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핵전력 급격 증강, 러도 신형 핵무기 개발 박차
트럼프도 핵실험 재개로 대응...美 동맹들 핵 방어 불안감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중국·러시아 간 새로운 핵무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날 '새로운 핵무기 경쟁은 이제 3자 경쟁 구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이 과거 구소련과 경쟁하던 냉전 시절과 달리 '두 개의 동등한 경쟁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전략적 환경 변화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오랫동안 소규모에 머물렀던 핵전력을 빠르게 증강하고 있고, 러시아는 미국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차세대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핵위협을 외교·군사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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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DF-61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벨라루스에 전술 핵을 배치하고, 핵 추진 미사일 '부레베스트닉'과 핵 추진 잠수정 드론 '포세이돈' 시험을 공개하며 서방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9월 항일전쟁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육·해·공 '핵 3축(triad)' 전력을 과시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중국이 2030년대 중반이면 미국과 실전 배치 핵탄두 수에서 '대략적 동등성'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중·러가 핵전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은 산업·경제적 우위를 잃어가고 있다"며 "지금의 핵 경쟁 구도는 냉전 시절보다 훨씬 복잡하고 위협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러 전략적 공조가 과거 어느 때보다 긴밀해졌다"며 "여기에 미국 동맹국 사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단 방위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지에 대한 의문까지 더해졌다"고 전했다.
매슈 크로에니그 미 애틀랜틱카운슬 국장은 "지금의 흐름은 핵무기 감축이 아니라 증강"이라며 "1990~2000년대와 달리 냉전과 유사한 '제3의 핵 시대'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현재 5,117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3,700기는 퇴역 상태로 저장돼 있다. 러시아는 5,459기, 중국은 약 600기로 추정된다. 북한도 지난해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체결한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역량에 집중 투자하며 약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MIT 대학의 비핀 나라웅 교수는 "미국의 핵 현대화 프로그램은 '러시아와는 추가 감축, 중국·북한은 주요 위협 아님'이라는 가정 위에 설계됐는데 모두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현재 미국·러시아보다 뒤처진 전력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핵 군축 협상에 관심이 없으며 "미·러가 먼저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라웅 교수는 "유럽에서 전쟁이 터지고 동시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미국 전력은 '극도로 분산'돼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WSJ는 또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군 지휘관들은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로 '동시다발성 문제'를 꼽는다고 소개했다. 즉, 중국의 군사작전이 나토 회원국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촉발하고, 그와 동시에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1992년 이후 실제 핵폭발 시험을 중단하고 '무수율(subcritical)' 시험만 진행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중국이 실제 핵실험과 마찬가지인 '초임계(supercritical)' 시험을 하고 있다는 정보가 전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전력 균형 유지를 위해 핵실험 재개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WSJ는 "미국의 핵실험 재개에는 최소 2~3년의 기술적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중·러의 도발적 무기 개발이 실제 작전 능력보다는 심리전 성격이 크다"고 분석했다.
kckim1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