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박민·정현창의 기존 내야 활용 가능성
김도영 유격수 활용·외국인 영입도 또 다른 방법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KIA가 팀 내 가장 큰 축이라 불리던 유격수 자리에서 공백을 맞게 됐다. 자유계약신분(FA)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박찬호가 결국 팀을 떠나 두산과 새 계약을 체결하면서 KIA는 내년 시즌 중추 포지션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두산은 지난 18일 박찬호와 총액 80억원(계약기간 4년)을 보장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계약금 50억원에 연봉 총 28억원, 인센티브 2억원이 포함된 조건이었다. 두산 입단이 확정되면서 KIA에서만 10년 가까이 활약한 박찬호의 시간도 자연스럽게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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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호. [사진=KIA] |
박찬호는 2014년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50순위 KIA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해 통산 1088경기에서 타율 0.266(3579타수 951안타), 23홈런, 353타점, 514득점, 187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60으로 활약했다.
그동안 KIA 내야에 박찬호라는 존재는 그 어느 선수보다 컸다. 특히 2024시즌 박찬호는 총 134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7(515타수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 출루율 0.363 장타율 0.386 OPS 0.749의 성적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생애 첫 골든글러브도 품에 안았고, 2년 연속 KBO 수비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장점은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 내구성에 있다. 박찬호는 최근 5시즌 동안 유격수 소화 이닝 1위(5481이닝)에 오르며 자신이 왜 현재 NC 김주원과 같이 최대 유격수 자원인지 입증했다. 그는 이번 시즌에도 13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7(516타수 148안타) 5홈런, 42타점 75득점, 27도루 OPS 0.722로 유격수로는 최상의 공격력을 자랑했다.
그런 박찬호가 두산으로 떠났다. 물론 박찬호는 KIA에게도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지만 박찬호 외에도 양현종과 최형우, 조상우, 이준영, 한승택까지 6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FA자격을 얻은 KIA로서는 박찬호 잔류에 총력전을 펼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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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성. [사진=KIA] |
이제 KIA는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내부 자원 발굴이 될지, 외부에서의 보강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기존 선수 중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으로는 김규성, 박민, 정현창이 꼽힌다.
1997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많은 김규성은 이번 시즌 133경기 타율 0.233(193타수 45안타) 3홈런 16타점 30득점, 5도루 OPS 0.614의 성적을 올렸다. 김규성은 이번 시즌 유격수는 물론 2루수, 3루수, 1루수까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했다. 유격수로도 25경기에 나섰으나, 타격 지표가 낮아 주전 카드로는 물음표가 붙는다. 수비 안정성과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은 매력적이지만, 박찬호의 장기적인 대체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2001년생의 박민도 주목할 만하다. 상무도 다녀오며 군 복무도 마친 그는 올해 7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02(94타수 19안타) 1홈런, 6타점 11득점, 1도루 OPS 0.552의 성적을 거뒀다. 박민 역시 2루와 3루는 물론,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자원이며, 2025시즌에는 온전히 3루수로 71경기를 뛰었다. 박민은 박찬호가 자신보다 수비에 능하다고 평가할 정도로 수비 능력이 좋은 선수며, 장타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성장 여부에 따라 주전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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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의 내야수 박민. [사진 = KIA] |
정현창도 빠질 수 없는 자원이다. NC의 7라운드 전체 67순위 지명을 받은 뒤 지난 7월 28일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이적한 정현창은 2006년생의 어린 자원이며 올 시즌에는 16경기를 뛰면서 타율 0.263(19타수 5안타) 4득점 OPS 0.596을 찍었다. 좋은 수비와 함께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어린 나이로 인해 주전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김도영의 유격수 전환이다. 고교 시절부터 유격수가 본업이었고, 데뷔 초반에도 유격수로 출장한 경험이 있다. 만약 지난 시즌 보여줬던 최우수 선수(MVP)급 타격을 유지하면서 유격수 포지션까지 적응한다면 팀 전력 상승효과는 굉장하다.
하지만 문제는 체력과 수비 리스크다. 햄스트링 부상 이력이 반복되고 있고, 지난 시즌 3루에서 30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비 부담이 훨씬 큰 유격수로 이동한다면 공격력마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IA 입장에서도 '모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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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의 3루수 김도영. [사진 = KIA] |
FA 보상선수 제도도 변수다. KIA는 아직 두산이 제출해야 할 보호명단을 받지 않았다. 두산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내야수가 적지 않기에, 예상치 못한 즉시전력감이 풀릴 가능성도 있다.
또한 아시아쿼터와 외국인 타자 슬롯이 비어 있는 상황이어서 외국인 유격수 영입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롯데에서 뛴 딕슨 마차도처럼 수비 중심의 외국인 유격수를 데려오는 방식이다. 현실적으로는 가장 확실한 안정책으로 평가된다.
KIA는 내년을 준비하면서 유격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내부 경쟁을 통해 새로운 주전이 떠오르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박찬호의 공백을 메우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만약 시즌 초반부터 유격수 수비에서 흔들린다면 팀 전력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센터 라인의 핵심 축인 유격수는 단순한 한 포지션이 아니라 팀 전체 안정성을 좌우하는 위치다. KIA가 내부 경쟁, 보상선수, 외국인 카드 중 어떤 조합으로 해답을 찾게 될지,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wcn05002@newspim.com
















