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들, 전월세계약갱신청구권 자동 상실…돈 없으면 상급지 거주 불가능
현급부자들, 단기 한강벨트 등 인기 단지 갭투자 열기 확산될 수 있어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정부가 오는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도 부담을 완화하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그에 따른 파급효과로 전월세 매물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매매시장 유도를 위한 세제 조정이 임대차 시장 위축이라는 또 다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의 매도 대신 실거주 전환 또는 전세 회수 움직임이 늘어날 경우, 전세 공급 감소와 함께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주거 사다리의 한 축인 전월세 시장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과거 도입된 임대차 3법의 핵심 장치인 계약갱신청구권 제도의 실효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상급지의 '전세 낀 매물'을 활용한 갭투자 여지가 일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세제 환경 변화가 매매·임대차 시장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급 불균형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12일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보완조치' 이후 전월세매물 축소가 예상되며 이로 인한 주택임대차시장 불안 가능성이 진단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임대주택 물량 감소에 따라 단기적인 전셋값 상승이 예상되며 정부의 공공 임대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민간 임대를 대체하기 어려운 만큼 장기적으로 전세대란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보완 조치에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일정에 맞춰, 그간 사실상 매도를 가로막아 왔던 제도적 제약을 손질하는 내용을 담았다.
우선 서울 전역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에 대해 실거주 의무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하기로 했다. 현행 제도상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매입할 경우 4개월 이내 실거주가 의무지만, 기존 세입자가 거주 중이고 임대차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 즉시 입주가 불가능해 거래 자체가 제약돼 왔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임대 중인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10·15 대책'에 따른 서울 전역 토허구역 지정 이후에는 매수자가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매도가 사실상 막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세입자의 계약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기로 했다. 2월 12일 대책 발표일 이후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매입할 경우, 계약 만료 시점까지 입주 의무가 미뤄진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거래가 어려웠던 다주택자 보유 주택의 매도 여건이 일정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민간 임대차시장의 인위적인 위축을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주거사다리'에서도 중요축에 해당하는 전월세 시장의 대대적인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 매물을 시장에 나오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결국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의 민간 전세를 공공임대나 기업형 임대사업자로 전면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태에서 전세매물부터 사라지면 전세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개인의 매입임대사업에 대해서는 폐지 가능성을 언급한 반면 기업형 건설임대사업은 장려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다주택자들이 맡는 민간임대시장을 사실상 철폐하고 임대사업은 기업형 건설임대와 공공임대로 대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조치 등으로 민간임대는 빠르게 폐지하는 반면 건설임대와 공공임대 재고 축적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전세시장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이번 조치에 따라 전월세 매물 축소는 불가피해진 상황"이라며 "일부 상급지의 경우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전세대란 발생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단기에 다주택자 매물이 '전부' 시장에서 흡수된다면 민간전세의 소멸이 발생하며 전세대란으로 연결되겠지만 아직 이번 양도세 중과 재개 조치에 따라 얼마만큼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매물의 양에 따라 전세대란 발생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입자의 임차권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현행 세입자들은 대부분 전월세 계약 갱신권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정부가 부정하는 셈이 된다. 더욱이 계약 갱신권을 비롯한 현행 임대차 3법은 이재명 정부의 민주당 정권이 야당 시절인 이명박 정부 때부터 도입을 요구했던 것으로 문재인 정부 시기 당시 야당과 임대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제도라는 점을 볼 때 '자기 부정'이라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전월세 세입자는 당장 이번 계약기간이 끝나면 지금 살고 있는 지역보다 주거편의나 학군이 떨어지는 곳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전월세 계약갱신권을 믿고 주거계획을 짰던 세입자들의 고통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금 부자가 아니라 상급지 집을 살 순 없지만 학군이나 직장 등을 위해 전월세로 강남이나 한강벨트에 살고 싶어하던 수요층을 정부가 사고 싶지도 않은 집을 사게 하고 변두리로 보내는 대책이 됐다"며 "이쯤 되면 주거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똘똘한 한채' 투자를 겨냥한 갭투자 수요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이번 조치는 갭투자 방지도 '유예'했다는 부분이 있다"며 "무주택자들이 한강벨트나 인기 단지 매물 매입에 몰리며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주택 대출이 어려운 만큼 결국 현금부자들의 잔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