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한계 넘어 에너지 효율·운영비 절감에 방점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한국 철도가 시속 400km급 초고속열차 핵심 기술 개발 계획을 공개하며 차세대 고속철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단순한 속도 향상이 아닌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3세대 초고속열차 플랫폼'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23일 열린 '370km/h 고속철도 차량 핵심기술 연구성과 발표회'에서 400km/h급 초고속열차 개발 배경과 구체적인 기술 전략을 설명했다.
세계 고속철도 시장은 이미 350km/h 이상 고속차량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알리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 조사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350km/h 이상 고속차량 시장은 약 83%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발주되거나 발주가 예상되는 고속철도 차량 대부분은 350km/h 이상 사양을 요구한다. 중국은 시속 400km급 CR450을, 영국은 HS2 노선에 360km/h급 고속열차 도입을 추진 중이다. 독일과 중국은 에너지 효율을 25~30% 수준까지 개선하는 기술을 실용화하며 360~400km/h급 초고속열차 상용화를 목전에 뒀다.
국내 고속철도 기술은 속도 향상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에너지 효율 개선과 유지보수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오혁근 책임연구원은 "주행 저항 저감, 장치 효율 향상, 경량화·소형화 기술을 통해 속도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한국 역시 속도 경쟁을 넘어 효율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환경도 초고속열차 개발을 뒷받침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되면서 단거리 항공 노선을 철도로 대체하는 '모달 시프트'(Modal-Shift, 전환교통)가 가속화돼다. 고속철도 속도 향상을 통한 철도 커버리지 확대 정책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현 정부는 국정과제로 '400km/h급 고속철도 도입'을 채택하며 지난달부터 고속차량 개발 기획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원이 제시한 400km/h급 초고속열차는 기존 2세대 고속열차의 단순한 개량이 아닌, 효율 향상 중심의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오 연구원은 "1세대 고속열차를 통해 기술 자립을 이뤘고 2세대 고속열차로 기술 고도화에 성공했다면, 3세대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플래그십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전략으로는 'F.A.S.T'를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혁신적인 공력 설계와 차세대 추진 시스템 적용(Fast) ▲AI(인공지능) 기반 에너지 통합 관리와 스마트 차량 모니터링 적용(Adaptive)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 저감 강조(Sustainable) ▲핵심 기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Train)하는 개념이다.
기술 개발은 구성품과 시스템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소형·고효율 전동기, 고효율·소형 추진제어장치, EMB 제동장치, 경량·컴팩트 인보드 대차 등 핵심 구성품을 개발한다. 밀폐형 하부구조와 매립형 옥상구조를 적용한 공력 설계, AI 기반 에너지 통합 관리, 주요 장치 소형화·경량화를 통해 400km/h급 3세대 차량 플랫폼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주행 저항과 중량을 낮춰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오 연구원은 "초고속열차 개발은 한국 고속철도의 또 한 번의 도약"이라며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민의 삶을 더 빠르고 더 편리하게 연결하는 교통수단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