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에서 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총리실 고위 관료가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발언은 사견임을 전제로 비보도를 조건으로 한 비공식 취재 과정에서 나왔다. 또한 이 관료는 "다카이치 정권 내에서 현재 핵무기 보유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피폭국 일본에서, 그것도 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총리실 핵심 인사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관료는 중국·러시아·북한의 핵전력 증강을 거론하며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점점 엄중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자국의 핵무기 보유 필요성을 내비쳤다.
일본은 그동안 '갖지 않겠다·만들지 않겠다·반입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비핵 3원칙을 정부의 기본 정책으로 유지해 왔다.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은 이번 발언이 이러한 정부 입장에서 "현저히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 다카이치의 '강한 일본' 구상과 맞물려 파장
지난 10월 출범한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은 '강한 일본'을 내세우며 방위력 강화와 방위비 증액을 추진해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미 국회 답변 등을 통해 대만 유사시 사태가 일본의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기존 정부보다 한층 강경한 안보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번 발언은 다카이치 정권의 이러한 안보 기조 속에서 '핵무장' 가능성을 시험하려는 이른바 '여론 테스트(trial balloon)'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특히 발언 주체가 다카이치 총리에게 안보 정책을 직접 자문하는 위치의 인사로 알려지면서, 정권 내부 논의가 실제로는 더 진전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 한국·중국 '日 핵무장' 우려 목소리 높아질 듯
일본 야당과 시민사회, 피폭자 단체들은 일제히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피폭자 단체 관계자들은 "히로시마·나가사키의 경험을 가진 일본 고위 관계자가 핵 보유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피폭자의 고통을 짓밟는 것"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야권에서는 "피폭국 일본이 앞장서 핵무장 논의를 열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과 역내 군비 경쟁이 가속될 것"이라며 "다카이치 정권은 해당 간부를 즉각 문책하고 비핵 3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보수층이 SNS 등에서 '핵무장 논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지 의사를 보이는 반면, 여론 전반은 '선 넘은 발언'이라는 반응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과 중국, 북한 등 주변국에서도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일본 내에서 비핵 3원칙 재검토론이 간헐적으로 제기돼 온 상황에서, 총리실 고위 관계자의 노골적인 '핵 보유' 언급은 동북아 안보 지형의 불안정을 더욱 자극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