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볼보코리아가 22일 ES90을 국내 출시하며 최대 9541만원, 글로벌보다 약 5000만원 낮은 공격적 가격을 책정했다.
- 이윤모 대표는 원화 약세로 마진이 마이너스임에도 본사를 설득해 한국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만들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격하겠다고 밝혔다.
- ES90은 대형 전기 세단으로 최대 706㎞ 주행과 차세대 플랫폼을 앞세워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1위 도약과 물량 확보 과제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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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00대·내년 3000대 판매 목표…2027년 전기차 1만대 추진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국내에서 판매할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수준으로 차세대 순수 전기 플래그십 'ES90'의 가격을 낮췄다. 단기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ES90을 앞세워 독일 브랜드 중심의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구도를 흔들겠다는 승부수다.
볼보코리아는 22일 서울에서 ES90 국내 출시 행사를 열고 기본 모델인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플러스의 가격을 7294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싱글 모터 울트라는 8055만원, 트윈 모터 플러스는 7960만원, 트윈 모터 울트라는 8741만원,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는 9541만원이다.

국내 판매가는 글로벌 주요 시장과 비교해 약 5000만원 낮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플래그십 세단 S90 T8 플러그인하이브리드보다도 최대 1800만원 저렴하다. 전기 세단뿐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 세단과 중형급 전기차 수요까지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ES90의 상품성은 어떤 나라, 어떤 브랜드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며 "한국은 1억원 미만에 ES90을 만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볼보는 옵션을 하나씩 추가하며 가격을 높이는 '옵션 플레이'를 하는 브랜드가 아니다"며 "고객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싱글 모터 울트라에도 최신 편의사양을 대부분 적용했다. 보조금까지 더하면 7000만원대에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파격적인 가격에는 볼보코리아의 수익성 희생이 전제됐다. 원화 약세와 본사 공급가격을 고려하면 국내 판매에서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행사 질의응답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원화 가치가 약 16% 약해졌지만 이에 맞춰 판매가격을 올리지는 않았다"며 "ES90의 가격을 이처럼 공격적으로 결정하다 보니 솔직히 말해 볼보자동차코리아의 마진은 모두 마이너스"라고 밝혔다.
그는 "본사와 오랫동안 이야기했고 싸우기도 하고 계속 설득하기도 했다"며 "한국은 ES90이 속한 세단 시장이 어느 나라보다 크다. 마이너스임에도 본사를 설득하고 또 설득해 이 가격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기자가 가격을 보고 '사장님이 미쳤다'는 표현을 썼는데, 그럴 정도로 공격적인 가격"이라며 "볼보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하면 전체 판매 규모가 아직 3분의 1 수준인 만큼 전기차에서는 가격과 상품성을 통해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낮은 가격은 판매 확대의 무기인 동시에 국내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데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생산 물량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국가에 차량이 먼저 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마진이 좋으면 물량을 받는 것이 쉽다"며 "공장 생산능력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10대를 줘야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다른 시장에서는 한 대만 판매해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ES90은 한국에 주면 줄수록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우리가 오늘만 사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손해를 보더라도 한국 시장에서 ES90을 통해 성장하면 5년이나 10년 뒤에는 수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본사를 설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볼보 본사도 한국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평가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오스카 볼보자동차 90라인업 및 글로벌 세일즈 총괄은 "한국은 볼보에 정말 중요한 시장이며 볼보코리아가 그동안 달성한 성과를 바탕으로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매년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기존 모델도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향후 출시되는 모든 차량 역시 한국 시장에 적합하면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볼보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시장이자 S90의 글로벌 핵심 판매처다. 오스카 총괄은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볼보의 가장 큰 시장이며 S90 역시 2021년 이후 글로벌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은 첨단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만큼 ES90에 가장 강력한 상품 구성과 시장 경쟁력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초기 시장 반응도 회사의 예상보다 빠르다. 볼보코리아는 세부 사양과 확정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계약을 시작했지만 한 달여 만에 계약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ES90은 자세한 사양과 가격도 없는 상황에서 계약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미 1000명 이상이 선택했다"며 "딜러사 대표들도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보코리아는 올해 ES90을 1000대 이상 판매하고 2027년에는 판매량을 3000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같은 해 볼보 전기차 전체 판매량도 1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려 국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ES90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리딩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초석"이라며 "최고의 상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통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넘버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독일 브랜드 추격에 대한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표는 "볼보는 현재 한국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에서 3위 또는 4위에 있지만 독일 브랜드와의 격차가 계속 이 정도로 유지돼야 할 이유는 없다"며 "좋은 차량을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가격으로 가져온다면 충분히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3등이나 4등만 하겠느냐"며 "ES90과 앞으로 출시할 신차를 통해 한 단계 더 올라가 1등이나 최소한 2등이 될 수 있도록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ES90은 전장 5000㎜, 전폭 1940㎜, 전고 1545㎜, 휠베이스 3102㎜의 대형 전기 세단이다. 패스트백 형태의 리프트백을 적용해 세단의 디자인과 SUV의 실용성을 결합했으며 2열 좌석을 접으면 적재공간을 최대 1445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 대표는 ES90을 "세단의 헤리티지에 SUV의 실용성을 더한, 지금 시대에 가장 잘 맞는 자동차"라고 정의했다.

국내 파워트레인은 333마력의 후륜구동 싱글 모터와 456마력의 사륜구동 트윈 모터, 680마력의 트윈 모터 퍼포먼스 등 3종이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바탕으로 최대 350㎾ 급속충전을 지원하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2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WLTP 기준 최대 706㎞다.
ES90은 엔비디아와 퀄컴 등과 개발한 차세대 지능형 플랫폼 '휴긴 코어'도 탑재했다. 오스카 총괄은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와 축적된 데이터, 인공지능을 결합해 차량이 상황에 맞춰 개입한다"며 "OTA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진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볼보의 3점식 안전벨트가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한 것처럼 휴긴 코어와 빅데이터를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보코리아가 단기 손실을 감수하고 마련한 7000만원대 가격표가 프리미엄 전기차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독일 브랜드 중심의 시장 구도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공격적인 가격 전략이 실제 판매 확대로 이어지려면 안정적인 국내 공급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