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한국을 방문중인 사라 로저스 미국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이 7월 시행을 앞둔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포함한 한국의 디지털 규제 방안에 대해 우리 정부에 우려 섞인 의견을 전달했다. 국무부는 특히 로저스 차관이 이번 방한에서 '검열 배제(Excludes Censorship)' 윈칙을 콕 짚어 강조했다고 밝혀 허위정보 유통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고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게 삭제 의무를 부과한 정보통신망법을 표현의 자유 침해와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 로저스 차관이 한국 외교부 임상우 공공외교대사와 서울에서 제2차 한미 공공외교 대화를 개최하고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미 동맹에 있어 공공외교의 필수적인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채택한 '한미 공동 팩트시트(U.S.-ROK Joint Fact Sheet)'의 공약 사항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메시지 발신, 문화 외교, 그리고 글로벌 정보 및 안보 도전 과제에 대한 공동 대응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특히 로저스 차관이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인프라 기반의 디지털 생태계가 중요함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측과 "정보통신망법(Network Act) 개정안 시행을 포함한 디지털 규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로저스 차관이 검열을 배제하고 대항 발언(counterspeech)을 강조하며 대중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 국무부의 허위정보 대응 방식을 설명했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 측이 허위정보 유통에 대해 제시한 해법은 우리 정부의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강제삭제 의무 방식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국무부가 이날 공개한 대항 발언은 잘못된 특정 정보를 인위적으로 차단하기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더 많이 유통해 대중이 스스로 허위 정보를 가려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미국식 모델을 한국에도 적용하라는 간접 압박으로도 볼 수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번 한미 양국 간 협의가 이뤄진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7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세부 시행령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미국이 반대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향후 법 집행 과정에서 구글(유튜브)이나 메타, 엑스(X)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입게 될 법적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사전 압박 성격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표현의 자유 수호 선봉장' 격인 로저스 차관의 이번 방한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26년 '국별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무역 장벽과 관련한 주요 점검 대상으로 적시한 직후 이뤄져, 미국이 외교와 경제 양면에서 한국의 디지털 정책에 대한 전방위적인 견제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무부는 로저스 차관이 "공유된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공조를 내세우면서도, 디지털 규제라는 민감한 현안을 두고 한미 양국 간의 '가치 논쟁'과 '통상 마찰'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