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위도랑 관련 없어"…자메이카 봅슬레이 쿨러닝 신화도 계속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중동 사막 국가 아랍에미리트(UAE)가 마침내 동계올림픽 설원에 첫 발을 내딛는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남녀 알파인 스키 선수 1명씩을 파견하며, 국가 역사상 첫 동계 올림픽 출전을 기록하게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알렉스 아스트리지와 피에라 허드슨이다. 영국에서 태어난 아스트리지는 생후 6개월 만에 두바이로 이주해 자라난 '두바이 키드'다. 첫 스키도 알프스가 아닌 두바이 쇼핑몰 안 실내 스키장에서 탔다. 세 살에 스키를 시작해, 청소년 시절에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과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며 국제무대 경험을 쌓았다. 그는 "사막에서 나고 자란 아이도 올림픽 설원에 설 수 있다는 걸 다음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말로 이번 도전에 의미를 부여했다.

여자 대표 허드슨은 뉴질랜드 출신의 알파인 스키 베테랑이다.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무대 경험을 갖춘 뒤 2025년 국적을 바꿔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국제스키연맹(FIS) 대회에서 안정적인 성적을 내며 UAE의 첫 동계 올림픽 무대를 열 주자로 낙점됐다.
기후 조건만 놓고 보면 UAE 선수들의 동계올림픽 도전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름엔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나들고, 겨울에도 영상 10도 아래로 잘 떨어지지 않는다. 평생 자연설은 구경할 수조차 없고, 인공눈도 일상과는 거리가 먼 환경이다. 그럼에도 UAE는 실내 스키장과 해외 전지훈련을 활용해 유스동계올림픽, 동계아시안게임 무대를 꾸준히 밟으며 겨울 스포츠 기반을 넓혀 왔다. 이번 올림픽 출전은 그 지난한 준비 과정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같은 아랍권인 사우디아라비아가 2022 베이징 대회에서 동계 올림픽의 문을 먼저 연 데 이어, UAE는 이번 대회에서 그 흐름을 잇는 두 번째 사막 국가가 된다. 여기에 베냉, 기니비사우까지 데뷔전을 치르며 동계 올림픽의 지리적·기후적 범위는 점점 넓어지는 모양새다.

메달 가능성은 쉽지 않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현실적인 목표는 완주에 가깝다. 그러나 성적과 무관하게, 이번 도전이 가진 상징성은 가볍지 않다.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에서도 동계 스포츠를 진지한 꿈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올림픽은 특정 위도에만 허락된 무대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할 수 있다.
밀라노·코르티나의 설원 위에서 아스트리지와 허드슨이 남긴 첫 발자국은, 그 자체로 UAE 동계 스포츠 역사의 첫 페이지가 된다. 1988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다. 영화 '쿨러닝'의 모태가 된 자메이카 팀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여자 모노봅, 남자 2인승, 남자 4인승에 출전한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