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현대 유니콘스 왕조의 마지막 야수가 결국 배트를 내려놓는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며 20년 동안 꾸준함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내야수 황재균(38·kt)이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kt는 19일 "내야수 황재균이 20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며 "구단과 FA 협상 과정에서 깊은 고민 끝에 은퇴 의사를 전했다"고 발표했다.

황재균은 구단을 통해 "kt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셨는데, 고심 끝에 은퇴 결정을 했다"며 "언제나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에 20년간 프로 선수로 뛸 수 있었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나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고, 국가대표로 뽑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큰 영광을 누렸던 행복한 야구 선수였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프로 생활 내내 큰 부상 없이 꾸준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옆에서 늘 힘이 돼준 가족과 지도자, 동료들 그리고 그동안 몸담았던 구단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황재균은 2006년 현대 유니콘스의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 선수로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히어로즈와 롯데를 거치며 빠른 발과 장타력을 겸비한 공격형 내야수로 성장했고, 전성기 시절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3루수로 꼽혔다.
도전의 정점은 메이저리그였다. 2017년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필드를 밟았다. 비록 통산 성적은 18경기 타율 0.154(52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에 그쳤지만 한국 출신 내야수가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도전으로 남았다.
KBO리그에서 황재균이 남긴 발자취는 숫자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통산 2200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285, 2266안타, 227홈런, 1121타점, 1172득점, 235도루를 기록했다.

황재균의 두 번째 전환점은 2018년이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kt와 FA 계약을 맺고 수원으로 둥지를 옮겼고, 창단 초반이던 팀과 함께 바닥부터 우승까지 모든 단계를 함께 밟았다. kt가 리그 하위권을 맴돌던 팀에서 단숨에 상위권 전력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황재균은 중심 타선과 내야 수비를 동시에 지탱한 핵심 자원이었다.
결정적 장면은 2021년 가을이다. 그해 kt는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며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주장이었던 황재균은 라커룸 안팎에서 팀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이자 그라운드에서 공격과 수비 모두 중심축 역할을 맡았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올해에도 그는 112경기에 나가 타율 0.275, 7홈런 48타점을 기록하며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성적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물러났다는 점에서 그의 은퇴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황재균의 이름 앞에는 늘 '현대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한때 KBO를 호령했던 현대는 해체된 뒤에도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리그 역사에 짙은 흔적을 남겼다. 이제 오재일과 정훈이 잇따라 유니폼을 벗었고, 이제 황재균마저 떠남으로써 현대 출신 현역 선수의 이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kt는 "2026시즌 초에 황재균의 은퇴식을 열 예정"이라며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걸맞은 작별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