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한때 드라마 시장의 단골 소재로 사용됐던 '무속'이 예능으로 옮겨졌다. 이전에는 무당을 소재로 한 '귀궁', '견우와 선녀', '노무사 노무진'이 화제였다면, 지금은 실제 무당들이 나오는 '운명전쟁49', '신빨토크쇼 귀묘한 이야기'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속 예능 전성시대…K콘텐츠 사로잡은 'K무당'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케이블에서 주목받고 있는 예능이 바로 무속인 출연 콘텐츠다. '신들린 연애', '신빨토크쇼 귀묘한 이야기'를 이어 디즈니+도 오리지널 예능으로 '운명전쟁49'를 선보였다.

지난해 4월 종영한 '신들린 연애' 시즌2 역시 영험하고 매혹적인 MZ 점술가들의 데이팅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다. 신묘하게 서로를 꿰뚫는 이들의 연애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시즌2는 다양한 화제성 지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비드라마 TV-OTT 검색 반응 순위 6위, 검색 이슈 키워드 최고 순위 1위를 기록했고, OTT 플랫폼에서도 꾸준히 톱10에 올랐다. 또한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7개국과 중동 19개국, 아프리카 33개국, 오세아니아 2개국 등 총 62개국에 판매되기도 했다.
현재 두 번째 시즌으로 방영 중인 '신빨토크쇼 귀묘한 이야기'에도 진짜 무속인들이 출연한다. 그들을 찾아온 사람들의 귀묘하면서도 오싹한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풀리지 않은 삶의 고민과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무속의 시선에서 풀어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꾸준한 화제성을 모으고 있다.
무속 예능에 정점을 찍은 프로그램이 바로 디즈니+의 '운명전쟁49'이다. 무당, 역술가, 타로마스터 등 49명의 운명술사들이 모여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명을 읽어내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콘셉트는 기존 예능과 또 다른 결을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공개 직후 플릭스패트롤 기준으로 한국과 대만 디즈니+ TV쇼 부문 1위, 전 세계 10위에 오르며 국내 제작 비 넷플릭스 예능으로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이미지 변한 'K무속'…"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콘텐츠"
이전에 예능에서 무속은 대개 상담 콘셉트의 토크쇼로 사용됐다. '무릎팍도사, '무엇이든 물어보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속 행위나 무당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한 프로그램을 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요인에는 무속의 이미지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무속행위나 무당은 불길한 징조를 드러내는 하나의 장치로 주로 사용됐다. 작품 흐름 속 반전 요소나 불안함을 심어주는 역할이었지만, 지금은 '파묘'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의 무속 행위로 이미지가 변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젊은 세대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타로나 신점을 많이 즐기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무속 예능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제 지난해 4월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19~39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약 74%가 운세·사주풀이를 즐긴다고 답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무속 예능들에 대해 "무당이 현세계와 이세계를 이어주는 커뮤니케이터, 소통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 콘텐츠로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실제 무속 행위들로 이야기가 흘러가다보니, 여러 잡음도 있다. '운명전쟁49'는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패널들의 말실수로 잡음이 일었다. 특히 2회에서는 참가자들이 제작진이 제시한 특정인물의 사망 원인을 추리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제작진은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김철홍 소방교 사진과 생시, 사망 시점 등을 제시한 뒤 출연자에게 그의 사인을 추리하도록 했다. 이어 순직 경찰관의 사망 경위를 다시 한 번 추리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MC를 맡은 전현무는 순직 경찰관의 사망 경위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고, 이는 편집 없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이에 대해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경찰직협)은 "순직 공무원의 헌신은 우리 사회가 영원히 기억하고 예우해야 할 가치"라며 "14만 경찰 공무원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운명전쟁49' 측은 "유가족분들을 비롯한 관계자분들의 말씀을 경청해왔다. 그 뜻을 받아들여 해당 부분을 재편집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무속과 관련된 작품들은 이전부터 한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퇴마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파묘'도 무속에 대한 내용이다. 다만 이전에는 무속이 이야기의 흐름을 전개하거나, 불길한 징조로 사용되는 하나의 장치였다. 지금은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무속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 속에 녹아든 무속은 이야기의 중심에서 흐름을 전개하는 장치지만, 현재 예능은 무속인이 중심이 돼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많다. 일명 그들의 '신기'를 알아보는 콘텐츠가 많다. 이는 개개인의 사생활, 사건사고 등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