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할인에도 정육 코너 '한산'
PB 상품 인기…인기 상품은 이미 '품절'
[서울=뉴스핌] 나병주 기자 = "요즘 전쟁 때문에 난리인데 물가가 또 오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60대 주부 강모 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식품 코너를 서성이며 상품의 가격과 중량을 꼼꼼히 살폈다. 강 씨는 "예전에는 식품 코너를 돌며 뭘 살지 고민했는데, 지금 그렇게 했다가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필요한 물건을 미리 적어두고 꼭 살 것만 사고 나온다"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환율·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추가 상승 우려가 커지자, 1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은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소비자 손에 들린 '바구니'였다. 큼직한 카트를 밀기보다 작은 장바구니를 들거나, 아예 필요한 물건 몇 개만 손에 쥔 채 계산대로 향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화려한 할인 문구가 여기저기 붙은 정육 코너마저 인적이 드물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마트 한편에서는 '수입 소고기 40% 할인' 행사가 한창이었지만 매대 앞의 사람들은 고기와 가격표만 번갈아 보며 선뜻 집어 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올해 처음 자취를 시작한 대학생 최모(20) 씨는 "40% 할인 문구에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비싼 것 같아 다시 내려놨다"며 "혼자 요리해 먹는 로망이 있었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의 자취생활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고기 3팩을 집어든 주부 A씨는 "할인 가격이 괜찮다고 생각해 넉넉하게 샀다"며 "여기서 가격이 더 오르면 그땐 할인하더라도 손이 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싼 신선식품 코너와 달리,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 매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도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초저가 상품의 인기가 높았다. 1000원짜리 즉석 쌀국수와 1500원짜리 스파게티면 등이 진열됐던 자리는 이미 동이 나 텅 비어 있었다.
30대 남성 김모 씨는 "가공식품이 가격도 싸고 워낙 잘 나와서 자주 사 먹는 편"이라며 "직접 해 먹는 게 싸다고 하지만 그것도 다 옛말이다. 차라리 저렴한 가공식품을 사는 게 식비를 아끼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장바구니는 즉석밥과 부대찌개 등 밀키트로 가득 차 있었다.
전문가는 이미 수년간 이어진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이 미·이란 전쟁으로 더욱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이미 지난 3~4년 동안 고물가에 시달려 왔다"며 "여기에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은 가계에 굉장히 위협적인 요인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름값이 오르면 전반적인 물가가 다 따라 오른다는 걱정에 소비자는 지갑을 더욱 움켜쥐게 된다"며 "결국 생활 필수품 위주로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 저렴한 것을 찾고 쟁여두는 등 방어적인 소비 행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ahbj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