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벽 넘을지는 여론 흐름에 달려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에 섰던 전력으로 인한 역풍이 만만치 않다. 야당이 파상 공세에 나섰고, 여당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도 상당하다. 이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30일 사과로 청문회의 높은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장악한 터라 국회 청문회는 통과 의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건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다. 더 좁히면 여당의 강성 지지자(개딸)의 동의를 구할 수 있을지이다.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당 지지자들마저 돌아선다면 여론이 극도로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야당이 아닌 여권을 설득해야 하는 이상한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청문회 통과 여부는 강성 지지층에 달렸다. 이들이 용인하면 청문회를 통과하겠지만, 이들이 거부하면 낙마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여론의 흐름에 따라 이 대통령이 정면 돌파 또는 포기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 후보자의 탄핵 반대와 윤석열 전 대통령 옹호 발언이 논란의 핵심이다. 여권으로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여권의 핵심 화두가 바로 내란 청산이다. 여당의 내년 6월 지방선거 전략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사과로 대충 넘어가기 힘든 이유다.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 논란이 거세지자 나름의 기준을 제시했다. 생각이 다른 건 토론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며 윤 전 대통령 옹호 발언과 탄핵 반대 발언 등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에게 여론을 직접 설득하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여론 설득 여부를 보고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후보자의 과거 윤 전 대통령 옹호 발언은 '윤어게인' 세력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지난 2월 15일 '탄핵 반대 당협위원장들의 헌법재판소 앞 집회'에 참석해 윤 전 대통령 체포와 구속에 대해 "공평하지 못한 수사"라며 "이재명에게는 야당 대표라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하고, 도주할 수 없는 우리 대통령을 그냥 체포했다. 구속시켰다. 정당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 탄핵 중단하라"며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했다. 그는 3월 한 집회에선 "이재명 3년 동안 30건의 탄핵이 추진됐다. 이렇게 나라를 흔드는 세력이 내란 세력 아니냐"며 "탄핵소추 절차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각하돼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이런 발언들은 여권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권 입장에서 사실상 내란 세력으로 규정해도 이상할 게 없다. 여권 내부에서 "사과했다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다동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옹호 논란에 대해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을 놓쳤다"며 "1년 전 엄동설한에 내란 극복을 위해 애쓴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선 안 될 분명히 잘못된 일이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며 "정당에 속해 정치를 하면서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오늘 솔직하게 고백한다"고 했다. 이어 "저의 판단 부족이었고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제게 있다"고 했다.
여권의 기류는 미묘하다. 이 대통령이 지명한 상황에서 대놓고 비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옹호하자니 찜찜한 기류가 읽힌다. 사과를 한 마당에 강하게 비판했던 인사들은 일단 목소리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자칫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이언주 최고위원과 윤준병 의원 등 여러 의원이 이 후보자 지명에 반발했었다. 이 최고위원은 앞서 페이스북에서 "계엄을 옹호하고 국헌 문란에 찬동한 이들까지 통합의 대상인가"라며 "독선적이고 무능한 정치 검사 윤석열에게 당시 국민의힘 소속 당원들까지도 일부 우려하고 반대했던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 탄생에 큰 기여를 했거나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의 대상이어야 하는가는 솔직히 쉽사리 동의가 안 된다"고 했다.
윤 의원도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 외치고 윤석열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의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의 파기"라고 했다. 곽상언 의원도 "내란 동조 세력이라도 이제는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당에서 이견을 표명한 의원이 있는데,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며 "현재 후보자의 태도가 중요하고 이런 내용을 포함해 자질, 전문성, 도덕성을 청문회에서 밝히면 된다. 이후 종합 판단하면 된다"고 했다.
쟁점은 또 있다. 이 후보자의 경제 인식이 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맞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과거 이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을 강하게 비판했고,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사과와 해명을 포함해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여론의 흐름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 후보자의 청문회 여부는 사과 이후 여론 추이에 달렸다.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도 여론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