이미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지진이 도쿄에서 가깝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농어촌 지역에서 발생한 만큼, 고베 지진 때보다 일본 경제의 전체 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판단된다.
이와 관련해 컨설팅업체 IHI 글로벌 인사이트의 내리먼 베라베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일본 대지진이 세계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일본 재정적자 면에서는 우려가 커지겠으나, 일본은 심각한 문제없이 이번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베라베시는 재해 복구 효과를 감안할 경우 이번 일본 대지진은 올해 일본의 실질경제성장률 전망치 1.2%에서 약 0.2%포인트 정도 삭감하는 충격을 보이는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다.
다른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대지진이 '자본스톡'에 미치는 충격이 관건이 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즉 민간의 공장 등 제조업 설비와 도로 및 전력망 등 공공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이 문제다.
한편 고베 지진의 사례에서 볼 때 이번 대지진도 직접 충격을 받은 지역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경제는 마치 미국이 2005년 카트리나 허리케인 피해 사태에서 그랬던 것처럼 신속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콜럼비아대학의 일본전문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웨인스틴에 따르면 고베 지진 때에도 일본 경제는 경기침체로부터 회복하는 중이었고, 엔화 강세는 핵심 수출경제에 부담이었다. 하지만 지진 발생 시점인 2005년 1월에 산업생산은 2.6% 급감했지만 재해복구 노력 등의 효과 덕분에 같은 해 2월과 3월에는 생산이 3%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
고베 지진은 제철 및 자동차 등 일본 산업 중심부를 타격했고, 고속도로와 수출항을 파괴했다. 총 피해 비용은 13조엔(현재 환율 기준으로 원화 178조 원) 규모였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이번 일본 대지진의 일차적인 충격은 고베 지진 때보다 작은 편이다. 미야기현의 경제는 주로 농업 등에 집중되었으며 일본 GDP의 약 1.7%를 차지하는데 그친다.
웨인스틴 교수는 "지역 경제에는 큰 타격이겠지만 일본 경제 전체에는 그리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일본 산업이나 여타 부문은 과거 지진 경험으로부터 빠르게 공급망을 회복하는 방법을 배운 상태이기 때문에 회복이 더욱 빠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지진이 과거와 다른 점도 있다. 1995년 지진 때는 중앙은행의 정책금리가 2.25%에 이르렀기 때문에 신속하게 금리인하를 통해 완화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런 가용자원이 없다는 점이다.
또 일본 재정적자가 GDP의 200%에 달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지 않고서는 재해복구를 위한 재정 여력을 보충하는 것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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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