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까지 가격 상승 흐름…고부가 중심 체질 개선 가속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기가 FC-BGA(Flip Chip Ball Grid Array) 가격 인상에 나서며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급증으로 기판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고, 고부가 제품 중심의 체질 개선도 본격화되고 있다.
3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일부 FC-BGA 제품군의 판매가격을 인상했다. FC-BGA는 고속 신호 처리와 발열 제어 성능을 높인 고성능 패키지 기판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익성 방어를 위한 조치로, 향후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확대 속에서 FC-BGA가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격 협상력도 한층 강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판가 인상이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 흐름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판은 이미 완판된 상황이며 다음 단계는 가격 상승"이라며 FC-BGA 가격 추정치를 약 10% 상향 조정했다. 또한 원재료(CCL 등)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며 수익성이 동반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구조적인 수요 환경도 뒷받침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고성능 연산으로 이동하면서, 고난도 패키지 기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FC-BGA는 AI 서버용 프로세서에 필수적인 기판으로, 현재 글로벌 시장은 공급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도 지난 18일 주주총회에서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 수요가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공급 병목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고성능 기판용 저손실 소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며, 일부 소재에서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판가 인상폭을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확대하며 영업이익률 개선 효과를 노리고 있다.
MLCC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AI 서버용 고사양 MLCC 수요 증가로 공급이 타이트해지면서 가격 인상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AI 서버향 MLCC 가격이 15~25% 상승할 경우 수천억 원 규모의 추가 영업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PC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AI 서버·전장·우주항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전장에서는 자율주행 확산에 맞춰 카메라 모듈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북미 대응을 위한 멕시코 공장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은 카메라 탑재량이 급증하는 구조로 중장기 성장성이 높다.
AI 서버 시장에서도 고용량·고신뢰성 MLCC와 FC-BGA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이 진행 중이다. 필리핀 생산기지 증설을 통한 공급 확대도 병행하고 있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위성·항공용 고신뢰성 MLCC 공급을 확대하며 신규 성장 축을 구축하고 있다.
실적도 뒷받침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매출 11조3145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2026년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기판과 MLCC 가격 인상이 본격 반영되는 시점부터 수익성 개선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단순한 업황 회복을 넘어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AI 서버, 자율주행차, 로봇 등 차세대 산업일수록 고성능·고신뢰성 부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중장기 성장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유리기판이나 로봇용 액추에이터 등 신규 사업이 가시화될 경우 성장 동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