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적 '모험심'이 주변국 지도자들의 긴장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우리가 운영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놓으면서, 서반구 전역을 향한 제국주의식 개입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4일(현지시각) 호주파이낸셜리뷰(AFR)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쥔 막강한 군사력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며, 이제 서반구는 물론 그 밖의 지역 지도자들까지도 한층 불안한 밤을 보내게 됐다고 지적했다.
◆ 캐나다·멕시코·콜롬비아까지 "조치 필요" 거론
정치 분석가들은 먼저 트럼프의 대외 발언 수위에 주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캐나다, 파나마, 덴마크령 그린란드, 가자지구까지 거론하며 "무언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가 고립된 사례가 아니라, 보다 큰 전략적 구상의 일부라는 신호로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 주말에는 멕시코와 콜롬비아를 향한 발언도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에 대해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카르텔이 멕시코를 장악하고 있고, 셰인바움이 통치하는 것이 아니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무언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미국 내 펜타닐 공급의 대부분이 멕시코, 코카인이 콜롬비아에서 유입된다는 점도 거론하며, 콜롬비아 좌파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에게도 "조심하라"고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이 같은 발언은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한 추가 군사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 "베네수엘라 원격 통치 가능?"…'새 이라크' 경고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베네수엘라 '운영' 구상의 현실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진지하게 통치할 생각이라면, 일정 수준의 미 지상군 투입이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군사 주둔 없이 워싱턴에서 '원격 통치'를 하겠다는 발상은 현지 안보 환경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베네수엘라는 각종 무기와 민병대, 차베스주의(차비스모) 지지층이 뒤엉킨 복잡한 정치·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 같은 미국 경쟁국이 개입해 트럼프 행정부를 새로운 '수렁'으로 끌어들일 여지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라크전 이후 미 임시통치기구가 겪은 혼란과 폭력 사태가 베네수엘라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온다.
◆ 인프라·석유부터 챙기겠다는 트럼프…군사 보호는 '깜깜'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마러라고에서 열린 지난 토요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설정한 과업의 규모와 복잡성에 대해 별다른 우려를 드러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순위를 베네수엘라 인프라 복구와 원유 생산 극대화에 두고, 산유 능력을 가능한 한 끌어올리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는 확대된 원유 수익을 미국 석유 기업 보상과 베네수엘라 재건 자금으로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미국 석유 기업들이 치안이 불안정한 현지에서, 충분한 군사적 보호 없이 어떻게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정치·안보 설계는 비어 있는 반면, 경제·자원 회수 구상만 앞서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 "룰 없는 새 질서…돈과 이익이 최우선"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행보가 서반구를 넘어 각국 지도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 대통령이 국제법과 자국 헌법상 제약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언제든 군사력을 동원해 정권교체와 자원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묘사하는 '트럼프식 새 세계 질서'는 전통적 동맹을 중시하지 않고, 명확한 규칙도 거의 없는 정글에 가깝다. 형식적 민주주의와 외교 규범보다는, 눈앞의 돈과 이익이 우선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가 묻혀 있는 베네수엘라는 이런 질서의 시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베네수엘라의 부를 끌어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만큼 서반구와 이웃 국가들 사이에서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점점 더 현실적인 불안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