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일본 정부가 14일 폐플라스틱으로 나프타를 대체하겠다며 육성책을 내놨다.
- 중동발 나프타 공급 불안으로 국내 재생 플라스틱 거점 구축에 나섰다.
-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 반영해 소비량 20% 대체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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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정부가 폐플라스틱을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를 대체할 '국내 자원'으로 본격 육성한다.
중동 정세 악화로 나프타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폐자동차와 폐가전, 식품용기 등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을 대규모로 회수·선별해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으로 되돌리는 생산 거점을 국내에 구축하기로 했다.
단순한 폐기물 재활용 확대가 아니라 석유화학 원료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경제안보 전략으로 자원순환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14일 NHK에 따르면 일본 환경성은 폐플라스틱을 한곳에 대량 집약해 선별·파쇄하고, 자동차와 가전 등 산업계가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대규모 거점 구축 사업자를 지원할 방침이다.
환경성은 2027년도 예산안에 관련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반영해 재생 플라스틱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예산 규모는 향후 정부와 국회의 예산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이번 정책의 배경에는 올해 중동 정세 불안으로 불거진 일본의 나프타 공급망 문제가 있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석유제품으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플라스틱과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다. 일본 석유화학산업은 이 원료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2024년 일본의 나프타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3.6%에 달했다. 중동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나프타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자동차 부품부터 전자제품, 포장재, 의료용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산업으로 충격이 번질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올해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일본에서는 나프타 부족 가능성이 석유화학업계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일본 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중동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나프타를 조달하거나 국내에서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일본 정부가 폐플라스틱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은 이미 폐플라스틱을 상당량 배출하고 있지만 이를 산업용 고품질 재생 원료로 되돌리는 체계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일본의 폐플라스틱 가운데 재생 플라스틱으로 다시 유통되는 비율은 2024년 기준 4.7%에 그쳤다.
기존 재활용 시설도 소규모 시설이 중심이어서 원료 확보량이 제한적이고, 생산되는 재생 플라스틱의 품질과 가격에도 편차가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환경성이 대규모 집약 거점을 만들려는 것은 바로 이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폐자동차와 폐가전, 식품용기 등 각지에서 나오는 폐플라스틱을 한곳에 모아 선별한 뒤 대량으로 재생 원료화하면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맞추면서 공급량도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목표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일본 정부는 대규모 생산 거점을 통해 국내 나프타 소비량의 20%를 재생 자원으로 대체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는 일본의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이 '쓰레기를 얼마나 줄이느냐'에서 '산업에 필요한 원료를 얼마나 국내에서 확보하느냐'로 성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이번 정책에 앞서 자동차산업을 대상으로 재생 플라스틱 공급망 구축 작업을 진행해 왔다. 환경성은 2026년 5월 자동차 등 산업에 공급할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 집약 거점 구축을 위한 실현가능성 조사 사업을 추진했고, 관련 사업체들을 지원했다.
민간에서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쓰비시케미칼과 미쓰비시전기, 토요타자동차 등 기업들은 관동권에서 자동차용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집약 거점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중부권에서도 여러 기업이 참여해 비슷한 거점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재생 플라스틱을 자동차산업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는 데에는 유럽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재생 소재 사용을 확대하려는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일본 역시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 재생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정책은 크게 세 가지 목적을 동시에 겨냥한다. ▲첫째는 중동발 나프타 공급 충격에 대비한 원료 안보, ▲둘째는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 제고, ▲셋째는 자동차·전자 등 제조업에 필요한 재생 소재 공급망 구축이다.
일본 정부가 재생 플라스틱을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산업정책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이유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폐플라스틱을 대량으로 모으더라도 종류와 오염 정도가 제각각인 폐기물을 고품질 원료로 균일하게 만드는 데는 높은 선별·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재생 원료의 가격이 신규 플라스틱보다 높다면 기업의 사용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
또한 재활용만으로 나프타를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 일본 정부가 내건 '나프타 소비량의 20% 대체'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달성될 수 있을지는 향후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 재생 기술의 발전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정책이 주목되는 것은 일본이 폐플라스틱을 '환경 문제'에서 '자원 안보 문제'로 재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정학적 불안이 일본의 자원순환 정책을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 경제안보와 제조업 공급망 전략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