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한국이 고속철도 도입 20년 만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속 370km급 상업 운행 기술을 독자 확보했다.

22일 국토교통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R&D)을 통해 상업 운행속도 시속 370km(설계 최고 시속 407km)급 차세대 고속열차 'EMU-370'의 핵심기술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내년 차량 제작에 착수해 2030년부터 시험 운행을 추진하고, 2031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EMU-370이 상용화되면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업 운행속도 370km/h급 고속열차를 보유하게 된다. 현재 주요국의 고속철 상업 운행속도는 중국 350km/h, 프랑스·독일·일본 등이 320km/h 수준이다. 국민 철도 이동 편의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동시에, 해외 고속철도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 확보와 시장 선점 효과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개발사업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주관기관으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 7개 기관이 참여해 2022년 4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4년간 진행됐다. 총사업비는 225억원으로 정부가 180억원, 민간이 45억원을 부담했다.
연구진은 상업 운행속도 320km/h급 고속열차인 'KTX-청룡(EMU-320)' 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350km/h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주행저항·진동·소음 등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상업 운행속도를 370km/h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EMU-370은 KTX-청룡 대비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고속 전동기 출력은 47.4% 증가했고, 주행저항은 12.3% 감소했다. 횡방향 진동 가속도는 33% 줄었으며 실내 소음은 2dB(음압 기준 약 20%) 낮췄다. 8량 1편성 기준 편성 길이는 200.1m, 좌석 수는 479석이고 전동기 용량은 560kW(킬로와트)다.
핵심 기술은 총 6개 분야다. 먼저 560kW급 고효율 고속전동기를 새로 개발해 KTX-청룡(380kW) 대비 출력이 크게 향상됐다. 전두부 형상 최적화와 하부 대차 커버 적용, 옥상 돌출부 최소화 등을 통해 공기저항 계수는 0.868cd(Coefficient of Drag)에서 0.761cd로 낮췄다.
주행 안전성과 승차감도 개선됐다. 현가장치 최적화 설계를 통해 횡방향 진동 가속도를 9m/s²에서 6m/s² 이하로 줄였고, 유럽 기술표준(EN)이 정한 최고 수준의 승차감 지수(Nmv) 1.14~1.87을 달성했다. 실제 구동 대차를 활용한 롤러 시험(Roller Rig Test)을 통해 400km/h 이상에서도 동적 안정성을 검증했다.
실내 소음 저감을 위해서는 차체 압출재 구조를 최적화하고 복합 차음재를 적용해 68~73dB(데시벨) 수준을 구현했다. 이는 해외 고속차량(72~76dB)과 비교해도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이다. 고속 주행 시 압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밀승강문을 국산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유럽보다 앞서 400km/h급 고속차량까지 적용 가능한 성능평가 및 안전검증 기준을 마련했다. 현재 EN(유럽표준), TSI(EU의 상호 운용성 기술) 등 유럽 기준에는 350km/h 초과 고속열차에 대한 명확한 기술 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다.
국토부는 EMU-370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초도 차량 1~2편성(총 16량)을 2026년 상반기에 발주하고, 2030년 초부터 평택~오송 구간 등에서 시험 운행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국내 주력 고속열차로 자리 잡을 경우 주요 도시간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단축돼 전국이 사실상 단일 생활권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함께 노력한 결과 고속철도 도입 20년 만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370km/h급 고속운행 기술을 독자 확보했다"며 "내년부터 400km/h급 3세대 고속열차 핵심기술 개발을 추진해 세계 철도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차세대 고속열차(EMU-370) 상용화 핵심기술 개발' 성과발표회는 오는 23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국토부와 철도 운영사, 제작사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