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서 채취한 유전자 시료, 15년 만에 부자(父子) 인연 이어줘
"살아생전 아버지 모시게 돼 다행"…유가족 참여가 유해 발굴 '마지막 열쇠'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6·25전쟁 '횡성 전투'에서 전사한 국군 제8사단 소속 고(故) 하창규 일병의 유해가 발굴 1년여 만에 신원이 확인돼, 전사 76년 만에 유족에게 인도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남면 유치리 금물산 일대에서 육군 제11기동사단과 공동 발굴한 유해가 최근 국군 제8사단 10연대 소속 하창규 일병으로 최종 확인됐다. 국유단이 올해 신원을 확인한 세 번째 호국영웅으로,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 시작 이후 가족 품으로 돌아간 국군 전사자는 총 271명으로 늘었다.

하 일병의 유해는 지난해 3월 31일부터 5월 9일까지 진행된 홍천 지역 유해발굴 과정에서 11사단 발굴팀장이 4월 17일 처음 식별했으며, 이후 국유단 전문 발굴팀이 8일간 '확장'·'노출' 작업을 거쳐 4월 24일 왼쪽 위팔뼈를 수습했다. 유가족 유전자 시료는 2011년 6월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행사 당시, 부친 위패를 참배하러 온 아들 하종복 씨(1951년생)로부터 채취됐고, 지난해 8~12월 유해와의 유전자 비교·분석 끝에 12월 17일 부자 관계가 공식 확정됐다.
1926년 경남 사천군(현 사천시) 곤명면에서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하 일병은 1950년 11월 형과 함께 입대해 부산 훈련을 거쳐 8사단 10연대에 배치됐고, 전선 투입 약 3개월 만인 1951년 2월 9일 강원 홍천·횡성 일대에서 벌어진 '횡성 전투'에서 전사했다. 당시 횡성 전투는 중공군 4차 공세 하에 국군 3·5·8사단이 중공군 39·40·42·66군 및 북한군 5군단과 맞붙은 격전으로, 하 일병이 속한 10연대는 연대장 권태순 대령을 포함한 지휘부 대부분이 전사하거나 실종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하 일병의 귀환 행사는 유가족 요청에 따라 18일 경남 진주시 하종복씨(74) 자택에서 열렸다. 하 씨는 "살아생전에 아버지를 모실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2022년 작고하신 어머니께서 '언젠가 아버지를 찾게 되면 꼭 합장해 달라'고 유언하셨는데, 이제 한을 풀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에서 김성환 국유단장 직무대리(육군 중령)는 호국영웅 귀환패와 신원확인통지서, 발굴 유품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전달하고, 참전 경로와 발굴·신원 확인 과정을 설명했다.

김 중령은 "이번 신원확인은 15년 전 이뤄진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 덕분에 가능했다"며 "마지막 한 분의 호국영웅까지 가족 품으로 모시기 위해서는 유가족의 적극적인 참여가 유일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국유단은 6·25 전사자 유가족(전사자 기준 친·외가 8촌 이내)을 대상으로 유전자 시료 채취를 진행하고 있으며,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유단은 매년 국립서울·대전현충원 현충일 행사에서 시료 채취 부스를 운영하고, 거동이 불편한 유가족에게는 대표번호 '1577-5625(오! 6·25)'로 연락을 주면 직접 방문해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국유단은 "전쟁 발발 후 긴 세월이 흐르며 참전용사와 유가족 고령화로 시간이 갈수록 유가족 찾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하루가 급한 '시간과의 싸움'에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