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이란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24일(현지시각)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글로벌 석유 공급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면서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샤이크 나와프 알 사바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KPC)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휴스턴에서 열린 '세라위크(CERAWeek)' 에너지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해 "유정 가동을 중단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뿐만 아니라 걸프 지역 전체가 생산 능력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걸프 국가들에서 이미 하루 6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꽉 막힌 호르무즈 해협…"우회 수송은 임시방편일 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다.
알 사바 CEO는 호르무즈 해협 차단이 세계 에너지 시스템에 가하는 충격이 워낙 거대해 파이프라인을 통한 우회 수송은 "임시방편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파이프라인을 활용하고 미국 등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고 있지만, JP모간의 나타샤 카네바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조치들이 현재 부족분의 약 5분의 1 정도만 보완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콘퍼런스 참석자들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없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등 걸프 지역 석유기업 경영진들은 "이 문제는 공급 문제가 아닌 안보 문제"라며 "유일하게 지속 가능한 해법은 해협을 열어두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짐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 역시 "우리가 승리를 선언하고 철수하더라도 이란이 해협에 대한 통행료를 부과하며 '유료 통로'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이 픽업트럭에 탑재한 미사일이나 소형 고속정 같은 비교적 단순한 무기로도 해협을 통제할 수 있어 사태 해결이 매우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 심화되는 가격 격차…"미·유럽도 180달러 유가 맞을 수도"
공급 회복 지연은 필연적으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에너지 정보업체 엔베러스(Enverus)는 국제 유가가 2026년 평균 95달러, 2027년에는 100달러 수준을 기록하며 '유가 100달러 시대'가 굳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지만, 중동 지역 현지 유가는 이미 180달러를 돌파하며 극심한 가격 격차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CEO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 기업 경영진들은 현재 시장 유가가 실제 공급 감소 규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기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현재 중동에서 나타나는 180달러 수준의 살인적인 유가가 유럽과 미국 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고 경고했다.
S&P 글로벌의 짐 버크하드 원유 리서치 책임자는 "이 같은 극단적인 가격 격차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며 "향후 몇 주 내에 양쪽 가격이 중간에서 수렴하거나 한쪽으로 급격히 맞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