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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⑬미국 의회언어의 질과 민주주의의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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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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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는 2015년 6월 16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MAGA는 쇠퇴한 미국의 상실감과 불신을 묶은 서사다
  • 2017년 취임 후 미국 우선주의로 정치언어를 바꿨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현대 분열기(2017–현재): 패권국 위상의 동요와 민주주의 언어의 해체

트럼프의 MAGA 시대

2015년 6월 16일, 부동산 사업가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는 미국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만 해도 그의 출마를 공화당의 일시적인 소동이나 대중적 관심을 끌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의 출마선언은 이후 미국 정치의 방향을 바꾸게 될 핵심 명제를 이미 모두 담고 있었다.

그는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이 무능하고, 동맹국을 포함한 외국은 미국을 이용만 하고 있으며, 국경은 통제되지 않고, 공장과 일자리는 해외로 빠져나갔으며,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말만 할 뿐 행동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해냈다. 그리고 이러한 진단을 하나의 짧은 구호로 압축해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아메리칸 드림은 죽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승리한다면 그것을 이전보다 더 크고, 더 훌륭하고, 더 강하게 되살릴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입니다."

"The American Dream is dead—but if I win, I will bring it back bigger and better and stronger than ever before. Together we will Make America Great Again."

트럼프의 선거운동이 발표한 공식 성명은 이 문장을 출마선언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표현 자체는 트럼프가 처음 만든 것이 아니었다. 1980년 공화당 정강은 경제적 혼란과 국제적 위상 약화에 직면한 미국을 향해 "우리 함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선언했다.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역시 이 표현을 경제 회복과 냉전기 미국 지도력의 복원을 상징하는 언어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트럼프가 되살린 '다시'라는 단어에는 레이건 시대와 다른 역사적 감정이 담겨 있다. 레이건의 언어가 국가적 자신감의 회복과 미래에 대한 낙관을 강조했다면, 트럼프의 언어는 누군가가 미국의 부와 명예, 일자리와 국경을 빼앗아 갔다는 상실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다.

레이건에게 미국의 쇠퇴는 잘못된 정책을 고치면 극복할 수 있는 일시적 위기였지만, 트럼프에게 미국의 쇠퇴는 워싱턴의 기성 정치인과 국제질서, 이민자와 외국 정부가 결합하여 평범한 미국인을 희생시킨 결과로 제시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따라서 MAGA는 단순한 선거구호가 아니라 미국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는 하나의 정치적 서사였다.

이 서사에서 미국은 세계화의 승자가 아니라 피해자였고, 자유무역은 공동 번영의 제도가 아니라 미국의 공장과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시킨 불공정한 거래였으며, 동맹은 공동의 안보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미국의 재정과 군사력을 과도하게 부담시키는 구조였다. 이민은 미국 사회의 역동성을 높이는 자원이 아니라 국경과 치안, 임금과 문화적 정체성을 위협하는 문제로 재규정되었다.

이러한 서사가 호응을 얻은 데에는 실제로 축적된 경제적·사회적 불안이 존재했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임금근로자 수는 2000년 약 1,730만 명에서 2016년 약 1,240만 명으로 감소했다. 감소의 원인은 중국과의 무역만이 아니라 자동화, 생산성 향상, 기업의 해외 이전, 금융위기와 산업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지만, 수백만 명의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경험한 공장 폐쇄와 고용 감소는 현실이었다.

문제는 경제지표만이 아니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시작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은 장기화되었고,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기관과 연방정부,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 오바마 행정부 아래에서 미국 경제는 회복되고 전체 고용도 증가했지만, 그 회복의 혜택이 모든 지역과 계층에 동일하게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대도시와 기술산업은 성장했지만, 이른바 '러스트벨트(Rust Belt)'에 속하는 오하이오의 클리블랜드·영스타운, 미시간의 디트로이트와 플린트, 펜실베이니아 서부의 피츠버그 주변과 이리(Erie), 그리고 위스콘신·인디애나·일리노이의 일부 공업도시에서는 자동차·철강·기계·부품 산업의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가 장기간 누적되었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오하이오에서만 1990년부터 2019년 사이 제조업 일자리가 약 35만9천 개 감소했고, 제조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7%에서 12.5%로 떨어졌다. 미시간과 위스콘신 등에서도 제조업 고용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 데이비드 돈(David Dorn), 고든 핸슨(Gordon Hanson)이 분석한 이른바 '차이나 쇼크(China Shock)' 연구가 보여주듯, 중국산 수입 경쟁에 크게 노출된 제조업 지역에서는 충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고용과 임금, 지역사회의 경제적 안정에 장기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따라서 국가 전체의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워싱턴의 언어와 "우리 동네의 공장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지역 주민의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생겼다. 바로 이 간극이 세계화와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을 키웠고, 2016년 트럼프가 "Make America Great Again"과 제조업 일자리의 귀환을 약속했을 때 러스트벨트의 상당수 유권자에게 강한 정치적 호소력을 갖게 된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였다.

