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창의적 주택공급'으로 입 모아
공사비 딜레마 속 유휴 부지 용도변경 등 대안 모색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성공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기존의 아파트 물량 밀어내기식 공급에서 벗어나 유휴 부지 활용과 지자체 권한 강화 등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획일적인 재건축 사업 대신 중심 상업 지역의 과감한 용도 변경과 리모델링 활성화 등 다각적인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27일 대한건축학회에 따르면 전일 열린 '경기도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은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건축학회 등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해 학계, 시민단체, 민간 개발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좌장을 맡은 김주형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의 진행 아래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공공 주도 공급의 한계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유건석 LH 주택공급특별대책추진단 단장은 "과거 1기 신도시는 주택 공급 위주로 조성돼 베드타운이라는 오명을 안았고, 현재 3기 신도시는 포용 도시를 표방하나 민간 물량 축소분까지 떠안아 속도감 있는 추진을 요구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파트가 분양가 상한제에 묶여 기본형 건축비의 90% 초반대만 받고 있어 투입 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정부와 국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박기덕 경기연구원 공간주거연구실 연구위원은 LH의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고 직격했다. 박 연구위원은 "과천이나 안양에 강남 수요를 분산할 800가구를 공급한다고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며 "국토부가 지자체로 직접 예산을 내려보내 시군이 주도적으로 주거 종합 계획을 실행할 권한을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민간 업계는 유휴 부지 활용과 유연한 용도 변경에서 해법을 찾았다. 조현준 국토부 주택공급정책과 과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설립 가망이 없는 신도시 택지 내 학교 용지를 검토해 용도를 변경하는 '학교용지법'이 발의돼 있고, 유연한 분교 형태를 도입하는 '도시형 캠퍼스법' 통과로 시설 복합화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성이 끝난 2기 신도시의 미매각 상업용지를 용도 변경해 주택을 공급하는 택지 재구조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국토계획법'에 따른 사전 협상 제도로 토지 가치 상승분의 70%까지 공공기여로 환수하는 방안을 확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병식 엠디엠(MDM) 개발부문 팀장 역시 "온라인 배송 확대로 대형 마트나 영화관 등 중심 상업 지역 시설이 유휴 부지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부지가 새로운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돼 사업성이 개선되면 민간 시행자도 주택 공급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의 다각화와 근본적인 주거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신영상 현대엔지니어링 도시정비추진1팀 책임매니저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 30평 기준 재건축 분담금이 7억원이면 리모델링은 3억5000만~4억원 수준으로 가능해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며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제정으로 리모델링 시장이 다소 위축된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주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팀 간사는 "아파트를 30년마다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 이유에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익 추구 성격이 강한 재건축 사업에 공공 자금과 세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시민 입장에서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부 의원은 "주택을 재산 형성의 1순위로 여기는 인식이 고착화돼 있는 한 제도를 고쳐도 공급에 한계가 있다"며 "공사비 이슈에만 매몰되지 말고 인구 감소를 예측한 학교 융합 모델이나 목조 주택 도입 등 기득권 반발을 넘어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