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내성주"라던 운송 섹터까지 투매
과도한 공포 vs 저가매수 기회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인공지능(AI) 공포 트레이드가 이번엔 물류·운송 섹터를 강타했다. 물류주는 그간 'AI 내성주'로 여겨졌지만, 초소형 AI 물류 기업의 발표 한 방에 두 자릿수 급락을 연출하며 투자심리가 순식간에 뒤집혔다.
미국 상장 트럭 운송·브로커·물류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러셀 3000 트럭킹 지수는 12일(현지시간) 7% 이상 급락하며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가 시행됐던 지난해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트럭 중개업체 C.H.로빈슨(CH Robinson,CHRW) 주가는 장중 24% 폭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랜드스타 시스템(Landstar System,LSTR)도 18% 밀렸다. 의약품 유통주인 맥케슨(McKesson)과 카디널 헬스(Cardinal Health)도 각각 4% 넘게 떨어지며, AI 공포 여파가 물류를 넘어 공급망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번 매도세는 플로리다 기반의 소형 AI 물류업체 알고리듬 홀딩스(Algorhythm Holdings)의 발표로 촉발됐다.
이 회사는 노래방 기기 업체 '더 싱잉 머신'에서 2024년 AI 물류 전문기업으로 변신한 뒤, 자사 플랫폼 '세미캡(SemiCab)'이 인력 증원 없이도 화물 처리량을 300~400%까지 늘리고, 개별 운영자가 연간 500건 수준이던 물량을 2000건 이상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가는 장중 79% 급등한 뒤 29%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선 "트럭 브로커를 없애버릴 수 있다"는 서사가 순식간에 퍼졌다.
벤치마크 증권의 크리스토퍼 쿤 애널리스트는 "AI가 트럭 브로커를 우회(disintermediate)할 수 있다는 우려가 브로커주를 정조준하고 있다"며 "섹터 전체가 타격을 입고 있지만, 특히 중개 위주 모델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 AI 공포 확산에 "안전지대 없다"
AI 공포 트레이드는 이미 여러 섹터를 순차적으로 훑고 지나간 상태다.
소프트웨어주에서 시작된 매도는 프라이빗 크레딧, 보험, 자산·부동산 운용, 재무·세무 서비스로 확산된 데 이어, 이번 주 들어선 물류까지 '표적 섹터' 명단에 올렸다.
제프리스의 제프 파부자는 "지금 시장 밑바닥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테마는 'AI'란 말만 나오면 일단 쏘고, 질문은 나중에 하는 식의 공격적인 선제 매도"라며 "이 공포가 언제, 무엇을 계기로 멈출지 뚜렷한 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덴마크 DSV는 장중 15% 급락 후 11% 하락 마감했고, 스위스 쿤앤나겔도 최대 14%까지 밀린 뒤 13% 내린 채 장을 마쳤다.
글로벌 운송·포워딩 대형주까지 흔들리면서, 그간 기술주 변동성을 피하려는 '올드 이코노미 회피처'로 여겨졌던 운송 섹터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
AI 리스크는 이제 개별 종목 이슈를 넘어 '거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컨퍼런스보드 조사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72%가 최근 10-K 보고서에서 AI를 '중대한 리스크'로 명시했는데, 이는 2년 전 12%에서 급증한 수치다.
AI가 실험적 기술에서 핵심 운영 인프라로 급속히 이동한 만큼, 규제·평판·사이버 보안·고용 구조 등에서의 충격 가능성이 기업 거버넌스와 투자자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 과도한 공포 vs 저가매수 기회
그럼에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조정을 '군중 심리가 만든 과잉 반응'으로 본다.
바에드의 대니얼 무어는 "오늘 매도는 공급 축소, 재정정책 효과 등으로 업종이 경기 순환상 분기점에 와 있다는 점을 거의 무시하고 있다"며 "AI라는 새로운 변수에 시장이 감정적으로 반응하면서 기본 펀더멘털이 뒷전으로 밀려난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스의 브랜든 오글렌스키 역시 C.H.로빈슨 등 자산 경량(asset-light) 운송주에 대해 "리스크에 비해 과도한 매도"라며 약세 국면에서의 저가 매수를 제안했다.
채권·통화 시장이 아직까지는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이번 AI 공포 트레이드는 주식시장을 통해 선반영되는 '심리 충격'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스닥과 S&P500, 다우 지수가 일제히 1~2% 하락한 가운데, 섹터별로 번갈아가며 두 자릿수 급락이 쏟아지는 롤링 셀오프 양상이 이어지는 중인데, 맥쿼리의 티에리 위즈만은 "AI 공포가 투자심리를 더 짓누를 경우, 연준 내 매파들이 긴축 유지의 당위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일부 비둘기파는 AI로 인한 고용 불안과 생산성 불확실성을 상쇄하기 위해 오히려 '뜨거운 경기' 유지를 주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이번 물류주 급락은 AI가 실물 경제를 실제로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보다는, 투자자들의 막연한 공포가 가격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프리스의 파부자는 "지금 시장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은 AI 관련 뉴스가 나오면 먼저 팔고 나중에 묻는, 공격적인 반응"이라며 "실제 디스럽션의 시기와 강도는 여전히 안갯속인데, 심리가 그 불확실성을 선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