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독립에 있어 사법행정의 독립이 뒷받침 돼야"
"사법권 실질적 의미는 재판권...사법행정권은 재판권 아냐" 시각도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박민경 인턴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7년 만에 다시 법원행정처 폐지안을 꺼내면서, 법원 내부 및 법조계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사법불신극복·사법행정정상화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5일 입법 공청회를 열고,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 인력이 중심이 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사법행정 개혁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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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사진=뉴스핌DB] |
민주당의 개혁안에 따르면 사법행정위원회는 장관급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한 13명 구성으로, 이 가운데 비법조인이 다수 포함되는 것이 핵심이다. 위원장을 포함한 13명 중 법관은 최소 4명, 최대 6명이 위원이 될 수 있는 반면 비법관은 최소 7명, 최대 9명이 위원이 될 수 있다.
법관 위원은 대법원장 지명 법관 1명과 전국법원장회의 추천 법관 1명,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법관 2명 등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그동안 문제라고 주장해 온 '제왕적 대법원장' 구조를 완화하고자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 폐지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에도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회의 신설을 골자로 하는 법률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사법행정회의는 대법원장과 법관·비법관 5명씩 총 11명으로 구성돼 주요 사무를 심의·의결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의견은 결국 국회를 설득하지 못하는 한편 법원 내부 반발로 무산됐다.
법조계는 민주당이 제시한 개혁안에 대해 외부 인사가 법관 인사에 참여할 경우 재판의 독립과 법원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부 독립에 있어 사법 행정의 독립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법관 인사와 행정법관 주요 보직에 대한 배정 등은 법원의 자율성 및 재판 독립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이것을 외부 기관에서 한다는 것은 재판 독립을 기하기 어려운 구조가 돼 명백하게 위헌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민주적 기본 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이지영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 심의관 역시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라고 정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사법권'에는 사법행정권이 포함된다"면서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하더라도 사법권 독립이 침해될 위험성을 차단하고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이 정치적, 외부적 간섭 없이 독립해 사법행정의 핵심적 사항을 결정할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법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위원회에서 법관 인사에 대한 모든 권한이 집중되면 인사를 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 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 처장도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법원행정처 폐지 법률안이 통과되면 어떤 조치를 하겠느냐'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외부 권력기관이 사법행정권에 다수 개입하는 형태가 되면 사법부 독립을 내세울 수 없다"며 반대했다.
이어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도 '사법부 독립, 삼권분립이 제대로 정립돼야 헌법을 갖춘 나라'라고 선언한 것처럼 저희는 사법부 본질이 재판뿐 아니라 인사권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행정에(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법관 평가를 외부에서 하면 여론 재판하듯 정치권력이 재판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결국 평가는 인사권에 관여하겠다는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은 법관 인사의 독립을 핵심적 요소 중 하나로 삼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사법 행정 정상위화 TF 위원으로 참여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사법권의 의미를 실질적인 의미로 봐야 하는데, 이 실질적인 의미로 사법권은 재판권만을 의미하고, 사법행정권은 재판권이 아니다"라며 "지금 대법원장이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사법행정권에 관해 권한을 분산시켜 사법행정위원회를 둬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bc12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