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글로벌·중국 특파원

속보

더보기

'SK 베팅' 차세대 첨단 SMR, 美 와이오밍 케머러 건설 현장을 가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AI 핵심 요약

beta
분석 중...
  • SK이노베이션이 투자한 테라파워가 4일 와이오밍 케머러서 SMR 실증을 진행했다.
  • 케머러 1호기는 NRC가 40년 만에 허가한 비경수로 원자로다.
  • 액체 나트륨 냉각과 열저장으로 안전성과 출력 유연성을 겨냥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와 손잡고 美 첫 상업용 첨단원전 실증나서
AI 전력난 해법 노리는 '안전·효율 극대화' 소듐 냉각 SMR 건설

[와이오밍 케머러=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몰몬교 개척자들이 세운 미국 유타주의 주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차로 2시간. 사막과 초원이 끝없이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한참 따라가다 보면 해발 2200m 고지대의 소도시, 와이오밍주 케머러가 나타난다. SK이노베이션이 투자한 미국 원자력기술 혁신기업 테라파워(TerraPower)가 첨단 소형모듈원전(SMR) 실증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차세대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를 여는 시험무대다.

이곳에는 현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40년 만에 처음으로 비(非)경수로 원자로 건설을 허가한 '케머러 1호기(Kemmerer Unit 1)'가 들어서고 있다. 액체 나트륨(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Sodium‑cooled Fast Reactor) 기반 SMR의 첫 상업용 실증 현장이자, 글로벌 4세대 원전 경쟁의 실질적인 출발점으로 꼽힌다.

펜스 뒤로 공사 차량들과 살수차가 분주히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핌 박정우 ] 

지난달 28일 취재진이 찾은 현장은 거친 바람이 황량한 대지를 훑고 지나가는 가운데, 뿌연 흙먼지를 헤치고 불도저와 포크레인, 대형 덤프트럭들이 쉼 없이 오가는 거대한 공사판이었다. 그 사이로 대형 살수차가 오가며 물을 뿌려 먼지를 가라앉히고, 현장 작업자는 공사 차량의 동선을 정리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먼저 완성형에 가까운 외관을 드러낸 건물은 소듐 테스트 충전 시설(Sodium Test and Fill Facility)이다. 외관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시설 외벽에는 네 대의 굴절식 고소작업대가 매달려 있고, 작업자들이 지붕과 벽체 마감 작업에 한창이었다. 패널로 둘러싸인 거대한 직육면체 건물 앞에는 트럭과 중장비가 줄지어 서 있고, 형광 조끼를 입은 작업자들이 주변을 오가며 마지막 손길을 보태고 있었다.

길이 80m, 폭 40m, 높이 35m 규모의 이 건물 내부에는 케머러 1호기에 공급할 액체 나트륨의 운전·안전 시험과 나트륨 순환 계통 검증과 저장, 충전을 위한 설비가 들어선다. 원자로 본체와 분리된 상태에서 냉각제인 액체 나트륨 관련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검증하는 일종의 '공용 시험대' 역할을 맡는다는 게 테라파워의 설명이다. 

◆ 24헥타르 부지에 들어서는 SMR

앤디 크루시엘 건설 총괄 디렉터에 따르면 케머러 1호기 건설 현장의 전체 부지는 약 24헥타르 규모다. 원자로와 연료 취급·안전 계통이 모여 있는 원자력 아일랜드(Nuclar Island)와 발전·열저장·송전 설비가 들어서는 에너지 아일랜드(Energy Island)가 각각 12헥타르씩을 차지한다. 그는 "필요하면 인근 부지까지 포함해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확장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발전소 공사 부지 너머로는 약 8킬로미터 떨어진 기존 석탄화력발전소가 선명하게 보였다. 크루시엘 디렉터는 "이 일대가 미 서부에 전력을 공급해온 에너지 벨트였는 데 앞으로는 석탄 대신 SMR과 가스, 재생에너지가 그 역할을 이어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장에서 가장 큰 건물 두 동은 사실 발전에 직접 기여하지 않는 구조물"이라며 "하나는 소듐 테스트 충전 시설, 다른 하나는 원자로 조립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제작된 원자로 주기기가 조립동으로 들어오면, 이곳에서 모듈 단위로 조립된 뒤 통째로 들어 올려져 지하 원자로 구획(피트)에 내려 설치하게 된다. 크루시엘 디렉터는 "원자로 건물은 지하에 있고, 지상에 드러난 건물은 오히려 가장 작다"며 "기존 대형 원전에서 보던 거대한 돔은 이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는 물론 학생들과 방문객들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다목적 교육훈련센터 부지 조감도 앞에서 건설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패트릭 영 총괄 수석 부사장. [사진=공동취재단]

