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환율 통제력 약화...대외 변수 영향 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1530원까지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면서 환율 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환당국이 지난해 개입으로 환율을 1400원대로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올해는 중동 리스크와 달러 강세 등 대외 변수 영향이 커지며 통제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은 달러/원 환율 예상 범위를 1497~1520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의 중동 사태 관련 대국민 연설이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1520원대로 올라 거래되고 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1499~1514원)과 우리은행(1497~1509원)은 위험자산 선호 회복에 따른 단기 하락 압력을 예상했다. 반면 신한은행(1500~1520원)과 하나은행(1500~1515원)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해 1500원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중동·유가·자금 흐름…환율 상방 압력
향후 환율을 좌우할 변수로는 중동 정세, 국제유가, 외국인 자금 흐름이 꼽힌다. 단기적으로는 종전 기대와 수출업체 네고 물량 유입이 상단을 제한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동 정세는 가장 큰 상방 요인이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달러 강세와 위험회피 심리가 동시에 강화될 수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전쟁을 주도하는 구조로 전환되면서 향후 국면이 군부 의사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변수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현재 이란의 실권은 대통령이 아닌 혁명수비대에 있다"며 "정치적 메시지를 전쟁 종결 신호로 보기는 어렵고 달러 상승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역시 원화 약세 요인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고유가 국면에서는 교역조건 악화와 성장 둔화 압력이 동시에 작용한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85%에 달해 고유가 환경에서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WGBI 변수에도…"정책만으로 한계"
반면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은 환율 안정 요인으로 꼽힌다. 지수 편입에 따른 외국인 채권 자금 유입이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WGBI 추종 자금은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해 자본 유출입 균형을 맞추고 환율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외환당국 개입 효과에 대해 단기 안정은 가능하지만 구조적 통제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원화 약세는 지정학 리스크, 고유가, 외국인 자금 유출, 달러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정책만으로 흐름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외환당국은 지난해 4분기 224억6700만달러를 순매도하며 환율 안정에 나섰고, 환율은 1480원대 중반에서 1439.50원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동 전쟁 영향이 확대되면서 환율은 다시 1500원대로 올라섰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는 단순한 달러 강세를 넘어 국내 펀더멘털 우려까지 반영된 결과"라며 "정책 대응은 경기 방어 신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에서는 구조적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