트럼프는 이러한 서로 다른 불만을 하나의 짧고 반복 가능한 언어로 결합하는 레토릭을 구사하고 있다. 무역적자는 '패배'가 되었고, 국제협정은 '나쁜 거래'가 되었으며, 정치적 타협은 '무능'으로, 외교적 협상은 '나약함'으로 번역되었다. 복잡한 국제경제와 산업구조의 변화는 승자와 패자, 충성자와 배신자, 미국과 반미국이라는 이분법적 문법으로 바뀌었다.

이 지점에서 트럼프의 정치언어는 이전 대통령들의 언어와 뚜렷이 구분된다. 클린턴이 세계화를 기회로 설명하고, 조지 W. 부시가 자유와 안보를 이야기하며, 오바마가 협력과 신뢰를 강조했다면, 트럼프는 손실과 배신, 국경과 주권, 승리와 보복을 정치의 중심어휘로 끌어올렸다. 그는 국민에게 복잡한 세계질서를 이해시키려 하기보다, 미국의 쇠퇴에 책임이 있는 적을 명확히 지목하고 있다.

2017년 1월 20일 행한 트럼프가 행한 취임연설은 이 같은 맥락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트럼프는 워싱턴의 소수 집단이 정부의 이익을 차지하는 동안 국민은 비용을 부담했고, 정치인은 번영했지만 일자리는 사라지고 공장은 문을 닫았다고 선언했다. 그는 폐쇄된 공장들을 미국 전역에 흩어진 "묘비처럼 녹슨 공장들(rusted-out factories scattered like tombstones)"로 묘사하고, 미국의 현실을 "미국의 참상(American carnage)"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그는 미국 대외정책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압축하고 있다.

"오늘부터 새로운 비전이 우리 땅을 지배할 것입니다. 오늘부터 오직 미국 우선주의가 있을 것입니다."

"From this day forward, a new vision will govern our land. From this moment on, it's going to be America First."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물러나겠다는 단순한 고립주의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이 더 이상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유지비용을 당연히 부담하지 않으며, 동맹과 무역, 안보와 외교를 보편적 가치보다 직접적인 국가이익과 거래의 성과로 평가하겠다는 선언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밀퍼드에 위치한 제너럴모터스(GM) 시험장에서 경제 관련 연설을 하던 중 춤을 추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국가안보전략에서도 미국 시민의 안전과 이익, 복지를 우선하고 국경과 주권, 군사력과 경제력을 회복하는 것을 'America First'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역설이 존재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스로 설계한 국제질서의 최대 수혜국이었으며, 달러와 금융시장, 동맹체제와 군사기지, 국제기구와 자유무역 규범을 통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런데 트럼프의 언어에서 이러한 질서는 미국의 힘을 확대해 온 자산이 아니라 미국의 희생을 강요한 부담으로 다시 해석되었다.

이 변화는 외교정책의 전환에 그치지 않았다. 그의 정책은 민주주의 언어의 구조 자체를 바꾸었다. 과거 대통령의 언어가 서로 다른 계층과 지역, 정당을 하나의 국가적 목표 아래 결합하려 했다면, 트럼프의 언어는 '잊힌 국민'과 '부패한 기득권', '진정한 미국인'과 '국가를 배신한 세력'을 구분하고 있다. 정치적 경쟁자는 잘못된 정책을 주장하는 상대가 아니라 미국의 쇠퇴에 책임이 있는 존재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미국 사회의 분열을 처음 만든 인물이 아니었다. 세계화와 탈산업화, 이민과 인종갈등, 정당의 이념적 재편, 케이블뉴스와 소셜미디어의 발전, 전쟁과 금융위기가 만들어낸 불신은 그 이전부터 축적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흩어져 있던 불만을 하나의 정치적 정체성으로 결집하고, 그 정체성을 미국 정치의 지배적 언어로 전환시켰다.

따라서 트럼프의 등장은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우연한 일탈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누적된 패권의 비용과 세계화의 불균형, 의회정치의 분극화와 제도에 대한 불신을 가장 단순하고 공격적인 언어로 번역한 정치인일 뿐이다. 'Make America Great Again'은 미국이 여전히 위대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라, 미국이 이미 위대함을 상실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바로 이 부정적 전제가 트럼프 시대 정치언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쇠퇴했다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했고, 미국이 약탈당했다면 협상보다 보복이 필요했으며, 제도가 국민을 배신했다면 제도적 절제보다 강력한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 순간부터 미국의 정치언어는 정책을 둘러싼 경쟁을 넘어, 누가 진정한 국민이며 누가 국가를 배신했는가를 가르는 정당성의 투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사진=뉴스핌 DB]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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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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