◆ 물 대신 액체 나트륨 냉각제로 사용

케머러 1호기의 기술적 차별점은 한마디로 '물 대신 나트륨, 고압 대신 저압'이다. 패트릭 영 나트륨 원자로 프로젝트 총괄 수석부사장은 케머러 1호기를 "345MW급 전기출력의 SFR 기반 SMR"이라고 소개하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축적된 나트륨 원자로 운전 경험을 토대로 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면서 물을 냉각제로 사용하는 기존 원전과 달리, 해안이나 대형 호수 근처에만 지을 필요가 없어 입지 제약도 크게 줄었다. 여기다 경수로는 약 300℃가 넘는 환경에서 물이 끓지 않도록 수십 기압의 고압을 유지해야 하지만, 액체 나트륨은 약 880℃에서도 끓지 않아 대기압과 비슷한 저압 조건에서 운전이 가능하다. 이 차이는 원전의 안전성과 직결된다는 게 테라파워 측 설명이다. 영 수석부사장은 "나트륨 냉각 풀형(pool‑type) 설계와 지하 설치 구조 덕분에 일반 경수로보다 훨씬 작은 비상계획구역(EPZ)을 설정할 수 있다"며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확산될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낮춘 설계"라고 말했다.

◆ 열 저장 통해 AI 피크 따라가는 원자로

소듐 냉각 방식 SMR이 인공지능(AI) 시대와 직접 연결되는 지점은 열저장 시스템이다. 테라파워는 원자로에서 생산한 열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이를 꺼내 터빈을 더 돌리는 구조를 채택했다. 

용융염(molten salt) 기반 에너지저장 시스템을 갖춘 345MW급 SFR인 케머러 1호기는 전력 수요가 급증할때 열저장 탱크에 모아둔 에너지를 활용해 일시적으로 최대 500MW까지 출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약 40만 가구에 동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풍력·태양광 발전량이 떨어지는 시간대에 최대 수요를 떠받치는 전원(peak maker)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원자로와 분리된 열저장 계통 덕분에 재생에너지와의 연계도 상대적으로 수월해, 원자로가 일종의 대형 배터리처럼 움직이도록 했다는 게 테라파워 측 설명이다.

◆ 3년 공기·콘크리트 사용량 절반

케머러 1호기는 기술 실증인 동시에, 지난 수십 년간 미국 내 원전 건설이 겪어온 공기 지연과 공사비 폭증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시험이기도 하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SFR 기반 케머러 1호기 설계는 기존 경수로 발전소 대비 콘크리트 사용량을 약 50% 줄이고, 공사 기간도 약 36개월로 크게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자로와 터빈이 한 부지 안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기존 방식 대신, 원자력 부지와 에너지 부지를 분리하고,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도입한 덕분이다.

또 터빈 건물, 열저장 설비, 송전설비 같은 비원자력 일반 건설은 먼저 진행하고, 원자로 건물과 핵 관련 계통은 건설 허가 이후 본격 착수하는 방식으로 공정을 분리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대 후반까지 비원자력 시설 공사를 마치고, 2029년 말부터 2030년 사이 운영허가 신청과 승인을 거쳐 2030년대 초 시운전, 그리고 2031년 상업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비록 실증 성격이지만, 현재까지 NRC로부터 건설 허가를 받은 첨단 상업용 SMR은 케머러 1호기가 유일하다.

미국 공영라디오(NPR)의 지난 5월 2일 케머러 1호기 건설 관련 보도. [사진=NPR]

◆ 안전성 높고 폐기물 적지만 지속가능 우려도

안전성뿐 아니라 폐기물 측면에서도 기존 노후 원전에 비해 유리하다는 평가다. 나트륨 냉각 고속로는 연료를 더 깊게 태워 같은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사용후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 발생량을 줄일 수 있어, 장기적인 폐기물 관리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지역 일자리 효과도 뒤따른다. 테라파워는 케머러 1호기 건설이 정점에 달할 때 약 1600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전체 건설 기간은 약 5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업운전이 시작되면 보안 인력을 포함해 매일 약 250명의 상주 인력이 발전소 운영을 책임지게 된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핵연료 공급망과 규제,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여전히 이 프로젝트의 구조적 리스크로 꼽힌다. 러시아산 농축 연료 의존도가 높았던 글로벌 원전 산업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에 직면했다. 미국 공영라디오(NPR)는 지난 5월 2일 케머러 1호기 관련 보도에서, 테라파워가 기존 원전과 마찬가지로 연방정부의 영구 처분장 허가 전까지는 사용후핵연료를 현장에 보관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타 환경단체들은 유타 북부의 대형 염호인 그레이트솔트레이크(Great Salt Lake) 인근에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짓겠다는 주 정부 구상과 함께, 이런 핵 폐기물 현장 보관 방식이 장기적으로 안전성과 비용 측면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하냐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 측면에서도 케머러 1호기가 받은 것은 아직 건설 허가다. SFR이라는 비경수로 설계, 축소된 비상계획구역, 새로운 안전계통과 열저장 구조가 운영 허가 단계에서도 그대로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첨단원자로실증프로그램(ARDP) 선정으로 시작돼, 조 바이든 행정부 대규모 재정 지원(약20억 달러)을 거쳐, 다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초당적 지지를 받는 구조라는 점은 '안전판'으로 평가된다.

