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진료비 138조6000억…비급여만 21조8000억
상급종합·종합병원 보장성 개선… 요양병원 후퇴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건강보험이 의료비를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보장률이 2년 연속 제자리를 걸었다. 표면상으로는 수치가 유지됐지만, 비급여 진료비가 늘면서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은 오히려 커진 모습이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은 64.9%로 전년과 동일했다.
보장률을 구성하는 항목을 보면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법정 본인부담률은 19.3%로 전년보다 0.6%포인트(p) 낮아졌지만,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15.8%로 같은 폭만큼 상승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영역에서는 부담이 줄었지만, 보험 밖 비용이 다시 늘어나며 전체 보장률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비급여를 포함한 전체 진료비는 138조6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공단이 부담한 보험자 부담금은 90조원으로 전체의 약 65%를 차지했다. 환자가 부담한 법정 본인 부담금은 26조8000억원, 비급여 진료비는 21조8000억원에 달했다.
전년과 비교해 전체 진료비는 4.2% 증가했다. 보험자 부담금은 4.3%, 법정 본인 부담금은 1.0% 각각 늘었다. 비급여 진료비의 증가율은 가장 높은 8.1%로, 전체 진료비 증가율의 두 배에 달했다.
의료기관 종별로 보면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보장률이 개선됐다. 상급 종합병원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72.2%로 1년 새 1.4%p 상승했다. 종합병원도 66.7%로 0.6%p 올랐고, 병원급 역시 51.1%로 0.9%p 개선됐다. 공단은 진찰료 법정 본인 부담률 인하와 산부인과 정책수가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요양병원과 약국의 보장률은 하락했다. 요양병원 보장률은 67.3%로 전년보다 1.5%p 떨어졌고, 약국 역시 69.1%로 0.3%p 낮아졌다. 이는 암 질환을 중심으로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중증·고액 진료 영역에서도 보장률은 소폭 후퇴했다. 1인당 진료비 상위 30위 질환의 보장률은 80.2%로 0.7%p 낮아졌고, 상위 50위 질환도 78.5%로 0.5%p 하락했다. 4대 중증질환 보장률 역시 81.0%로 전년 대비 0.8%p 줄었는데, 이 중 암 질환 보장률이 75.0%로 1.3%p 크게 하락했다.
연령대별로는 보장성 격차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0~5세 영유아의 보장률은 70.4%로 1년 새 3.0%p 상승했다. 소아 진료 정책수가 신설과 재활·수술 보장성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 보장률은 69.8%로 0.1%p 하락했다. 백내장과 근골격계 치료재료 등에서 비급여 사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공단은 제증명 수수료나 도수치료, 영양주사, 상급병실료 등 급여화 필요성이 낮은 항목을 제외해 보장률을 다시 산출할 경우 66.6%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공식 보장률보다 1.7%p 높은 수치다. 보장률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비급여 영역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