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단기 대응' vs LG '2028년 캐파 2배'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인공지능(AI) 및 서버 시장 확산에 따른 고부가 반도체 기판 수요 급증에 맞춰 증설 투자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즉각적인 보완 투자로 단기 수요에 대응하는 속도전을 전개하는 반면, LG이노텍은 생산 능력(캐파)을 2배로 확대하는 중장기 규모전을 추진하며 양사의 투자 전략이 '속도'와 '규모'로 나뉘고 있다.
◆삼성전기·LG이노텍 반도체 기판 캐파 확대 속도↑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기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 가동률은 70%, LG이노텍은 80.8%로 집계됐다. 두 회사 모두 전년 대비 5%포인트(p)가량 오른 수치다.
이 같은 가동률 상승세는 글로벌 고부가 반도체 기판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시장의 수급 불균형 상황을 반영한다. 현재 반도체 기판 시장은 고객 수요가 기존 생산 능력을 크게 상회하는 공급 부족 상태로, 고성능 컴퓨팅(HPC) 전반으로 확산되는 기판 수요가 주요 부품사들의 증설 투자와 생산 전략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양사는 최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구체적인 설비 확충 계획을 공식화했다. 삼성전기는 현재 가동 중인 FC-BGA 라인의 풀가동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보완 투자와 공장 확대를 이미 진행 중이다. 밀려오는 고객사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가용 자원을 즉각 투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 역시 반도체 기판 사업의 캐파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상반기 내로 신규 부지 선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현재 생산 능력의 약 2배 수준까지 캐파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28년 본격 양산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도 세웠다.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현행 효율화' vs '구조적 확대'
이처럼 양사가 시설 투자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AI로 인한 반도체 시장의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기판 수요가 생산 능력 대비 50% 이상 초과한 상태라고 공급 부족 상황을 설명했다. 고성능 컴퓨팅에 필수적인 하이엔드 기판은 기술적 난도가 높아 공급사가 제한적인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시장이 공급자 위주로 재편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장 사장은 향후 5년간 AI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시설 투자의 중요성을 뒷받침했다.
LG이노텍 또한 가동률이 80%를 넘어서며 생산 한계치에 도달함에 따라 미래 수익처인 글로벌 빅테크 공급망 내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증설이 불가피한 시점으로 풀이된다.

대응 방식에서는 전략 차이가 뚜렷하다. 삼성전기는 기존 생산 라인의 효율을 극대화해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글로벌 AI 기업들의 주문을 적기에 소화해 당장의 시장 수요 공백을 선점하겠다는 실리적 접근이다.
반면 LG이노텍은 중장기적인 규모의 경제를 선택했다. 단기적인 물량 대응을 넘어 캐파를 2배로 키우는 구조적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단순 부품 공급에서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형태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며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병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LG이노텍은 이날 미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어플라이드 인튜이션(Applied Intuition)과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며 사업 체질 개선에 속도를 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카메라 모듈 등 하드웨어 역량에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결합, 단순 부품사를 넘어 시스템 공급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고수익 중심 체질 개선
이번 투자는 양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AI·서버·로봇 중심의 고수익 구조로 개편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기판과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등 전 제품을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에 최적화해 하반기 양산을 추진하는 등 하드웨어 중심의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4%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LG이노텍도 대규모 설비 확충과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병행하며 자율주행과 로봇 시장에서 시스템 솔루션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 중이다.

다만, 두 기업 모두 시설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 리스크가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증설 투자를 진행할 경우 단기적인 현금 흐름에 압박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았던 기존 사업 구조를 AI 서버와 전장 중심으로 개편해 고수익 제품군을 선점할 경우, 수익성 개선과 체질 전환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수익성 증명을 통해 투자 정당성을 확보했으며, LG이노텍은 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관리하며 현금 동원력을 유지하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하고 싶은 투자를 다 하고도 현금이 남는다"며 시설 투자에 대한 재무적 여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양사 모두 대규모 투자에 따른 리스크가 상존하지만, 고성장 시장 내 선제적 입지 확보를 통한 장기적 수익 구조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는 빠른 대응력으로 현시점의 수요를 매출로 연결하는 데 유리하고, LG이노텍은 증설이 완료되는 시점에 대규모 물량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 전략의 차이가 향후 국내 부품 업계의 주도권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