2024년 6월10일 SMR 실증단지 착공식에 참석한 빌게이츠(왼쪽 4번째). [사진=SK 제공]

◆ 대미 투자 패키지 속 SMR

곧 발표될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대상에 케머러 1호기가 포함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통상 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안에서 SMR 프로젝트가 1호 사업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고, 에너지 분야에서는 LNG와 함께 원전·SMR이 강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 경우 케머러 1호기와 같은 SFR 기반 SMR이 유력 후보 중 하나로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당연히 그런 조합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모델을 국내에 어떻게 들여올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빌 게이츠 다음으로 2대 주주가 됐고, 올해 초에는 이 지분 중 일부를 한국수력원자력에 넘기며 한미 합작 구조를 공식화했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케머러 1호기의 주기기 공급을 맡고 있으며, HD현대와 현대건설은 원자로 시스템 모듈 생산 및 EPC(설계·조달·시공) 참여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상 이 프로젝트가 미국의 첫 첨단 SFR 기반 SMR이자 한국의 1호 4세대 SMR의 예행연습 무대라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케머러 1호기 실증 결과를 토대로 2035년 국내 최초 4세대 SMR 상업운전을 목표로 잡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배터리·반도체 등 그룹 핵심 사업의 전력 수요를 자체적으로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동시에, 아시아 시장에 SMR‑LNG‑ESS(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한 통합 에너지 솔루션을 수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SMR 사전검토 제도를 도입하고 SMR 규제체계 구축 로드맵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산업계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머러 1호기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형 차세대 첨단 SMR 건설을 위한 '리허설 무대'다. 와이오밍 고지대에서 시작된 이 실증 프로젝트가 약속 대로 36개월 공기, 기존의 절반 수준 건설비, 축소된 비상계획구역, 줄어든 폐기물양을 실제로 입증할 수 있을지에 따라 한국 1호 4세대 SMR의 속도와 방향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외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소듐 테스트 충전 시설. [사진=공동취재단]

dczoomi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정동영 업무보고 논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청와대 영빈관에서 5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과 업무보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 중에는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은 설명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주의적 희망에 근거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동안 정 장관의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대통령과 유관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의 무리한 대북 접근법과 월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6.07.23 ◆통일부 장관 권한 넘어선 주장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상호 존중·평화적 갈등 해결·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면서 주적 용어 대체를 주장했다. 지난 25년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현 시점에서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구상에 대부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4자 회담'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 장관이 이날 소개한 대북 구상과 설명은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주적 표현 대체와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4자회담 추진 등은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난 뒤 "여기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승인난 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 아닌 정 장관의 개인적 생각에 가깝다"며 "안보 관련 부처 장관이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닌 사안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 외교 국방 등 외교 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8.05 ◆시대착오적 접근, 대북 인식 오류 더욱 문제인 것은 정 장관의 이같은 주장이 현 시점에서 이미 참고가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 또는 사실과 다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구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및 국제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법을 호도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핵 협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선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한·미가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시설 동결과 중유 제공의 교환이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모든 단계에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적용됐다.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모든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미가 제공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배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을 고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년간의 CVID 구도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명칭을 붙이든 핵을 제거한 뒤 이를 검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은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기본적 절차"라며 "CVID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도 하지 않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합의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5 gdlee@newspim.com ◆안보 리스크 키우는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와 외교부를 제치고 통일부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독 질주를 거듭해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변형한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외교부가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파탄 원인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국제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남북대화 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비현실적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부 내 조율도 거치지 않고 독자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이처럼 정부의 공식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부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증과 자신의 존재감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들어 "정 장관이 아직도 이 대통령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 장관 취임 후 지금까지의 언행은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독단과 앞서 가기, 월권 등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opento@newspim.com 2026-08-06 06:10
사진
6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로 월간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컴퓨터·주변기기(SSD)는 282.7% 증가했다. IT 품목 수출은 160.4% 늘었으며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입은 ▲원자재(30.5%) ▲자본재(35.3%) ▲소비재(16.4%)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출국자 감소로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전월 흑자에서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1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데다 전월 분기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6월 중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올해 3월(36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감소하며 전월(-310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 유입에도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oyn2@newspim.com 2026-08-06 08: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