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투자 논란 속에 반도체 시장 메가 사이클 전망 나와
주가 반등은 투자 대비 수익…"SW 매출 정체되면 우려 키울 수도""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AI 대표주가 동반 급락하며 코스피 4000선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AI 수요 붕괴가 아닌 검증 국면으로 해석하며 저점 매수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5~16일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다. 미국 증시에서 AI 버블 우려가 재부각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대되며 지수 하방 압력이 커졌다.

이번 조정의 직접적인 계기로는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주가 급락이 꼽힌다. 오라클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장 마감 이후 실적 발표에서 지난 분기 매출이 160억6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162억1000만달러)를 밑돌았다고 밝혔다. 실적 발표 다음 날 오라클 주가는 10% 넘게 급락했다. 브로드컴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제시했음에도 주가가 11% 이상 급락하며 '패닉 셀(투매)' 양상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오라클의 주가 급락 배경으로 AI 데이터센터 과잉 투자 우려를 지목하고 있다.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Capex)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존 계획(350억달러)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투자 재원 역시 회사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오라클은 지난 9월 18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과잉 투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회사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조정을 AI 버블 붕괴로 보기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데이터센터 과잉 투자와 중복 투자 우려는 2000년 IT 버블 때 네트워크 장비 업종을 연상시키지만, 그와 같은 고민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며 "내년 2분기까지 고객사들의 재고 축적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서프라이즈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센터장은 "주가 조정 시 저점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 주목했다. 김 본부장은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은 2024~2025년 HBM 중심에서 2026~2027년 서버 메모리(D램·eSSD)와 HBM으로 확장되며 역대급 공급 부족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주문형 반도체(ASIC) 비중은 2025년 7:3에서 2027년 5:5로, ASIC 비중이 절반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 시장은 슈퍼사이클을 넘어 메가사이클 진입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관련 주가 반등의 관건으로 '투자 대비 수익 가시성'을 꼽는다. AI 성능이 발달할수록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의 Capex 확대 기조가 유지되더라도 투자비 회수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변동성은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수익화에 대한 확신이 들 수 있는 증거들이 많아지면 아무리 Capex가 비싸도 시장은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소프트웨어 매출이 정체되면 AI 인프라 과잉 중복 투자 우려를 다시 키울 것"이라고 짚었다.
rkgml9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