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현대차·기아가 1일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디지털 R&D 공정을 공개했다.
- 적층제조·와이어카·드라이빙 시뮬레이터·3D 스캔으로 실차 이전 단계에서 설계와 기능을 데이터로 검증한다.
- SDV 시대 대응 위해 개발 초기부터 가상공간과 자동화로 문제를 줄여 품질과 개발 효율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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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V 시대' 이끌 디지털 R&D 전환
[화성=뉴스핌] 이찬우 기자 = "차를 만들기 전에, 데이터 위에서 먼저 달린다."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의 연구개발(R&D) 현장은 더 이상 실물 차량만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금형 없이 부품을 만들고, 차체 없이 수백 개 제어기를 연결해 기능을 검증했다. 실제 주행에 앞서 가상공간에서 차량의 움직임을 구현하고, 완성차의 작은 단차와 틈새까지 로봇 팔과 3D 스캐너로 측정했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커넥티드 기술이 고도화되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차량의 전기·전자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 구조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 개발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개발 기간을 줄이고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한 R&D 방식의 전환이다.

1일 찾은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날 관람은 AMS(Advanced Mobility Solutions)동의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 노바랩을 시작으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디지털 측정 센터 순으로 이어졌다. 네 공간은 서로 다른 기술을 다루고 있었지만 방향은 같았다. 실제 차를 만들기 전 데이터와 가상환경, 자동화 장비로 먼저 만들고 검증하는 것이다.
첫 번째로 찾은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MSC)는 자동차 부품 제작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는 금형 없이 설계 데이터만으로 다양한 형상의 부품을 만든다. 기존 제조 방식으로는 제작이 까다로운 복잡한 구조의 부품도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비교적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

현장에는 액상 레진을 자외선으로 굳혀 부품을 만드는 장비와 금속 와이어를 녹여 한 층씩 쌓아 올리는 WAAM 장비 등이 자리했다. 로봇 암이 움직이며 금속을 적층하는 모습은 기존 자동차 공장에서 떠올리기 쉬운 프레스와 용접 중심의 풍경과는 달랐다. 현대차 포니의 사이드 실 부품도 전시돼 있었다. 실제 부품을 3D 스캔한 뒤 적층 제조로 원형과 질감을 복원한 사례다.
적층 제조는 단순한 시제품 제작을 넘어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헤리티지 차량 복원, 모터스포츠 경량 부품, 단종 모델의 A/S 부품, 연구개발용 부품 제작 등으로 쓰임새가 확장되는 모습이다.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반복 제작과 수정이 필요한 부품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음으로 향한 노바랩은 SDV 시대의 복잡한 전장 구조를 검증하는 공간이었다. 이곳에는 완성된 차체가 없었다. 대신 차량 제어기와 전장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를 실제 차량처럼 연결한 '와이어카'가 줄지어 있었다.
대형 차종의 경우 제어기와 전장 부품은 수백 개에 달하고, 와이어링 커넥터 역시 촘촘하게 연결된다. 노바랩은 이런 복잡한 시스템을 차체 없이 구성해 기능과 통신, 진단 오류를 사전에 찾아낸다.

검증 셀에서는 공조, 램프, 시트 등 차량 기능이 자동으로 점검됐다. 전압 조건을 바꾸자 클러스터의 온도 표시와 경고 메시지가 달라지는 장면도 확인됐다. 이동식 소형 다이나모미터는 주행 상황을 모사했고, ADAS 시뮬레이터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충돌 경고, 차로 유지 보조, 전방 충돌방지 보조 등 주행 보조 기능을 검증했다.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와 전장 부품이 늘어나면서 실차 제작 이후 문제를 찾는 방식만으로는 개발 효율을 높이기 어렵다. 노바랩은 실차 이전 단계에서 문제를 먼저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차·기아는 와이어카 기반 검증을 통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고, 양산 전 품질 안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어 찾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스튜디오는 실제 차가 도로를 달리기 전 가상공간에서 주행 성능을 개발·검증하는 곳이었다. 270도 곡면 스크린에는 9개의 4K 프로젝터가 도로 환경을 투사한다. 콕핏에는 스티어링 휠과 시트, 페달 등 양산차 부품이 적용돼 실제 차량 조작 환경과 유사하게 구성됐다.
이 장비는 전후·좌우·상하 움직임과 롤, 피치, 요 등 6자유도 운동을 구현한다. 남양연구소 주행시험장은 1㎜ 단위로 정밀 스캔돼 노면의 경사와 요철, 과속방지턱, 아스팔트 질감까지 가상공간에 옮겨졌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미세 진동도 구현해 실제 주행과 가까운 평가 환경을 만든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의 핵심은 실차 제작 전 다양한 주행 조건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품 특성이나 차량 설정값을 바꾸면 가상 환경에서 곧바로 주행 평가가 가능하다.
개발자는 실제 도로와 시험장을 반복 주행하기 전 디지털 환경에서 차량의 움직임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 고성능차와 전동화 차량처럼 세밀한 조향·제동·차체 제어가 중요한 모델일수록 활용도가 높아지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디지털 측정 센터(DMC)는 차량의 보이지 않는 품질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공간이었다. 도어와 후드, 테일게이트 같은 무빙 부품은 로봇 암에 장착된 광학식 3D 스캐너가 형상을 빠르게 읽어냈다. 차량의 뼈대인 바디 스트럭처는 3차원 좌표 측정기(CMM)가 정밀하게 측정했다.
차체의 작은 단차와 틈새는 단순한 외관 문제가 아니다. 주행 중 소음이나 누수, 조립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DMC는 외관 품질, NVH, 수밀, 기능 및 조립성 등을 데이터로 관리한다. 차 한 대의 수많은 측정 포인트와 평가 항목이 숫자로 바뀌고, 이 데이터는 최적의 조립 상태를 찾거나 개선 방향을 도출하는 데 활용된다.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본 네 공간은 자동차 개발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과거에는 실물 차량을 만들고 시험하면서 문제를 찾아가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가상공간과 데이터, 자동화 장비로 개발 초기부터 문제를 줄여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가 출시 이후에도 계속 업데이트되는 SDV 시대로 들어서면서 개발 현장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차량은 더 복잡해졌고, 품질 기준은 더 촘촘해졌다. 현대차·기아가 남양기술연구소에서 공개한 R&D 디지털 전환 현장은 미래차 자체보다 미래차를 만드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자동차 개발은 이미 디지털 위에서 먼저 달리고 있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