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 여부가 향후 추세 분기점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이 중동 전쟁 충격을 딛고 7만3000달러선을 돌파했다. 전쟁 확전 우려가 다소 완화되고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다시 살아난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지난 한 달 동안 세 차례 막혔던 7만달러 저항선을 넘어선 만큼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7만3000달러대 핵심 저항 구간을 앞두고 있어 향후 시장 방향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시간 5일 오후 7시 40분 기준 비트코인(BTC)은 약 7만3351달러에 거래되며 2월 5일 급락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24시간 동안 약 2.9% 상승했고 주간 기준으로도 약 7% 올랐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다소 완화된 데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글로벌 증시까지 반등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된 결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주요 암호화폐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더리움(ETH)은 3.0% 상승한 2134달러로 올라서며 2월 말 이후 처음으로 2000달러 선을 확실히 회복했다. 솔라나(SOL)는 91.62달러로 1.6% 올랐다. XRP는 1.43달러로 1.9% 상승했다.
시장 심리 변화의 배경에는 중동 전쟁에 대한 불안 완화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계속 타격하고 있으며 이란 역시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을 공격하고 있어 군사 충돌 자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군사 작전이 3주에서 최대 8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에서는 초기 충격 국면을 지나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이 유조선 호위 작전을 시작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점차 안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유가도 주 초 급등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시장에서는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즉각 확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 심리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비트코인이 7만3750달러에서 7만4400달러 사이의 핵심 가격 구간을 돌파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 가격대는 지난 2년 동안 상승과 하락 추세가 모두 멈췄던 주요 전환 지점으로 평가된다. 2024년 초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이후 이어졌던 상승세도 약 7만3750달러 부근에서 매수 피로가 나타나며 멈췄고 이후 가격은 몇 달 뒤 약 5만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반대로 지난해 4월에는 같은 가격 구간이 하락 추세의 종결 지점 역할을 했다. 10만달러 이상에서 시작된 하락 흐름이 약 7만4400달러 부근에서 멈추며 매도세가 소진됐고 이후 가격은 다시 상승해 10월에는 12만6000달러 이상의 새로운 고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이 가격대는 올해 초 비트코인이 하락하기 시작했을 때 강력한 지지 구간으로 거론됐지만 결국 지난달 초 가격이 이 구간 아래로 무너지며 비트코인은 약 6만달러 수준까지 추가 하락했다.
이제 이 구간은 다시 한 번 핵심 전장이 됐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이 가격대를 확실히 돌파할 경우 새로운 상승 모멘텀이 형성됐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돌파에 실패할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전반적인 하락 추세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 상승에는 기관 자금 유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는 4일 하루 동안 약 1억5500만달러의 순유입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최근 2주 동안 ETF 누적 자금 유입 규모는 약 14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월 24일 이후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로 유입된 자금은 약 17억달러(2조 4995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초 이어졌던 자금 유출 흐름이 반전되며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비트코인이 단순한 위험자산을 넘어 지정학적 헤지 수단으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비트파이어의 최고경영자 리비오 웽은 비트코인이 점점 지정학적 헤지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금과 달리 24시간 거래되고 국경을 넘어 즉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 때 자본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블록체인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온체인 지표에서는 아직 시장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코인을 매도해 실제로 확정한 이익 규모를 의미하는 '실현 이익(realized profit)'의 30일 이동평균이 2월 초 이후 약 63% 감소했다. 이는 최근 가격 반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활발한 차익 실현 거래가 크게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상승장이 강하게 형성될 때는 가격 상승과 함께 투자자들의 거래와 이익 실현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는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분석가들은 최근 비트코인 상승이 투자 심리의 본격적인 회복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제한된 자금 유입이나 단기적인 수급 요인에 의해 나타난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즉 가격은 상승하고 있지만 시장 전반의 매수세가 아직 충분히 강해졌다고 보기는 어려워 상승세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약 7만달러 부근의 단기 보유자 평균 매입 가격이 중요한 심리적 상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가격대에서는 투자자들이 손익분기점 부근에서 포지션을 정리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어 상승 랠리가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분배 구간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비트코인이 7만4000달러 부근 핵심 저항선을 돌파할 수 있을지가 향후 암호화폐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정학적 상황과 유가 흐름, ETF 자금 유입 추세가 앞으로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좌우할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