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신양이 기획하고 연출한 전시가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인다. 연극 무대를 전시장으로 옮겨온 '전시 쑈'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펼쳐진다.
박신양은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서클홀에서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 전시 및 신간 '감정의 발견'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시는 분들이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박신양 작가의 배우 40년간의 정체성을 미술로 확장하는 최초의 시도이다. 전시장은 박신양의 가상 작업실로 꾸며진다. 모티브는 잘 알려져 있는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정령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설정을 가져왔다.
이날 박신양은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전시가 확정됐을 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3달 정도 남았었는데 연말연시와 설날이 낀 기간이었다. 전시를 준비하면 어떻게 하는지 많은 분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 설득은 두 번째인데, 모두가 너무 바쁜 때라서 들어줄 여유가 없을 때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한테 오는 질문들이 있었다. '그림을 왜 그리는가', '언제부터 그렸는가', '왜 안 파는가'에 대한 것들인데, 이 부분을 해소한 다음 이야기로 이어갈 수가 있었다. 이 전시를 설명함에 있어서 무지막지한 불편함과 애로사항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전시를 하는 목표는 너무나 분명했다. 보시는 분들에게 쉽게, 즐겁게 보여드리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의 제목은 직관적이다. '박신양의 전시쑈'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에서 주로 활동해온 그가 연극의 무대를 전시장에 옮겨놨다. 말 그대로 박신양이 연출하고 기획한 '쑈'가 전시장에 펼쳐진다.

박신양은 "많은 분들이 전시를 보실 때 부담스러워한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많은 분들에게 보고 느끼게 할 수 있는 전시는 무엇일까 고민했다. 전시라는 이름에 붙은 부담을 부드럽게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목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전시 쑈'라고 목표를 잡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의 부제는 바로 '제4의 벽'이다. 이는 무대와 관객 사이 가상의 경계를 뜻한다. 관객과 배우 사이의 '현실과 작품' 구분을 상징한다. 연극에서 파생된 개념인 만큼 박신양이 배우로서 직접 느꼈던 부분을 제목으로 삼은 셈이다.
박신양은 "'제4의 벽'은 제가 정말 오래 생각한 부분이다. 200년 전에 생긴 말이다. 우리 모두가 이 방식에 의해서 연극을 보고, 연극을 하기도 한다. 저는 그 안에서 광대로 살았다.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살아왔다. 이것들이 고스란히 그림으로 연결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로 오래 살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느낀 것들이 그림으로 이어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저한테 영향을 준 것이 바로 '제4의 벽'이다. 무대적인 상상, 관객의 현실. 그걸 나누는 경계에 대해 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어디서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저 제 방식대로 해 나가고 있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신양의 쑈: 제4의 벽' 전시 공간에는 건축에서 주로 사용되는,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모양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거푸집의 한 종류인 유로폼이 다수 사용됐다. 전시장 내부는 그의 작업실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느 공간은 마치 작업실의 창고처럼, 수장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돈되지 않은 공간은 앞서 본 작품들이 어떻게 전시장에 나오게 됐는지, 작업실에서 어떻게 그림을 그려나갔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준다.
박신양은 "전시공간 전체가 화가의, 작가의 작업실이라고 생각했을 때, 작품말고 정말 큰 면적의 벽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생각했다. 작업실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유로폼은 강하고 변동이 없는, 가장 오래되고, 사람들이 주거를 결정짓고 내 것과 네 것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작업실은 이것들로 둘러쌓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미술사의 모든 것은 콘크리트의 모든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변동되기 어려운 벽을 세우기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창작과 창조를 한다는 것은 콘크리트가 부어지기 일보직전이라고 생각했다. 전시장에 유로폼만 30톤이 들어와있고, 제 그림은 15톤 정도가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연극 내에서 '광대'로 살아왔다고 밝힌 박신양은, 전시장 곳곳에 광대들의 퍼포먼스를 심어놨다. 광대들은 전시장 곳곳을 누비며 작품을 보기도, 뜻밖의 행동을 하며 하나의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이것 또한 하나의 '움직이는 전시'이다.

박신양은 "제가 연극을 했기 때문에, 연극적인 전시밖에 못 한다고 생각한다. 연극은 흥미로움을 유발하고 다층적인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다. 굳이 시도를 왜 안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소 불편할지, 즐거울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생소한 것은 맞을 것 같다. 보시다시피 특별할 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있다. 시선이 중첩되는 것을 구현하고 싶었다. 다만 너무 힘들어서 이게 마지막 전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며칠 생각하면 또 달라질 순 있겠지만 너무 힘들다"라며 웃었다.
박신양은 1~2m의 대작 150점을 전시했다. 작은 규모의 작품들도 연달아 있지만, 자신을 투우사에 빗댄 그림과 자화상, 사과 그림들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그림들은 다소 거칠게 보이지만 매우 섬세한 붓칠로 완성됐다. 또한 그림에서 한 발짝 떨어져 봤을 때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박신양은 '당나귀' 연작에 대해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 삶의 여러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라면서 "짐을 지고 있는 당나귀의 모습이 의연해 보였다. 짐을 지려고 태어난 인생 같아 안쓰러우면서도 내 모습 같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신양은 2023년 경기도 평택에서 선보인 첫 개인전 이후, 3년 만에 서울에서 첫 전시를 열게 됐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됐다. 그는 "사실 전시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 그림들이 너무 커서 복잡하다. 그림은 발이 달린 게 아니기 때문에 관객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그림을 보여드리는 게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의 조건은 매우 까다롭게 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드라마, 연극도 극장이 필요하지만 전파의 방식으로 모니터에 닿기 때문에 다양하고 쉬워질 수밖에 없다. 반면 그림은 어디 갈 수가 없다. 제 그림은 크기도 커서 트럭이 다녀야 한다"라며 "세종문화회관에서 한 이유를 꼽자면 많은 분들이 가깝게 오셔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곳은 많은 분들이 쉽고 편하게 오셔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큰 전시장마다 제안을 했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이번에 세종미술관에서 전시를 했을 때 가장 기뻤던 것은 가까워서 많은 분들이 오실 수 있다는 거였다. 전통도 있고, 많은 분들이 무언가를 향유한다는 기준이 있는 것 가아서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박신양은 개인전과 더불어 신간 '감정의 발견'을 출간했다. 책에는 예술가로서 감정 표현이 어떻게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한 오랜 고민이 담겨 있다.
신간에 대해 "저는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을 가졌는데, 그러려면 감정이 어떤 것이고,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고, 이를 알리고 싶어서 책으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은 오는 5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2층에서 진행되다. 전시와 함께 에세이집 '감정의 발견: 우리는 모두가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민음사)'도 출간했다.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