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공 봉쇄·우회 항로 확대로 비용 압박…항공업계 수익성 시험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긴장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고 중동 영공이 사실상 전쟁 리스크 지역으로 변하면서 주요 항공사들이 운임 인상과 노선 재편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연료비 급등과 우회 항로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항공업계의 비용 구조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국제유가는 이란과의 전쟁이 빠르게 종료될 것이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기대를 걸며 11% 넘게 급락 마감했다. 하지만 중동발 공급 차질이 다시금 부각되며 11일 아시아 거래 오전에는 다시 5% 넘게 반등했다.
◆ 항공유 두 배 폭등…항공사들 잇단 요금 인상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시아와 유럽 일부 항공사들은 중동 긴장 여파로 운임 인상과 유류할증료 조정에 나섰다.
호주의 콴타스항공(Qantas), 스칸디나비아항공(SAS), 에어뉴질랜드(Air New Zealand) 등이 대표적이다.
에어뉴질랜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전 배럴당 85~90달러 수준이던 항공유 가격이 현재 150~20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전쟁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6년 하반기 실적 전망(가이던스) 제시도 유보했다.
SAS 역시 비용 상승 압박을 이유로 "일시적인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에서 연료비는 인건비 다음으로 큰 비용 항목인 만큼, 항공유 급등은 곧바로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헤지 여부가 명암…미국 항공사 부담 더 커
항공사들의 대응은 연료 헤지 여부에 따라 크게 엇갈리고 있다. 헤지는 향후 사용할 연료 가격을 미리 일정 수준에 고정해 두는 일종의 가격 보험으로, 유가 급등 시 비용 상승을 막아주는 장치다.
루프트한자와 라이언에어, 핀에어 등 유럽 항공사들은 상당 규모의 연료를 고정 가격으로 확보해 둔 상태다. 핀에어의 경우 1분기 항공유 구매 물량의 80% 이상을 헤지했다.
반면 미국 주요 항공사들은 최근 수년간 연료 헤지 전략을 대부분 포기한 상태다.
이 때문에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은 연료비 상승을 흡수할 방어 장치가 부족하며 결국 운임 인상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최근 미국 항공요금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막판 예약 항공권과 사전 예약 항공권 가격 모두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 중동 영공 혼란…우회 항로에 비용 더 뛴다
연료비 외에도 항공사들을 압박하는 또 다른 변수는 영공 리스크다.
항공 추적 서비스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두바이 도착 항공기들이 미사일 공격 가능성 때문에 한때 상공에서 대기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항공사들은 중동 지역을 우회하는 항로를 선택하면서 운항 시간과 연료 소모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콴타스는 유럽 노선에 항공기 투입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캐세이퍼시픽은 런던과 취리히 노선 증편을 발표했다. 홍콩항공은 유류할증료를 최대 35% 인상할 계획이며 에어인디아도 단계적인 할증료 인상을 예고했다.
◆ 항공 수요 견조하지만…수익성 방어는 미지수
일각에서는 여행 수요가 여전히 강한 만큼 항공사들이 운임 인상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항공 승객 증가 속도가 좌석 공급 확대 속도를 웃돌고 있어 가격 인상 여지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연료비 상승과 노선 우회가 장기화될 경우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일부 기관들은 올해 항공업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데, 멜리우스 리서치의 경우 주요 항공사들의 순이익 전망치를 약 10% 낮췄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경우 항공업계가 또 한 번 구조적인 비용 충격에 직면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