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외교는 메시지의 예술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오늘날 그 메시지는 문장보다 이미지로 더 강하게 전달된다. 최근 백악관이 공개한 한 장의 사진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노래하는 듯한 장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 이후 만찬을 앞둔 자리에서 찍힌 이 사진은 일국의 총리를 친근하게도, 혹은 경박하게도 만들 수 있는 메시지다.

외교 사진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결과물이다. 정상 간 악수, 시선 처리, 자리 배치, 심지어 웃는 타이밍까지 계산된다. 그렇다면 이번 사진 역시 단순한 '분위기 컷'이라 보기 어렵다.
더구나 다카이치 총리가 '대통령 명예의 거리'에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초상화 대신 자동 서명기인 '오토펜' 이미지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보고 크게 웃는 모습의 영상까지 공개한 점은 메시지의 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장치를 통해, 바이든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조롱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 왔다. 그 앞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웃는 모습은 트럼프식 조롱의 동조로 해석될 수 있고, 전직 미국 대통령을 희화화한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백악관은 왜 굳이 이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순간을 포착해 공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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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해석해 볼 수 있는 것은 '연출된 친밀감'이다. 미국은 동맹국 지도자를 경직된 외교 인물이 아닌, 인간적인 파트너로 보여주려 했을 수 있다.
최근 국제정치에서 정상외교는 점점 더 '대중 정치'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도자의 인간적 면모는 국내외 여론을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해당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호흡이 맞는 유쾌하고 친밀한 파트너"이며 "우리는 이렇게 편안한 관계다"라는 시각적 선언이다.
두 번째 해석은 좀 불편하다. '이미지의 권력적 차용'이다. 외교에서 누가 프레임을 쥐고 있는지는 중요하다. 사진을 찍고, 고르고, 배포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백악관이 선택한 이 장면은 결과적으로 다카이치 총리를 '격식에서 벗어난 인물'로 소비하게 만든다. 의도 여부와 무관하게, 수용자의 눈에는 '우스운 장면'으로 읽힐 여지가 충분하다.
여기서 외교적 비대칭성이 드러난다. 미국은 이미지 생산의 중심에 있고, 동맹국은 그 이미지 안에 배치된다. 같은 상황이라도 일본 정부가 공개했다면 선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컷이다. 결국 이 사진은 '누가 외교 서사를 편집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외교적 결례의 기준이 흐려진다는 점이다. 웃음이 친근함이 될지, 경박함으로 읽힐지는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백악관의 선택은 외교적 결례인가.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의도적으로든 아니든, 동맹을 '편안한 관계'로 재구성하는 동시에 자신이 그 관계의 중심에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대국 지도자의 이미지는 통제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외교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그 주도권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되는가에 대한 문제다. 백악관이 보여준 것은 사진 한 장이 아니라, 21세기 정상 외교가 얼마나 쉽게 정치 쇼가 될 수 있는가 하는 현실이다.
트럼프식 외교는 협상의 결과 못지않게 장면의 효과를 중시한다. 문제는 그 효과가 늘 양국에 같은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에선 성공적인 외교 현장의 기록이지만, 다른 나라에선 체면의 훼손으로 읽힐 수 있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