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350개 기관 전수조사…2027년부터 이전
1차 이전 당시 산업 강화 효과 있었으나
인구 순증에선 한계 보여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을 목표로 한 대규모 정책인 만큼, 이전 대상과 파급효과를 둘러싼 지역 간 경쟁과 논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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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지역 오세요" 지자체 유치전 시동 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한다. 수도권 집중의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은 균형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삼고, 2026년 이전 계획을 발표한 뒤 2027년부터 본격적인 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통해 확보한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현황을 분석하고, 이전 가능한 기관과 잔류 기관을 분류할 계획"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2026년 중 종합적인 이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에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공항공사 등이 있으며, 코레일유통, 코레일로지스, 코레일네트웍스 등 코레일 계열사들도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2차 이전 논의가 본격화될 때마다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이전 대상 기관을 공개하지 않았다. 검토 단계에 있는 만큼, 특정 기관을 지목하는 것은 이른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관련 법률에 본사 소재지가 서울로 명시돼 있어, 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 협의를 통한 법 개정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은 벌써 시작됐다. 충북 제천시는 코레일 계열사 이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천시 공공기관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천은 중앙선·충북선·태백선이 교차하는 중부내륙 철도교통의 중심지로, 모든 열차 정비가 가능한 철도 정비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코레일 계열사 이전을 충북도와 관계 부처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제주와 대구, 전북도, 충북도가 유치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는 아예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전담 조직을 행정부지사급으로 격상하고, 범도민 추진위원회 구성도 추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자주 운항하는 노선이 제주~김포인 만큼 제주에 한국공항공사를 유치하면 항공산업 전반에 대한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조치다.
경북도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주요 유치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경남도는 앞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기술교육원,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항공안전기술원 등을 유치 대상 기관으로 제안한 바 있다.
2차 이전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2017년 이후 약 10년 만에 대규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재개되는 셈이다. 2005년 기본계획 수립으로 시작된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153개 공공기관이 수도권을 떠나 전국 혁신도시로 이사를 갔다.
◆ 공공기관 옮기면 지방 미분양 털 수 있을까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미분양 해소와 인구 유출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2020년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된 9개 혁신도시에서 종사자 수는 인접 지역보다 평균 4.06%포인트 더 증가하며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구 순증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1차 이전 기간 동안 혁신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있었으나, 이후 수도권으로의 재유입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 이전이 수도권 인구 분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비수도권에서는 혁신도시로의 인구 집중 현상이 지역 내 불균형을 심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올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약 6만9000가구로, 이 중 75%인 약 5만1518가구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만으로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를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통, 의료 등 정주 인프라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상반기 혁신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주 만족도 조사에서도, 주거 환경 만족도는 57.2%로 비교적 높았지만, 교통 환경 만족도는 30.2%에 그쳐 교통과 의료 서비스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변재연 국회예산정책처 경제산업사업평가과장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이전 기관의 업무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방 이전에 따른 출장 증가나 인력수급 불균형 등의 비효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함에 따라, 지역의 고유 특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주도적 역할도 중요해졌다. 백승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이전과 정부 투자 효과는 각 지역의 자원과 경쟁력을 잘 파악한 지방정부의 전략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